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기자수첩]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천소영
  • 승인 2017.12.20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1885년 톨스토이가 쓴 단편소설이다. 책 속에서 사람은 자신의 계획과 고민, 생각으로만 사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 산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대인들은 그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까. 누군가는 돈, 누군가는 명예, 누군가는 자식이라고 할 것이다. 이와 반대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외로움’이다.

올해 우리는 벌써 많은 죽음과 직면했다. 각기 다른 사연들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움을 샀다는 공통점이 있다. 신생아들부터 젊은 인기가수까지 갑작스런 죽음들이 겹쳐 실감이 나질 않는다.

지난 18일 서울에 위치한 한 레지던스 건물에서 아이돌 가수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생을 마감했다. 그룹 샤이니의 멤버 고(故) 김종현이다. 유명 가수인 만큼 고인은 금세 화제가 됐고 동료를 비롯해 많은 팬들이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다. 빈소가 마련되기 전, 비보를 접한 팬들은 병원을 찾아 오열을 하기도 했다. 이제 팬들은 그가 생전 남긴 음악들로 슬픔을 달래고 있다. “나는 혼자 있는 것만 같아요. 혼자 참는 게 더 익숙해” 등 외롭고 쓸쓸함이 담긴 가사가 안타까움을 더했다. 동료들과 대중들도 SNS로 애도를 표하는 등 많은 사람들이 종현의 죽음에 슬퍼하고 있다.

종현이 생전 남긴 유서에는 우울로 인한 괴로움을 호소하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故 종현은 유서를 통해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날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며 "무슨 말을 더해. 그냥 수고했다고 해줘.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 수고했어"라는 말을 남겼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그는 어린 나이에 일찍 꿈을 이뤄 하고 싶은 것을 다 누리고 사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돈과 명예를 얻었는데 뭐가 부족해서 죽음까지 선택했느냐고 말했다. 수많은 팬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만 그는 도리어 외롭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마지막 말에 공감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다고 털어놓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죽을 용기로 살아라’, ‘너 만큼 힘든 사람도 많다’였다. 그러나 지옥에 빠져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감정의 무게 또는 가치의 척도는 오직 자신만이 정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티끌만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전부가 될 수도 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말하고 글을 남기며, 비판이라는 명분아래 함부로 비난의 말을 내뱉기도 한다. 또 위로의 뜻으로 한 말이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해석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삶의 이유만큼 아픔과 죽음의 이유도 다양하다. 아픔은 절대적이어서 자신이 겪는 일이 가장 힘들고 아프게 느껴진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타인의 삶을 함부로 대할 수 없으며 타인의 아픔에 함부로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 내가 정한 기준에 맞춰 타인을 판단하고 섣부른 충고를 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쉽게 내뱉는 말과 정보의 바다 속 마구잡이로 쓰이는 글의 무게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