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차에서 내리면 나도 보행자
[안수효 칼럼] 차에서 내리면 나도 보행자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0.10.05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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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 (안전전문가)

자동차가 늘어나는 만큼 인명사고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2019년 보행 중 사망자 교통사고 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9년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1,302명 가운데 57,1%(743명)가 65세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교통안전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보행 중 사망자 수는 2018년 대비 12.4%(185명) 감소했다는 반가운 통계 치다.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보행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의 57.1%(743명)가 65세 이상의 고령자였으며, 특히, 65세 이상 사망자 743명 중 78.5%(583명)가 71세 이상으로 조사되었다.

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는 평균 2.51명, 65세 이상의 경우는 9.26명이다.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 OECD 평균이 1.0명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행중 사망자가 65세 고령자 비중이 평균치 보다 약 3,7배 수준이다.

고령자 일수록 횡단보도 사고율이 높다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운동신경의 퇴화다. 젊은이 보다 운동신경이 늦다보니 뇌로부터 전달받은 신호를 신체구조가 즉각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경우다. 멈추어야 할 때 젊은이들은 순간적으로 멈출 수가 있지만 고령자는 그렇지가 못하다.

두 번째는 주의력 결핍이다. 이는 어린이와 매우 유사한 경우다. 일반적으로 6세~7세의 아동들은 집중과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만, 시선의 범위 안에서만 집중하기 쉽고 주 시선을 벗어난 주변 범위의 일에는 집중하기 어렵게 된다. 고령자도 같은 이치다. 달려오는 차량의 속도와 보행자의 추돌 가능성에 따른 계산능력이 떨어진다.

셋째, 늦은 걸음걸이다. 당연한 것이기는 하지만, 고령자의 경우 젊은 사람보다 보행속도가 느려 위험을 알아차려도 피하기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주요 사고지점 50곳을 정밀조사해서 고령자 횡단 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도로 시설 개선방안 등 맞춤형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니 지켜볼 일이다.

횡단보도는 당연히 보행자 우선지대다.

횡단보도 교통사고는 보행자 보다는 운전자의 과실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전주시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건너려고 할 때 운전자 71.25%가 차를 세우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운전자는 보행자가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거의 정차하지 않았고, 보행자가 손짓으로 건넌다는 의사를 표시했을 때에도 차를 멈춘 사례가 절반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요행으로 자동차를 보행자가 비켜 가면 모를까, 이 정도 수준이면 사고는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횡단보도는 보행자 우선이 되어야만, 안전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보행자가 횡단을 하거나 횡단보도에 서 있을 경우에도 자동차는 멈추는 것이 교통법에 명시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의 경우 횡단보도를 통해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에게 우선 통행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하는 차량에게는 벌금 및 구금에 처하는 엄격한 법률로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다.

운전자가 전방과 좌우를 잘 살펴야 할 주의의무는 필수적이다. 또한 관계당국에서도 횡단보도 사고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는 없지만 사고를 줄이는데 노력해야 한다.

심야시간에 과속 차량에 의한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횡단보도와 교차로 주변에 가로등 조명 밝기를 개선하는 것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기존 조명등을 고효율 LED로 교체하고 밝기가 30룩스(lux)에서 50룩스로 높여서 횡단보도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밝게 비추면서 운전자의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소문난 맛 집의 경우 오랜 시간동안 고객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주인의 원칙은 어딜가나 비슷하다. 내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같은 이치로 ‘차에서 내리면 나도 보행자’가 된다는 원칙이 횡단보도 사고를 줄이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다. 횡단보도 사고는 가장 잘 지켜져야 할 교통안전지대가 오히려 사고가 가장 빈번 하다는 것은 운전자의 안전의식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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