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코로나 통해 식량안보 준비하자
[안수효 칼럼] 코로나 통해 식량안보 준비하자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0.04.20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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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가천대 사회정책대학원)

2020년 설 연휴가 끝나던 1월27일, 질병관리본부와 국내 민간 시약 개발업체들이 참여한 회의를 가졌다. 질병관리본부는 여기서 진단시약 개발을 제약회사에 요청했다. 하루 전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장과 통화를 통해서 검역단계부터 환자유입 차단 조치를 당부 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자체개발한 실험법을 업계에 공개하고 그동안 연구 개발한 코로나19 진단에 대한 정보를 공유 했다. 이것은 검사능력을 증대시키는데 중요한 사례로 작용 했다.

한국이 진단키트의 빠른 상용화에는 지난 메르스 사태 이후에 도입된 긴급사용 승인제도의 역할이 컸다. ‘긴급사용 승인제도’는 신종 감염병 대유행이 우려돼 긴급히 진단키트가 필요하나 국내에 허가제품이 없는 경우에 원활한 감염병 검사 및 진단을 위해 마련된 제도다. 질병관리 본부장이 요청한 진단키트를 식약처장이 승인함으로써 한시적으로 제조‧판매 및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렇듯 대 정부 차원의 철저한 사전 준비가 없었다면 펜더믹(세계적인 유행병)사태에 모범국가가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세계 최강국이자 최 부국인 미국이 바이러스 하나 때문에 제3세계에서나 있을 법한 '세계 최대 보건 재난국'이 됐다고 한탄 했다. 한국과 미국은 1월 말 사실상 같은 날에 확진자가 나왔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보다 환자는 50배 많고, 사망자는 100배가 더 많게 되어버렸다. 미국은 사전 준비를 소홀히 한 결과로 인해 국가 재난 상황까지 간 상태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국가 간의 이동이 제한되고 국경이 봉쇄되자 각국은 자국의 안정적인 식량 확보를 위해 수출 제한과 비축을 확대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벌써부터 식량 수출금지를 운운하고 있을 지경이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이 3월 말, 쌀 수출을 금지했고, 캄보디아 역시 쌀 수출을 중단했다. 베트남은 최근 쌀 수출을 재개했지만 수출량 조절이라는 단서가 붙었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3월말 발표한 보고서에서 식량수출 제한이 발생할 경우 세계 시장에 식량 부족이 초래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이 있다. 페르시아만에 전운이 감돌기라도 하면 석유 한 방울 생산되지 않는 우리나라는 가슴을 조인다. 전체 석유 석유수입량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에 무슨 일이라도 발생한다면 경제에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자국에서 에너지원을 생산해 내지 못하다 보니 국제뉴스에 귀를 쫑긋 세우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식량소비량 중 우리 땅에서 생산·조달되는 비율을 의미하는 식량자급률이 2018년 말 기준으로 46.7%에 머문다. 이정도의 숫치도 따지고 보면, 쌀 생산성 향상, 밀·보리 재배면적 증가 등으로 생산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식량 소비량이 줄어든 덕분이다. 2018년 기준 국내 식량자급률은 50%에 못 미치고 있으며,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7%로 우리나라는 세계 6위 식량수입국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식량 해외 의존도가 가장 높은 국가로서, 곡물 자급률이 23%에 그친다. 곡물 중에 쌀 비축만 약간 여유가 있을 뿐이다. 그 외에 모든 식량은 해외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연간 밀가루 소비량은 180~190만 톤인데 이 중 99%가 수입이다.

수출과 수입으로 물류를 주고받던 평소와 달리 각 나라들이 국경 안에서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위기감에 식료품과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의 경우 쌀을 제외한 절대다수의 곡물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라는 수입이 줄어들면 심각한 경제위기는 물론이고 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금의 상황은 우리가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국가적인 총체적 위기 상황이다.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 가운데 에너지도 중요하다. 그러나 식량보다 중요한 자원은 없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식량 위기가 온다면 체면도, 위신도, 예의도 일시에 사라지며 아비규환이 따로 없다.

경제적인 충격이나 사회적 충격에서도 경험을 했지만, 식량위기는 특히 가난하고 취약한 계층에게 가장 빠르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좋게 말해서 영향이지 벼랑으로 내 모는 것이나 다름없다. 에너지야 며칠 없어도 살아 갈 수 있지만 식량은 하루만 없어도 힘들다.

그동안 텔레비전을 통해 난민들에게만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왔던 장면이 눈앞에 닥쳐 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대유행에서 유일하게 한국이 제 자리를 지키고 모범국가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사전에 철저한 준비와 그것을 행동에 옮긴 덕분이다. 식량 위기는 언제나 닥칠 수 있는 것이기에 지금이라도 장기 계획에 따라서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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