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터널 내 재난방송을 들을 수 없다
[안수효 칼럼] 터널 내 재난방송을 들을 수 없다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1.02.22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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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2016년에 개봉한 영화 ‘터널’은 관객 710만명을 동원한 히트작으로, 자동차 영업직을 하는 하정우가 집으로 가는 길에 터널이 무너졌다. 하정우는 갑자기 무너져 내린 터널 안에 홀로 갇히고 만다. 그가 가진 것은 78% 남은 배터리의 휴대폰과 생수 두 병이 전부다. 하정우와 아내 배두나는 터널 안에서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통해 남편에게 희망을 전하며 그의 무사생환 빈다.

우리가 일상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재난영화 ‘터널’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재난 상황에 빠진 터널 속 한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터널 안에서 외부와 소통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휴대폰이 아니면 라디오라는 점에 주목 할 필요가 있다.

라디오를 청취하면서 도로를 주행 하다가 터널 안으로 이동하면 차량의 라디오가 끊어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터널이 의외로 많다. 터널 안이라 주파수 끊김 현상인가하고 하고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지만, 터널 안에서는 라디오 방송 수신이 언제나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재해가 발생 할 경우, 비상방송을 통한 경보전달 및 구조요원의 구난활동을 위한 소방무선통신의 보조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재난은 언제든지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도로공사 통계를 보면 2011년~2017년 까지 고속도로 터널 1차사고 치사율이 8.6%인 반면, 터널 2차 사고의 치사율은 43.2%로 무려 5배 이상 높다. 통계치를 보아도 2차 사고의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라디오 방송 수신 단절로 인한 사고는 아니지만, 터널 내 사고 발생 시 소통 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함을 알려주는 통계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2019년 재난방송 수신환경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철도·도로·지하철 터널 모두 4,371곳 가운데 DMB와 FM 재난방송이 모두 수신이 가능한 터널은 16.1% 702곳 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도터널은 DMB·FM이 모두 수신되는 곳은 단 1곳(0.1%)에 불과했다.

DMB와 FM 가운데 어느 하나의 재난방송이 수신되지 않는 곳은 83.9%(3,669곳)다. 이 가운데 철도터널 재난방송 수신불량 비율이 유독 높았다. 실제 철도 터널 DMB는 98.5%(675곳), FM라디오는 96.5%(661곳)가 '수신불량'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 자료에 전국터널 4,371개 가운데 1,198개 터널에서 KBS 제1 라디오 수신이 양호하게 나왔고, 라디오수신이 양호한 비율은 고작 27.4%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전국에 산재한 터널 72.6%가 라디오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장마, 태풍, 감염병 등 재난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빠르게 회복하는 방안이 정부의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됐다. 재난은 취약 소외계층에 더 큰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미디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터널 안에서 재난주관 방송인 KBS 라디오 청취가 불가능 하다면 결코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다. 터널안의 사고는 외부와 연결된 스피크, 휴대전화, 라디오 등 다양한 채널이 완비 되어야 만이 신속한 통제와 구조가 가능하다. 그런데 가장 대중적이고 빠른 라디오 청취가 안된다는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다.

터널안 라디오 수신율이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속도는 영 게걸음 수준이다. 관련 법령에 보면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40조 3항(재난방송 등 수신시설의 설치) 도로법에 따른 도로, 도시철도법의 시설은 소유자, 점유자, 관리자는 터널 또는 지하 공간 등 방송수신 장애지역에 재난방송 등 민방위기본법에 따른 민방위 경보의 원활한 수신을 위하여 필요한 다음 각 호 의 방송통신설비를 설치하여야 한다. 이 경우, 국가는 예산의 범위에서 설치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고 법으로 명시 되어 있다.

도로터널 내 수신 환경 개선을 위해 2020년10월 20일 KBS와 한국도로공사가 MOU를 체결했다. 라디오전파 수신 장치는 예산이 수반되는 사업이라 터널 앞쪽까지는 KBS가 관리하는데 안쪽 시설물의 경우 KBS의 시설물이 아니라 도로공사의 관리책임이다. 이 영역은 KBS에서 권한 밖이다. 재난방송은 보편적이어야 한다. 고속도로라든지 큰 길의 경우는 MOU를 통해서 계속요청을 해나가지만 지방이나 작은 도로 같은 부분에서는 여전히 못 미치는 측면이 있다.

지방정부가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지역민의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해 요소가 될 수 있는 터널 안 통신시설은 예산의 범위를 벗어나 안전과 생명에 주안점을 두는 정책 입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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