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칼럼]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 혜택이 미흡하다
[안수효칼럼]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 혜택이 미흡하다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19.12.2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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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안전전문가)

연말에 발표된 ‘2019년 일본 유행어 대상’에 선정될 정도로 한국보다 고령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일본에서 한해의 유행어로 당당하게 자리 잡은 것이 바로 ‘면허반납’이다.

올해부터 고령자에 의한 자동차 사고 비율이 높아지면서, 고령자의 운전면허 자진 반납을 독려하기 위한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초 고령 사회로 접어든 한국도 고령자의 안전사고는 남의 일이 아니라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 할 수 있다.

경상남도의 경우 전국 광역도 중에서 처음으로 65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반납제도’를 지난 9월부터 시행했다.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10만원 교통카드를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경남지역 65세 이상 자동차 운전면허증 소지자는 △2016년 14만3천여명 △2017년 17만2천여명 △2018년 19만6백여명으로 매년 평균 2만3000여 명씩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경남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와 사망자수는 줄어들고 있는 반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건수 및 사망자수는 △2014년 1226건 70명 △2015년 1412건 84명 △2016년 1500건 60명 △2017년 1589건 78명 △2018년 1660건 75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과는 달리 정작 고령자들의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의사는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농업·농촌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65세 이상 농업인 중 운전면허 소지자 456명을 대상으로 운전면허를 자진 반납하겠냐는 설문조사에 94.8%가 ‘하지 않겠다’고 응답했다.

한국노년학회 학회지에 실린 논문 ‘노년기 운전중단 결정 인식과 태도에 관한 연구’에는, 65세 이상 노인 2076명에게 운전 제한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결과 62.8%가 ‘운전을 그만두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논문은 고령 운전을 제한할 경우 노인들의 ‘이동권’ 침해와 연령차별 논란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 보고서와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정부에서는 고령자 운전으로 인한 심각성을 고려해서 운전면허증 자진반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해당사자들은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를 접하다보면 고령자운전면허증 초과달성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이기는 하지만 수치 놀음에 불과하다.

경남도와 지자체는 65세 이상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자진 반납하는 어르신들에게 1회에 한해 10만원권 교통카드를 지급하는 ‘고령자 운전면허 자진반납 제도’를 운영키로 했다. 그러나 대중교통이 불편한 지역에서는 교통카드 지급만으로는 자가운전을 대체하기 힘든 실정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경우 지하철을 이용한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농.어촌의 경우 대중교통 인프라가 열악해서 1회에 한해 지급되는 10만원 교통카드로는 불편함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령 운전자면허 반납 제도 실효성을 살펴보면 이동 수단 한계와 개인 차 소유를 선호하고 대중교통의 편리성과 접근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운전면허 자진 반납에 다른 대체 교통수단을 보장해 주지 않는 한 사업의 성공은 어렵다고 본다. 특히 생계형 운전자의 경우 현실적 어려움 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률을 사전에 차단해 당사자와 가족은 물론, 도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고령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가 이동권 소외계층인 고령자들의 발을 묶는 정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예산문제가 수반되어야겠지만 진정으로 고령자교통사고 증가에 대한 사회적비용을 고려한다면 이동권에 대한 실질적인 대책 없이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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