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불편함이 사람목숨보다 소중한 것인가?
[안수효 칼럼] 불편함이 사람목숨보다 소중한 것인가?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0.05.18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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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민식이 법’은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9살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도로교통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2019년 12월 개정돼 지난 3월 25일부터 시행된 이 법은 스쿨존에 신호등과 단속 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13살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면 무기징역 또는 3년 이상의 징역,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백만원 이상~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쿨존에서의 안전 강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개정된 법이다.

법을 시행하고 정상적인 통계치도 잡히지 않는 상태에서 일부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과도하다는 주장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때에 따라서는 법이 지나치게 과도하게 적용되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민식이 법’은 운전자가 조심을 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 시킬 수 있다.

물론 일부 운전자들이 걱정하는 스쿨존 안에서 대응이 불가능한 사고가 발생 할 수 도 있다. 아이가 갑자기 차도로 뛰어 들면서 발생한 사고에 운전자들이 당황하고 있고, 일부 학부모들은 이를 빌미로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면서 엉뚱하게 불똥이 번지고 있다. 일부 운전자들은 거리를 뛰어다니는 어린이들을 두고 ‘사람이 아니라 고라니’라거나 ‘걸어 다니는 합의금’이라는 비하 표현을 쓰기도 했다.

법이 아무리 가혹하다 해도, 운전자들의 불편함이 어린아이들의 목숨보다 소중하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민식이 법’의 처벌이 이전보다 많이 가중된 측면이 있음으로 인해 운전자들이 부담 과 불안을 느끼는 것은 십분 이해를 하지만, 하나의 사례를 가지고 법 개정 취지를 흔드는 것은 옳지 못하다.

경찰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무조건 엄중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에 따라 신중하게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스쿨존 규정 속도인 시속 30㎞ 미만을 지키는 것과 어린이를 위한 운전자의 안전운전의무 등 두 가지를 모두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쿨존 안에서는 반드시 30km 미만 서행과 횡단보도 앞에서 우선멈춤만 실행하면 걱정은 반감될 수 있다고 한다.

‘민식이 법’ 시행 전후 ‘어린이보호구역 교통사고’ 경찰청 통계자료를 분석해 보면 2019년 3월25일 ~4월30일 기간 동안에는 교통사고가 50건, 교통사고 부상이 50건, 속도위반 단속 건수가 153,397건이 적발되었다. 2020년 3월25일 ~4월30일 기간에는 교통사고가 절반이상 준 21건, 교통사고 부상이 23건, 속도위반 단속 건수는 152,729건이 적발 되었다. 속도위반은 별다르게 줄지 않았지만 교통사고와 부상은 절반이상 준으로 나타나면서 법의 실효성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민식이 법’ 시행이후 경찰청의 스쿨존 교통사고 통계치를 분석하면 의미 있는 통계를 발견 할 수 있다.

올해 3월 말부터 ‘민식이 법’이 시행돼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가 날 경우 처벌을 강화했지만, 과속하는 차는 여전히 많다. 교통사고는 절반 수준 이하로 줄어들었지만, 속도위반은 별반 차이를 발견 할 수 없는 고작 668건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아직도 운전자들이 스쿨존 안에서 평소 습관대로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 한다. 세상은 달라졌는데 운전자들의 의식수준은 그대로 인 것이다. 교통사고 빈도를 지난해와 비교해서 줄어든 것도 어찌 보면 운전자들의 안전운전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줄어든 것이라고 보아야 타당하다.

그동안 안전운전에 대한 어린이 보호구역 내의 교통사고는 사고 발생 당시만 잠깐경각심을 심어주었을 뿐이지, 사고는 근절되지 않았다. ‘민식이 법’ 시행 이후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속도는 평상시와 같이 달리며, 스쿨존 안에는 학생들 등교시간에도 불법 주.정차는 그대로다. 사람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이 없기에 ‘민식이 법’은 존치해야 할 의무가 있다.

스쿨존 안에서 30km 이하로 서행 운전을 한다 해도 시간상으로는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서행운전으로 안전사고는 훨씬 줄어들며, 덤으로 우리 아이들의 안전도 높아진다. 그러니 일시적인 불편함을 호소한다는 것은 사회적인 동의를 더욱 받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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