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3,000원에 목숨 건 위험한 질주
[안수효 칼럼] 3,000원에 목숨 건 위험한 질주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0.03.2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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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자식이 오토바이를 사 달라고 조른다면 차라리 마약을 사 주는 것이 낫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마약의 위험성을 모르진 않을 진데 오토바이 보다 마약이 더 낫다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오토바이(이륜차)에 대한 위험성 때문이다.

오토바이는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중상을 입는다. 헬멧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안전보호 장비가 없는 탓에 충격으로 인한 여파는 고스란히 몸으로 전달된다.

2019년 10월 24일 경남 진주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하다 가로등을 들이받고 오토바이 배달원 A군(사고 당시 19세)이 숨졌다. A군은 하루 평균 12시간, 10월 하루 평균 20시간 이상 근무하며 배달 일을 했고, 사업장의 출퇴근 지휘감독을 받았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된 보상을 못 받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최근 5년간 이륜차 교통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교통사고는 연평균 6,3%, 사망자수는 1,1%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66,250건의 이륜차 교통사고로 2,037명이 사망 하였으며, 매일 180여건의 사고 가운데 이륜차로 인해 1명이 사망했다. 이러한 통계는 전반적인 교통사고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이륜차 사고는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18년 교통사고 건수가 11,313 건으로 2017년에 대비해 9.5%나 증가했다. 이륜차 등록대수를 기준으로 하면 최근 5년간 이륜차 1만대 당 교통사고 건수는 23.8% 증가했다.

2019년 교통사고 사망자는 282명으로 2018년(320명)보다 11.9% 감소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2019년 이륜차 사고로 숨진 사람은 모두 69명으로 2018년(52명)보다 32.7% 늘어났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이륜차 사고가 증가하고 있는 주원인으로 신호위반· 과속 등 난폭운전과 안전모 미착용 등 안전의식 부족을 꼽았다. 경찰은 이러한 이륜차 사고가 △인도주행이나 횡단보도 통행 △신호위반 및 중앙선 침범 △불법 개조 이륜차로 난폭운전 등 고위험 법규위반 행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이륜차 교통사고 가운데 보호 장구 미착용으로 인한 사고는 선진국과 비교해서 월등하게 높다. 한국교통안전공단 조사 결과, 우리나라 이륜차 안전모 착용률은 운전자 기준 지난해 84.6%로 스위스, 일본, 스웨덴, 캐나다 등 교통안전 선진국이 100% 가까운 착용률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경남경찰청은 2020년 1월2일 '2019년 교통사망 사고 분석' 결과를 발표 했다. 지난 2019년 경남도내 이륜차 사망사고는 총 69건으로 전체 사망사고 282건 가운데 24.5%를 차지했고, 숨진 사람은 모두 69명으로 18년(52명)보다 32.7% 크게 늘어났다. 이륜차가 그만큼 위험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년 산재 사망 1위, 배달 라이더’.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같은 기간 전체 배달 중 교통사고 사망 사고 58건 중 약 60%, 청년 산재 사망 72명 중 44%(33명)에 해당하는 수치다. 무엇이 배달 라이더들의 일터인 도로를 전쟁터로 만드는 것일까?

배달 라이더는 최근 수수료가 낮아지고, 빠른 배송을 요구하고 있어 라이더들은 더 빨리 달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교통신호를 지키지 못할 때가 많고, 운이 없으면 사고가 나기도 한다.

배달 앱에서 정해준 도착 시간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질주하는 배달 라이더들. 조리 시간이 오래 걸리든 길이 막히든, 배달 시간을 맞추지 못해 고객이 주문 취소를 할 경우 그 손해는 온전히 배달 라이더의 몫이다. 그래서 목숨을 건 위험한 질주가 멈추지 않고 있다. 배달 건수에 따라 수수료를 받다 보니 돈을 더 벌려면 자발적 노예가 돼야 했다.

더욱 심각한 건, 배달 노동자를 근로자가 아닌 개인 사업자로 취급함으로써 사고에 대한 책임마저 배달 라이더 개인에게 전가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로 죽어가는 배달 노동자에 대해 기업이 책임지고 국가가 보호 장치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건당 배달료 3,000원에 목숨을 건 질주를 멈추게 하는 방법은 안전강화와 사회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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