[임경대] ‘施恩勿求報(시은물구보) 하고 與人勿追悔(여인물추회)하라’를 실천한 이국종
[임경대] ‘施恩勿求報(시은물구보) 하고 與人勿追悔(여인물추회)하라’를 실천한 이국종
  • 박철성 기자
  • 승인 2018.01.02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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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아덴만의 여명 작전’에서 심하게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석해균 선장을 치료하여 생명을 구해내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이국종 아주대 의과대학 복합외상센터장이 이번에는 지난 2017년 11월 13일 월요일 심한 다발성 총상을 입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를 살려내어 또다시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치료과정공개에서 북한 병사의 장에서 나온 기생충과 옥수수 발언에 대해 정의당 비례대표 김종대 국회의원이 ‘남과 북의 체제 비교 우위’라면서 ‘환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딴지를 걸며 나왔다. 그러자 이센터장이 분개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한을 털어놓았다.

권역복합외상센터는 보통 신체의 여러 부위에 복합적인 외상을 입은 환자가 치료를 받아 생명을 구하는 곳으로 의사들은 당직실에서 겨우 10분에서 20분 정도 쪽잠을 자며 집에도 한 달에 한 번 갈 정도로 힘든 근무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권역복합외상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아주대병원이 1년에 1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가차 없는 치료비 삭감 때문이다. 더구나 환자가 사망할 경우엔 ‘어차피 사망할 환자에게 왜 쓸데없이 값비싼 처치를 했는가’하며 전액 삭감이 되기도 한다. 결국 피가 철철 흐르고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서도 심사평가원의 기준에 맞는지 하나하나 따져가며 처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이센터장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권역외상센터를 찾는 이들은 부유층보단 노동자, 농민들이다. 어느 정당이나 다 노동자, 농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과연 진정성 있는 분들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의사들만 모이는 대표적인 커뮤니티에서 '이국종 교수처럼 쇼맨십이 강한 분의 말씀만 듣고 판단하지 말라'면서 ‘처음부터 원장이 나서서 인터뷰하고 생쇼하고 환자 앞에 현수막 걸어놓고 방송 태우고 그렇게 해서라도 인지도를 좀 높여 보자는 계산인가 본데, 전국 누가 수원의 아주대를 찾아갈까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외에도 '쇼한다', '오버한다'는 내용의 댓글들이 줄을 이었다. 이러한 글들은 의료계의 '메인 스트림'(주류)이고 '오피니언 리더'가 작성했다. 게다가 구청으로부터는 응급환자를 실어 나르는 헬기의 소음민원 공문이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이센터장은 "분명한 것은 저희가 안 나가면 환자들은 다 죽는다"며 "정말 슬픈 것은 소방 헬기라도 타고 돌아다니는 노력이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 취급을 받는 상황이 굉장히 힘들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누가 뭐라고 욕하든 저는 야간비행을 하겠다. 복지부에서 닥터 헬기 지급을 안 해준다고 해도, 소방 헬기를 더 이상 타면 안 된다고 할 때까지 계속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표명하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든 외상외과 의사가 밤이라고 일 안 하지 않는다. 저는 계속하겠다"고 다시 한 번 힘주어 강조했다.

이국종, 그는 명심보감의 존심편에 나오는 ‘施恩勿求報(시은물구보) 하고 與人勿追悔(여인물추회)하라’ 즉 ‘은혜를 베풀었거든 그 보답을 구하지 말고, 남에게 주었거든 뒤에 후회하지 말라’는 말씀의 실천을 몸소 보여 주었다. 정말 고귀하고 훌륭하신 분이다.

施恩(시은):은혜를 베풀다. 與人(여인):다른 사람에게 주다. 勿求報(물구보):보답을 구하지 않는다. 勿追悔(물추회):뒤에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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