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으로 드러난 민낯
‘미투운동’으로 드러난 민낯
  • 천소영 기자
  • 승인 2018.03.1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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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소영 기자
천소영 기자

최근 ‘미투운동’이 사회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그 후폭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미투운동(Me Too movement)은 2017년 10월 미국에서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폭력 및 성희롱 행위를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에서 해시태그(#)를 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수많은 저명인사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밝히면서 미투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당한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며 미투운동에 동참했다. 한 여검사가 법조계 남성들에게 성희롱 당한 피해고백을 시작으로 연예계, 문단, 극단, 종교 등 각계각층의 만행이 수면 위로 끌어올려지면서 정치권까지 확산돼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다. 권력에 의해 그동안 가려지고 묵살됐던 악행들이 공론화되면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성(姓)을 토대로 한 범죄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만연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어렵게 자신의 아픈 과거를 밝히는 피해자에게 몇몇 사람들은 ‘왜 이제야 말하느냐’며 비난의 화살을 돌리거나 음모론을 제기했다. 그렇다면 대다수의 여성들이 왜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한국의 성폭력 신고율이 2~6%에 불과하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피해사실을 알리기 수치스럽고 어려운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이다. 그동안 피해자들은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어왔다.

미투운동에 올라온 고발 글들도 마찬가지로 남녀의 위계차이를 이용해 여성들에게 가해진 무자비한 폭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때의 폭력은 평등하지 않은 남녀권력 차이에서부터 발생한다.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이를 이용해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여성을 성적으로 학대했으며, 피해자들이 거스를 수 없는 권력을 이용해 그들의 인생과 미래를 옭아맸다. 윗사람에게 함부로 거절하기 힘든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를 악용해 피해자들은 학계퇴출의 문턱에 섰고, 우울증을 앓으며 수십 년 동안 자신을 자책하며 살아왔다.

미투운동은 이와 같이 숨죽이고 있던 피해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동안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미투를 넘어 방관하지 않고 함께 싸우겠다는 위드유(With you) 운동으로 진화하고 있다. ‘왜 그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는 피해자를 탓하는 발언과 피해자의 얼굴과 신상 등을 공개하는 2차 가해도 막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숨어있던 피해자들이 당당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미투 운동’이 사회적으로 번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나 본연의 취지가 훼손되고 엉뚱한 피해자가 생겨서는 안 된다. 또한 단순히 운동으로 끝나지 않고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폭력·성추행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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