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석 칼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기본
[양창석 칼럼]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기본
  • 양창석 서울지사장
  • 승인 2020.02.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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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제도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
양창석 서울지사장
양창석 서울지사장(자료사진)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쓴 임미리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고발을 14일 취하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다.

야당들은 물론 시민사회와 민주당 내부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여론을 수용하는 자세를 취했다. 일단은 신속한 조처에 안도하면서도 차제에 헌법상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제도화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및 논평을 보장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최소한의 기본권으로 정립돼 왔다. 모든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업무로 하는 언론에서 일부 지식인의 지적이 권력층에 거슬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반박 논평을 넘어 고소, 고발로 대응하는 것은 집권세력의 내공을 드러내는 것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일에 대해서도 그 과정과 책임자에 대한 소상한 조사와 대책이 따르지 않는 것은 유감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결과를 가져오도록 편향적인 분석과 보고서로 건의 및 고소고발을 실행한 부서는 책임을 져야 하며, 재발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아무리 국회의원 총선거가 중요하다지만 그 기초가 되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을 유린하려한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진심어린 반성과 재발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까지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5일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을 지난달 28일 실은 경향신문과 칼럼 작성자인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를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해 광범위한 반발을 불러왔다.

정당이 언론의 칼럼을 문제삼아 필자와 언론 관계자를 고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총선을 앞두고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집권여당이 언론의 칼럼에까지 간섭하며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는 비판이 시민사회와 지식인층,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터져나오자 민주당은 고발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만에 고발을 취하한 것이다.

민주당이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에서 임 교수는 조국 법무부장관 사태과 촛불 민심 등을 언급하며 "(정부가) 촛불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국민의 열망보다 정권의 이해에 골몰하고 있다. 권력의 사유화에 대한 분노로 집권했으면서도 대통령이 진 '마음의 빚'은 국민보다 퇴임한 장관(조국)에게 있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고 써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발을 샀다.

고발 취하 결정을 하면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하거나 언급하지 않고 "우리의 고발조치가 과도했음을 인정하고 유감을 표한다"면서도"임 교수는 안철수의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출신으로, 경향신문에 게재한 칼럼이 단순한 의견 개진을 넘어 분명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 고발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상에는 '#민주당만빼고' 해시태그와 함께 민주당을 비판하는 "나도 고발하라"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임 교수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엽고 슬프다. 민주당의 작태에 화가 나고 1987년 민주화 이후 30여년 지난 지금의 한국 민주주의 수준이 서글프다"고 한탄한데 이어, 이날에는 자신의 이력을 자세히 소개하며 일부 네티즌들의 신상털기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싱크탱크 내일의 실행위원 명단은 아는 선배가 임의로 넣은 것일 뿐이고, 자신은 문국현 대표의 창조한국당에서 일한 적이 있다"며 "정치적인 의도로 쓴 칼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에서 언론인 출신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전날 오후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에게 "임 교수 고발을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해 나름 균형감각을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오만은 위대한 제국과 영웅도 파괴했다"며 "항상 겸손한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가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수용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같은날 홍의락 의원도 페이스북에 "어쩌다가 이렇게 임 교수의 작은 핀잔도 못 견디고 듣기 싫어하는지 모르겠다"며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대신 사과했다.

대구에서 어렵게 민주당 활동을 하고 있는 홍 의원은 이어 "민심은 민주당을 자유한국당과 비교하지 않는다. 민주당에게 온전하고 겸손하기를 원한다"며 "한국당에는 요구하는 게 없다. 그런데도 이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민주당 지도부가 안타깝다"고 신중한 처신을 당부했다.

총선 60여일을 앞두고 불거진 이번 일이 집권 여당의 총선대응에 전화위복이 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전진4.0 등 보수 야권이 '미래통합당'으로 힘을 모으는 가운데, 코로나19가 잠잠해진 이후로 보류중인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민주당이안정적인 정국운영과 총선대응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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