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영화 상영관 독과점은 규제해야 한다
[안수효 칼럼] 영화 상영관 독과점은 규제해야 한다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0.02.1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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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지난 연말 극장가를 휩슨 어벤져스 엔드게임 영화는 상영기간 내내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영화관 점유율은 최고 96%에 달했고, 하루 최대 12,000회 상영 기록을 새우기도 했다.

CJ그룹이 자회사 CJ 엔터테인먼트와 CGV가 있다면 롯데그룹은 롯데 엔터테인먼트와 롯데시네마가 자회사입니다.

소수의 상업영화가 영화관을 독점하는 것을 ‘스크린 독과점’이라 부른다. 스크린 독과점은 한국 영화의 오랜 병폐가운데 하나다. 소비자의 영화선택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영화의 다양성을 파괴하는 것이다.

오래전의 일이지만 1개 극장에 영화가 걸리면 최대한 1개월은 하나의 영화만 반복적으로 상영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대기업이 영화산업에 뛰어 들면서 멀티플렉스 생겼다. 여러개의 상영관을 보유하고 많은 작품을 동시에 상영하는 복합영화관 형태로 등장한 것이 멀티플렉스다.

2017년 기준으로 보면 국내 3대 멀티플렉스 극장(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의 스크린은 2,500여개로 전체 스크린 2,700개의 92%를 차지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멀티플렉스가 영화를 제공하는 배급사와 같은 회사라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극장들은 오로지 돈만보고 영화를 상영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된다. 문화의 다양성이라는 고차원적인 논의는 이들 앞에서는 의미가 없다. 관객과 수익성이 보장된 영화는 스크린, 상영시간대, 상영회수를 극장 마음대로 결정 한다는 것이다.

이정도 수준이라면 영화는 상품이전에 문화이자 예술이라는 단어가 부끄럽게 만든다.

영화산업의 전 과정을 대기업의 수직계열화 되어 있다. 천문학적인 영화 제작비용을 부담하는 곳이 대기업, 도로역할을 하는 배급도 대기업, 극장도 대기업이 결정한다. 이러한 연결고리를 끊지 않게 되면 스크린 독과점 문제는 해결 할 수 없다.

극장을 소유한 대기업의 논리는 관객이 원하는 영화에 스크린을 많이 배정하여 자주 상영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선호도조차도 대기업이 만들어 낸 것이기도 하다.

영화 한편 상영 비율이 전체 스크린 3분의 1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우리나라 영화산업 매출 총 2조3,000억원 가운데 80%를 대기업이 소유하고 있다. 대기업 극장사에서 단기간에 하나의 영화를 집중 상영해서 과도한 수익을 창출하려는 욕심 때문이다. 결국 흥행 돌풍은 다른 영화를 상영하지 않아 얻게 된 반사 이익도 있을 것이다. 중국집에 자장면만 판매 한다면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 둘 중에 하나다. 그러나 식당이 단 한 곳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취사선택권이 차단된 상태에서 오로지 한 가지 메뉴만 선택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점이다.

반도체가 한국 경제를 살리고 버팀목이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무리 반도체가 초호황기라 해도 산업구조 전체가 반도체에 올인 할 수는 없다. 반도체가 위기에 처했을 경우 한국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영화의 다양성을 주장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 한편에 모든 것을 올인 하게 되면 한국 영화산업의 생태계가 무너지게 되고 더 이상 영화 예술 장르는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은 “프랑스의 경우 영화 한편이 나오면 보통 상영기간이 4개월 정도 되고 일본도 2개월”이라며 “신작이 나와도 2주 정도 밖에 상영되지 못하는 국내 극장가가 아주 특이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연말의 경우를 한번보자, 겨울왕국2 는 개봉 초기 스크린 점유율 88%를 기록하고, 상영횟수 역시 16,220회(11월23일 기준)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영화관 10곳 중 9곳은 겨울왕국2를 상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2천만 명 이상이 극장을 찾는 점을 고려하면 관객은 연말까지 2억2천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승자독식은 정치권에만 있을법한데 문화계서도 여전하다. 동일자본이 배급과 상영을 동시에 하지 못하도록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며 또한 스크린 점유율 상한제를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프랑스에서는 한편의 영화가 전체 스크린의 3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를 하고 있다.

독점은 독재이고 장점 보다는 단점이 휠씬 많은 것이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10일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4관왕에 오르면서 한국은 물론 전 세계가 신드롬에 쌓였었다. 이러한 영화가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자국 영화의 자양분 없이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영화가 탄생 할 수 없음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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