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민식이법’에도 달라지지 않는 스쿨존
[안수효 칼럼] ‘민식이법’에도 달라지지 않는 스쿨존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0.07.20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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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쿨존 내 불법주정차, 속도위반 더욱 주의해야"
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차에 치여 숨진 9살 김민식 군의 이름을 붙여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개정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을 두고서 우리는 ‘민식이 법’이라 부른다. 운전자 입장에서 보면 달갑지 않는 법이라고 말한다. '민식이 법'은 2020년 3월 25일부터 시행되면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안에서 교통 안전시설을 우선 설치하도록 하고 사고를 낸 운전자는 가중 처벌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민식이 법’이 개정 시행된지 3개월이 지났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 운전자들의 마음 씀씀이도 예전과 비슷하다.

'민식이 법'을 탄생시킨 고 김민식군 사고 당시에도, 교차로에 정차한 차량 탓에 시야 확보가 안된 것이 사고의 주요 원인이었다. 그런데 개정된 법이 시행되고 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은 운전자들이 아직 법의 개정의미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1월 1일부터 2020년 4월 30일까지 5년 4개월, 서울시 각 자치구의 불법 주정차 단속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5년 여 간 '스쿨존 불법 주정차' 단속으로 추정되는 건 30만 2,562건 이었다. 매년 6만 건을 약간 밑도는 수준으로 크게 늘거나 줄지 않고 꾸준했다.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를 가리는 불법 주차와 정차는 보행자 사고의 주범으로 꼽힌다. ‘민식이 법’이 사람 잡는 법이라는 볼멘소리를 할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잘못된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 삼성교통문화연구소의 자료에 의하면, 2018년 사고 데이터 9백여 건을 분석한 결과, '단일로' 보행자 사고는 60.9%, '교차로'는 46.5%의 원인이 불법 주정차로 인한 방해물이었다.

도로교통법은 13세 미만을 어린이로 규정한다. 어린이는 어른에 비해 키가 작고 시야가 좁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 쉽다. 또한 어린이는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충동적인 성향이 있어 어린이가 사고에 더 위험하다. ‘민식이 법’의 근본 취지는 어린이를 교통사고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다. 아직도 아침 일찍 학교 교문 앞을 지나가다 보면, 밤새 주차해 아이들이 등교하는 시간까지 그대로 주차해 놓은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스쿨존 내 주·정차 단속은 초등학교 정문 앞 도로 주 출입구로부터 다른 교차로와 접하는 지점까지 주·정차한 차량이 신고 대상이다.

‘안전 신문고 앱’을 설치한 스마트폰으로 동일한 위치에서 1분 간격으로 위반 지역과 차량번호 사진을 2장 이상 찍어 누구나 신고가 가능하다. 위반 차량은 승용차 8만원, 승합차 9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신고 운영 시간은 어린이 교통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시간대인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스쿨존에서 속도를 위반했을 경우에 최하 6만 원~ 최고 16만 원까지, 벌점도 최하 15점~ 최고 120점까지 부과될 수 있다. ‘민식이 법’이 시행된 이후 5월 말 까지, 창원에서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모두 590여 건에 이른다. 경남에 어린이보호구역은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등학교 등 모두 819곳으로 제한속도 30㎞를 적용받는 곳이 763곳 이다. 그러나 제한속도 40㎞가 11곳, 50㎞ 18곳, 60㎞ 27곳 등 30㎞를 초과하는 곳이 무려 56곳이다.

제한속도가 제각각인 이유는 도로 규모나 교통 흐름 등을 고려한다는 이유에서다. 스쿨존 안에서도 제한속도가 제각각 이다 보니, 오히려 사고우려를 걱정하고 있다. 간선도로나 큰 도로 일부가 스쿨존지역에 포함되다보니 진입하는 과정에 제한속도를 갑자기 줄이거나 급정거로 인해 사고가 더 많아질 우려도 있다. 스쿨존지역 제한속도의 획일화가 필요한 대목이다.

'민식이 법'을 비롯한 각종 어린이 안전 대책은 이 스쿨존에 집중돼 있다. 스쿨존 지역에서도 교통사고가 빈번한데, 스쿨존이 아닌 지역은 어떤 상황일까 궁금하다.

2007~2019년 13년 간 어린이 교통사고 16만 4,783건 중에서 스쿨존 사고는 6,844건, 4.2%다. 95.8%는 스쿨존 밖에서 발생하여 심각한 수준이다. 스쿨존지역 확대가 필요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것 역시 쉽지가 않다. 스쿨존 지정은 어린이 시설 주변만 지정 가능한 현행 법에서는 어린이집이나 어린이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은 현재로서는 스쿨존으로 지정할 수 없다. 특히 어린이집 정원이 100명을 넘어 지정 요건을 갖추었지만 "주민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안되는 경우도 있다.

2020년1월 기준 스쿨존 과속단속카메라 설치율은 경남이 4.6% 뿐이다. 어린이가 횡단보도를 건널 때 항시 교육하는 것이 보다, 서다, 걷다 이다. 그러나 스쿨존에 불법으로 주·정차한 차량으로 인해 볼 수가 없어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오는 8월부터 주민신고제가 강화 되면서 평상시대로 스쿨존 지역에 주·정차 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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