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도로 위 침묵의 암살자 '블랙아이스'
[안수효 칼럼] 도로 위 침묵의 암살자 '블랙아이스'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0.01.2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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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표면 코팅처럼 얇은 얼음막,
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겨울철 도로의 불청객인 블랙아이스로 인한 사고가 연일 일어나고 있어 블랙아이스 사고에 대한 적극적 예방책이 요구된다.

블랙아이스는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는 빙판길이나 눈길과는 달리 눈에 잘 보이지 않아 사전에 속도를 줄이지 못한다. 블랙아이스로 인해 차량이 미끄러지면서 대형 교통사고가 증가함에 따라 운전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블랙아이스(Black ice 또는 clear ice)는 도로표면에 코팅한 것처럼 얇은 얼음막이 생기는 현상을 말한다. 블랙아이스는 눈, 비가 도로 위에서 먼지나 기름 등과 섞이면서 생성된 얇은 얼음 층을 뜻한다. 육안으로 잘 구분되지 않고 특히 눈, 비 등이 내린 후 그늘진 도로에 주로 발생해 '도로 위의 암살자'로 불린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블랙 아이스 현상이 발생할 경우 일반도로 보다 14배, 눈길보다도 6배 가량 미끄러우며, 블랙 아이스가 깔린 도로는 일반 도로에 비해 제동거리가 최고 9배 이상 길어진다. 고속도로의 경우 아무리 조심운전을 한다고 해도 블랙아이스 발생지역에서의 사고는 당연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14일 경북 상주~영천 고속도로에서 블랙아이스로 인한 47중 추돌사고로 사망 7명과 부상 42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상주~영천 고속도로 구간에서 발생한 사고뿐만 아니라 2015년 1월 영종대교 106중 추돌 사고 등 최근 4년간 도로 결빙으로 인한 사고로 145명이 사망하고 8,500여명이 다쳤다.

지난 6일 오전 6시40분쯤 합천군 대양면에서 합천읍 방향으로 내리막 구간을 운행하던 차량 39대가 잇따라 충돌하여 8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전날 밤에 내린 비가 얼어 생긴 블랙아이스로 추정했다.

지금까지 블랙아이스 교통사고는 차량 한 두 대 간의 경미한 사고였다면 최근에 발생한 교통사고는 대규모 인명피해를 동반한 심각한 교통사고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연말 영주~ 영천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블랙아이스 구간은 비전문가 눈에도 겨울철에는 상시 블랙아이스 구간으로 판단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의 구간이었다. 도로 전면을 통째로 가리게 만든 산으로 인해 하루 종일 햇볕이라곤 구경하기 힘든 지역이었다. 더군다나 다리 밑에서 불어오는 찬 바람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기온이 3~4도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블랙아이스 발생 예상지역은 공사설계 단계부터 열선을 도로 밑에 시공하는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다. 이번 사고는 인재라는 지적이 대다수다. 도로공사 시스템에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기 이전에 염화칼슘이나 소금을 뿌려주어야 하지만, 이번 사고구역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사고는 수습보다 예방이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낮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도 블랙아이스 예방은 철저히 하고 있다. 일본 야마가타현의 경우 겨울철 교통사고 약 22%가 블랙아이스 사고로 나타나면서 노면이 얼지 않도록 염수를 지속적으로 뿌리거나 열선을 깔아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독일, 호주, 핀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블랙 아이스 예방을 위해 열 난방 파이프를 주요 도로 밑에 묻어 놓는 ‘로드 히팅’(Road Hitting)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 아이스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로 결빙 우려 지역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자동 제설 장치, 열선 등 안전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안전한 도로 환경을 만들어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한다. 운전자는 안전을 위해 상습결빙지역 교량, 터널, 고가도로 등에서는 언제나 블랙 아이스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겨울철 비나 눈이 온 뒤 운전할 경우 평소 속력보다 20~50% 감속운행과 충분한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방어 운전이 중요하다.

결빙 구간 도로 밑에 열선 시공이 예산 문제로 인해, 당장 어렵다면 충분한 거리를 두고 블랙아이스 구간이라는 경고 표지판이라도 설치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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