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칼럼] 청풍명월이 만건곤할 제
[발행인칼럼] 청풍명월이 만건곤할 제
  • 양삼운 발행인
  • 승인 2020.12.27 09: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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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인사 올립니다, 그동안 강녕하신지요?

작금의 소동들에 대한 세밑의 분란들이야 찬바람과 함께 찾아오곤 하는 미세먼지일 것이니, 가지런한 자세로 단정하게 살아가시면 좋겠습니다.

엄동설한에 불민한 붓끝을 흔들어 보는 것은 오로지 안부와 염려와 기원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오니 가볍게 지나 가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일찌기 하늘이 처음 열리고 꿈틀거리던 생명들이 기립하여 하늘을 우르러보기 시작하면서부터 언제라도 위기 아닌 적이 있었겠는지요? 언제나 배부른 이들은 누워서 놀리고, 엎드린 자들은 내뱉으며 욕할 때에도 어디 하늘과 땅이 응답한 적이 있었는지요? 하물며 신의 영역에 다가가는 인간의 욕망이 언제는 멈춘 적은 있는지요?

태양을 향해 가려는 멍청한 이는 오늘도 자기는 다르다고 주문을 외울 것입니다. 자본은 물론이요 부채도 자산이요, 미실현 가치도 무조건 내것이어야 한다는 저 거룩한 덩어리들은 무엇으로, 누가, 언제 가둘 수 있을런지요? 엊그제 생신을 맞은 분과 비슷한 시기에 오셨다 가신 4대 성인들께서는 지금의 혼란을 어떻게 설명하시는지요?

무릇 사람의 도리를 다하고, 새벽부터 잠들때까지 인륜과 예의범절이 몸에 베인 선비들께서야 맑은 마음으로 흔들림없이 살아가실 수 있겠지만, 어디 범인들이야 그렇겠습니까? 목마르면 마셔야 하는 가난한 이들에게 도덕만으로 살아가라는 것은 가혹하지 않을런지요?

윤리와 도덕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것이 법이라 배웠습니다. 법은 언제나 정의로운 것이라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장 명석하고 반듯한 분들을 모신 곳이 아닐런지요? 그 뜨거운 봄과 여름을 보내고 이젠 다시는 겨울이 없을 듯이 만들었던 곳이 헌법재판소가 아닐런지요? 대법원과 병립하면서도 그 역할을 다하려 노력한 곳이라 평가받는 것은 지난한 촛불을 명확한 정언으로 확정해 준 곳이기 때문이겠지요. "파면한다"

사람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면 물러나 자숙하고 처분을 기다리는 것이 선비이자 학자로서의 자세가 아닐런지요? 아무런 잘못이 없을지라도, 억울하더라도 일단 물러나 사정이 바로잡힌 연후에 다시 선택하는 것이 수준높은 사회가 아닐런지요? 하늘아래 한점 부끄럼없다는 듯이 고개 꼿꼿하게 치켜들고 오만방자하게 군다면 이를 가리켜 성현들은 뭐라 하셨을런지요?

본인의 말도 지키지 않는 것이 사람이라고, 절차와 합리와 법규를 운운하는 자들은 도대체 33년전과 4년전 그 뜨거운 바람 속에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되돌아 보면 좋겠습니다. 감히 역사를 가른다는 분기점에서 저들은 오로지 일신의 안위를 위해 뒷골목에서 주판을 튕기지는 않았는지 확인해야 할 것입니다.

개혁이 필요할 때가 있고, 혁명을 해야 할 때도 있듯이 지금은 권력을 가진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내 손의 힘이 온전히 내것만은 아니듯이 어렵다고, 힘들다고, 괴롭다고, 싫다고... 개인에 대한 연민이야 뒤로 하시고, 오로지 선서한 대로 국민의 안위와 민주역사를 지키는 소임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편안하게 돌아오시면 막걸리 한잔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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