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 피해자 고호석 선생 국가대상 손배 패소
부마항쟁 피해자 고호석 선생 국가대상 손배 패소
  • 정원 기자
  • 승인 2020.03.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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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없이 체포·구속 가혹행위 불법 인정, 정신적 고통 명백하나 손배청구 기각
손배청구 소멸시점 ‘부마 관련자’로 인정된 때...부마민주항쟁기녀재단 항소계획

[가야일보=정원 기자]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전 상임이사이자 부마항쟁 피해자 고호석 선생이 생전에 부산지법에 제기한 국가배상 1심 소송(부산지법 민사6단독 김동건 부장판사)에서 패소했다.

18일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에 따르면 고호석 전 상임이사는 부마민주항쟁 당시 부산대학교 영어영문학과 4학년 재학 중에 경찰에게 체포되어 부산영도경찰서 및 계엄사합동수사본부로 연행 구금된 후 8일간 모진 고문을 당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등 위반 혐의로 영장 없이 체포·구속되어 그 수사과정에서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이는 공무원의 불법행위”라고 인정하면서도 지난 12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 이유는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 "시효가 소멸되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고호석 전 상임이사는 2016년 8월 8일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및 관련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이하 부마위원회)로부터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로 인정받고 같은 달 8월 25일에야 통보를 받았다. 이에 고인은 3년 이내인 2019년 6월 13일에 국가손해배상 청구를 하였다. 그런데 재판부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고인이 부마항쟁 ‘관련자’로 결정된 2016년 8월이 아닌, 2010년 5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과거사위원회)가 부마민주항쟁 피해자에 대해 구제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는 ‘진실규명’을 한 때로 보았다.

과거사위원회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에 따라 부마민주항쟁 사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여 2010년 5월 25일 “정부는 부마민주항쟁의 피해자를 확인하여 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피해 구제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진실규명 결정을 하였다. 이는 부마항쟁 피해자에 대한 구제 필요성을 언급한 것일 뿐 부마항쟁 관련자 개개인에게 통보된 바 없다. 게다가 고인은 당시 부마항쟁 ‘관련자’로 인정받기 전이었다.

게다가 지난해 6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은 또 다른 부마항쟁 피해자 A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국가가 손해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때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 기산점은 피해자가 부마위원회로부터 ‘관련자’로 인정된 때로부터였다. 같은 부마항쟁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재판부가 그 소멸시효 기산점을 달리 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알 수 없는 과거사위원회의 발표일을 소멸시효 기산점으로 판단한 것은, 작년 부마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되고 40주년 기념식에서 대통령이 부마항쟁 관련자들에 대한 명예회복과 보상을 약속한 취지에 역행한 판결이다.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그동안 자문변호인단을 꾸려 부마민주항쟁 관련자를 위한 법률적 지원을 해왔다. 특히 지난해 6월, 관련자 심의 결정 통보일로부터 3년 이내인 항쟁 관련자에게 국가배상 가능성을 안내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은 깊은 유감을 표하며, 위 판결에 대해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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