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건축물 화재는 왜 반복되는가
[안수효 칼럼] 건축물 화재는 왜 반복되는가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0.12.07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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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한번 불이 붙으면 겉잡을 수 없이 번지는 화재. 인체에 치명적인 유독가스를 내 뿜어 돌이킬 수 없는 인명사고까지 발생하는 패널 화재사고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지난 4월 29일 경기도 이천시 한 물류창고 신축공사장 화재로 사망 38명, 부상 10명의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5월 4일 제주도의 한 양돈장에서 불이 나 소방 당국이 9시간 가까이 진화작업을 벌였지만, 돈사 내 돼지 수천 마리가 폐사하는 피해가 발생했다.

위 두 화재는 원인은 다르지만 건물 외장재는 모두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얇은 철판 사이에 채워놓은 스티로폼이나 우레탄폼이 타면서 연기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한 2차 피해가 더 크다. 샌드위치 패널은 값이 싸고 시공도 간단하며, 단열효과도 뛰어나 창고나 물류센터 등의 외벽으로 주로 사용된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이다.

샌드위치 패널은 한번 불이 붙으면 사람이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삽시간에 번지기 때문에 참사의 주범으로 꼽힌다. 대형 화재 때마다 피해를 키우는 주범으로 지적되지만 건축 현장에서는 여전히 건축주들이 선호하고 있다. 샌드위치 패널 건축물에서 불이나 대형 참사로 이어진 화재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9년 유치원생 등 23명이 숨진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 40명이 숨진 2008년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가 대표적인 샌드위치 패널 화재다. 소방청 화재통계에 정식 집계된 샌드위치 패널 화재는 지난 2007년부터 2019년 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해마다 3천 건 넘게 발생했다. 샌드위치 패널 화재의 심각성은 소방차가 아무리 빨리 도착해도 피해가 잘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물 안에 사람이 있을 경우, 인명피해와 피해 손실이 엄청나며, 건물이 완전 전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0년 넘게 같은 형태의 사고가 반복되는 것을 막으려면 가장먼저 부실한 안전 관리·감독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해마다 반복 될 수 밖에 없는 사회적인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다단계 구조로 엮여 있는 하도급 시스템이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하청, 재하청으로 하도급이 내려갈수록 시공팀 작업자가 현장 안전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도 크다. 하도급이 내려 갈 수록 이윤은 적어지고 공사 일정은 당겨진다. 이천 사고 현장은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 작업이 한 공간에서 진행됐던 것도 이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하자면 같은 공간에 할 수 없는 공정이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용접이 끝나고 난 뒤 우레탄폼 작업을 한다면 공기가 늦어 질 수 밖에서 없다. 화재 발생 원인을 파악해 보면 가장먼저 허술한 안전관리. 감독 부재였다.

연간 3,000건에 달하는 샌드위치 패널 화재로 인해 소방당국은 샌드위치 패널을 건축자재에서 제외해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왔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패널 사이에 불에 타지 않는 불연재를 넣는 방법이 있다. 전문가들의 주장은 가연성 물질 사이에 이렇게 불연재를 넣기만 해도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2014년 건축물에 사용되는 샌드위치 패널은 불에 타지 않는 '난연 성능'을 갖추도록 했지만, 바닥면적 600㎡(약 182평) 미만이면 사용을 허락했다.

이마저도 면적을 쪼개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허가받는 편법이 성행하면서 법 개정 취지를 비웃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물류창고에 샌드위치 패널을 쓰는 것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같은 이유로 화재와 참사가 반복해서 발생하지만 정부 대응이나 규제 등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사고가 터질 때 마다 안전관리 강화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간 정부가 이번에는 또 어떤 부실 대책을 들고 나올지 궁금하다.

똑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윤을 위해 안전 관리·감독의 책임을 소홀히 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해야 이번 사고처럼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사망 등 중대 사고를 일으킨 기업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 마련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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