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 청장 “자유무역지역의 역설”…경자청, 제조 걸림돌 규제에 정면 돌파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이 동북아 물류허브로 자리잡기 위해 구제 장벽을 허무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은 항만배후단지를 단순 물류에서 ‘글로벌 커피 허브’로의 도약을 선언하고, 이를 위해 ‘규제혁신’, ‘투자유치’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고 11일 밝혔다.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은 부산항 신항을 중심으로 5개의 배후단지를 조성·운영하고 있다. 배후단지는 향후 부산항 신항과 2040년 개항 예정인 진해신항의 메가포트 운영으로 폭발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이에 경자청은 적기에 용지 공급을 하기 위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부산항 신항을 중심으로 총 5개소, 약 970만㎡ 규모의 배후단지가 조성되거나 개발 중에 있으며, 개발이 완료된 배후단지는 웅동배후단지(1단계) 39개사, 북컨배후단지(1단계) 30개사, 총 69개사가 입주해 운영 중이다.
또한, 서컨배후단지(1단계)는 4개 부지 모두 업체 선정 후 입주 준비에 들어간 상태로 2026년 하반기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웅동배후단지(2단계)는 현 공정률 58%로 2027년 3월 준공 예정이다. 향후 공급되는 남컨배후단지는 제4차 항만배후단지 개발종합계획에 따라 2025년경 임대공고 예정이다.
항만배후단지의 개발사업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나,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에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분명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제자리다. 좋은 땅도, 연결된 인프라도 있다. 하지만 투자자는 머뭇거릴 수 밖에 없다. 앞을 가로막는 규제들 때문이다. 이에 경자청은 부지면적의 한계 극복을 위한 구역의 고부가가치화와 기업의 경쟁력을 위한 규제혁신에 돌입했다.
◆ “규제풀자 투자 몰렸다”...제도 풀자 투자 문의 쇄도
경자청이 항만배후단지에 적용되던 고도제한 및 입주면적 제한을 완화하면서 기업들의 투자유치가 이어졌다. 규제개선이라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가 투자유치에 미치는 영향을 경자청이 사례로 입증하고 있다.
그간 웅동배후단지 1단계는 건축물의 고도가 40m로 제한돼 있었으며, 항만배후단지 내 단일 기업별 임대 가능 면적은 150,000㎡로 제한돼 있었다. 이는 대형 물류창고나 자동화 설비 구축에 어려움을 줘 잠재적 투자 기업들의 신규 투자와 기존 기업들의 사업 확장에 발목을 잡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에 경자청은 일부 배후단지의 건축물 고도제한 규제와 면적제한 완화를 위해 관련부처인 국무총리실, 기재부, 해수부, 산업부 등 관계기관에 규제 개선을 계속해서 건의했으며, ‘자유무역지역 임대면적 제한(단일 항만 입주기업별 임대 가능 면적 15만㎡ 제한) 완화’와‘1종 항만배후단지 고도제한 완화(40m→60m)’를 이뤘다.
그 결과 미쓰이소꼬코리아(주)의 증액투자(482억원)가 결정됐다. 기존에는 1~2층 저층 물류창고에 머물렀던 구조가 4층 이상 대형 스마트 물류센터로 진화하면서, 단위면적당 물류처리량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부족한 부지 내에서 시설의 고밀도 입체화 및 집적화가 가능해지고, 미분양 부지의 투자유치 경쟁력 확보와 우수 기업 유치에도 유리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 “자유무역지역의 역설”...물류는 되는데 제조는 어렵다?
부산항은 국내 커피 수입의 94%를 처리하는 주요 관문이자 세계 2위의 환적항만으로 커피의 가공무역을 통한 수출에도 적합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또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항만배후단지는 ‘자유무역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외국 물품의 반입과 보관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가공’이후 발생한다.
이 지역에서 가공된 커피 제품을 반출할 경우, 해당 제품은 ‘우리나라에 도착한 외국물품’으로 간주돼 관세가 부과된다. 실제 커피 생두에는 2%의 관세가 붙고, 가공된 원두에는 8%의 관세가 매겨진다. 이 때문에 배후단지 내 기업들은 제조해 다시 수출하기보단 수도권에서 가공해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편을 택한다. 부산항은 수입만 하고, 돈은 수도권에서 버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 경자청이 움직인다!“원료과세 도입하자”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경자청이 세관과 함께 협력했다. 핵심은 관세 부과 방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기존처럼 완제품에 세금을 매기지 않고, 제조가공을 위해 투입된 원료에 대한 원료과세를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이는 보세공장에 적용되는 방식과 유사하다. 즉, 자유무역지역 내 제조업체에 ‘보세공장 수준의 혜택’을 부여해 항만배후단지 내에서도 경쟁력 있는 제조 활동이 가능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관세청에서 지난 3월 19일 자유무역지역 생산 제품에 대한 원료과세를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해 ▲제품에 대한 과세 또는 ▲투입된 외국 원재료에 대한 과세 중 유리한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여 기업의 관세 부담을 줄이게 됐다.
◆ 커피를 넘어, 신산업 생태계 조성으로 날개 달아
이러한 규제혁신이 계속해서 이뤄진다면,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항만배후단지는 단순 물류 거점을 넘어 ‘글로벌 복합물류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물류와 제조가 융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이 항만배후단지에 자리하면, 커피산업의 경우 관련 스타트업과 로스팅 공장, 포장디자인 업체까지 하나의 커피 클러스터 조성이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와도 맞닿아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가공·제조 구조를 지방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도 기대된다. 항만배후단지의 변신은 단순히 ‘제조가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산업 구조를 바꾸는 작지만 강한 제도 혁신이다. 경자청의 이러한 움직임은 자유무역지역이라는 제도적 틀을 활용해 규제의 벽을 넘어서는 대표 사례가 될 것이다.
박성호 청장은 “메가포트를 가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항만배후단지는 전국 경제자유구역을 넘어 전 세계에서도 압도적인 입지경쟁력을 가진 곳”이라며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의 기업들이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 위한 관건은 규제혁신 속도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법 개정과 제도 도입이 얼마나 빠르게 이뤄지느냐에 따라 구역의 미래가 달라지는 만큼 규제개선을 위한 활동을 속도감 있게 이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