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세탁기가 환경오염 주범이다
[안수효 칼럼] 세탁기가 환경오염 주범이다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1.08.24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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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과정에서 발생하는 땟물은 오수관으로 보내야
안수효 논설위원 (안전전문가)

7월 26일, 2021년 일본 도쿄 올림픽 경기 도중에 상상 할 수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2020 도쿄올림픽 철인3종 경기 (트라이애슬론) 남자 개인전이 열렸다. 남자 철인3종 결승전에서 결승선에 들어온 선수들은 오자마자 엎드려 고통을 호소했다. 구토하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몇몇은 몸을 전혀 가누지 못해 부축을 받으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람픽 전에도 도쿄 야외수영장에서 악취가 진동한다는 민원이 폭주 했다. 도쿄에는 빗물과 하수를 위한 별도 배수시설이 없다.

3000만명에 이르는 도쿄 시민들이 쓰는 하수는 정화를 거쳐 도쿄만으로 배출된다. 도쿄의 100년 된 하수도는 화장실 등에서 나오는 생활 오수와 빗물 등을 한데 모아 바다로 내보내는데, 많은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게 되면 하수도가 넘쳐 이 물이 그대로 오다이바 해변으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오물이 섞인 생활하수가 제대로 정화되지 않은 채 그대로 도쿄만으로 흘러 들어가 악취가 발생하고 바다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선수들은 한마디로 오다이바 해변 똥, 오줌과 빗물이 한데 섞인 똥물에서 경기를 한 것이다.

마산과 진해만에 유입되는 세탁하수를 줄이기 위해 시민들과 창원시가 함께 추진하고 있는 ‘맑은 마산만 부활프로젝트’ 가 있다. 창원 26개 하천에 우수관을 통해 생활오수가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오·우수관 분리가 잘 돼 있지 않은 마산과 진해지역의 상황은 심각하다. 창원시는 매년 10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마산만 특별관리해역으로 유입되는 36개 하천을 조사해 오염원을 차단하고 있다. 오수 유입 지점은 2018년 323개, 2019년 362개, 2020년 237개로 점점 줄어들었다. 창원시는 2019년부터 '수영하는 해맑은 마산만 부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2.20ppm 까지 올랐던 마산만 화학적 산소요구량(COD)을 2023년 1.7ppm 까지 낮춘다는 목표다.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은 옥상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설치된 우수관에 세탁기 호스를 잘못 연결해 그대로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려보내면서 마산과 진해만을 오염시키고 있다. 세탁과정에서 발생하는 땟물은 빗물이 흐르는 우수관이 아니라 오수관으로 흘려보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상식을 외면 한 것이다.

하수도법에는 세탁하수를 우수관을 통해 버리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아는 시민들은 드물다.

조금만 관심을 가진다면 우수관 과 오수관 구분은 가능하다. 오수관과 우수관 구분은 쉽다. 아파트 베란다에는 옥상 빗물이 흘러내리도록 연결한 원통형 관인 우수관이 있고, 오수관은 세탁하수 등 가정에서 발생하는 더러워진 물이 흘러내리도록 베란다 바닥에 설치돼 이후 정화과정을 거쳐서 바다로 방류하도록 돼 있다. 오수관과 우수관은 분리되어 있는데 일부 가정에서는 오염이 된 물을 우수관으로 강제로 흘려보내는 것이 환경오염의 대표적인 사례다.

만약, 비가 오면 악취 냄새가 난다면 우수관 과 오수관 분리가 안 되어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창원시의 경우 전국 최초로 청정바다를 위해 세탁기 제자리 놓기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오수, 우수관 분리가 안 되어 있는 것 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음식물쓰레기를 모조리 갈아서 오수관으로 흘려버리는 일이다. 음식물 분쇄기를 씽크대에 설치하여 흘려보낸다면 소비자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오수관로는 인체의 혈관처럼 여기저기 뻗어있고, 오수관로가 막힌다면 오수를 원활히 수송하지 못하고 지하나 도로 위로 오수가 유출되거나, 집 내부로 역류하는 현상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 오수관로 막힘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기름 다음으로 음식물 쓰레기다. 분쇄기는 보통 싱크대 안쪽에 개수대와 바로 연결해서 설치한다. 분쇄기로 잘게 부순 음식물 찌꺼기의 20% 미만만 하수구로 배출하고, 나머지 80% 이상은 회수통에서 걸러내야 한다. 일부 제조업자들은 이렇게 인증을 받은 뒤, 실제로는 분리형으로 만들고선 설치 때 회수통을 떼버린다. 작은 불편함이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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