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환경련 "학교석면제거작업 무원칙 여전, 총체적 부실 현장 다수"
경남환경련 "학교석면제거작업 무원칙 여전, 총체적 부실 현장 다수"
  • 이연동 기자
  • 승인 2020.02.1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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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드라인에는 구체성과 강제성 부여를, 관리감독에는 전문성을 더해야"
경남환경운동연합이 10일 경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석면 제거작업이 총체적으로 부실하게 진행된다"며 "구체적이고 강제적인 가이드 라인과 전문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사진제공=경남환경련)

[가야일보 창원지사=이연동 기자] 경남환경련이 학교석면 제거작업이 여전히 무원칙하고, 총체적 부실 현장이 여러곳이라고 비판했다. 환경련은 "가이드라인에는 구체성과 강제성을 부여하고, 관리감독에는 전문성을 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2019~2020년 겨울방학동안 전국에서는 1600여 곳의 학교에서, 경남도내에서는 165개 학교에서 석면철거공사가 진행되고 있거나 끝났다. 경남환경운동연합은 165곳 중 진주 11개교, 산청 5개교, 의령 1개교, 진해 5개교, 거제 11개교, 통영 6개교, 고성 4개교, 사천 4개교 등 47개교에서 학교석면철거모니터단으로 참여해 활동했다.

11일 경남환경운동연합(상임공동대표 송영기)에 따르면 모니터링 활동 참여 결과, 학교시설 석면 해체 제거작업의 모든 단계에서 부실과 무원칙으로 인한 문제점을 확인했다. 부실과 무원칙 학교석면 해체작업이라면 차라리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고 주장했다. 대충 하다가는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학교’를 만들려다가 오히려 ‘석면으로 불안한 학교’가 될 수 있다는 우려이다.

사전설명회에서는 학교석면제거작업 안내 현수막 미설치, 작업개요를 알리는 설명자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았다. 이는 학교 구성원은 물론 인근 주민, 그리고 작업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했거나 교육청과 학교 측의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학교석면해체철거 모니터단의 활동에 대해 진지하게 접근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경남환경련은 전날 경남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전청소 단계에서 ‘사전청소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업체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전체 공정 중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운 작업이기 때문에 더 잘 할 수 있는 공정이지만, 눈에 보이는 곳만 대충 청소하는 모습에서는 작업 전반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다.

경남환경련은 "교육부는 학교시설 석면 해체 제거작업 안내서가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강제성을 명확히 부여해야 한다"며 "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은 학교시설 석면 해체작업 관리감독에 더욱 책임성을 갖고 임하여 공사일정이 아닌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학교는 석면해체제거작업 모니터링단의 운영에 주체성과 책임성을 가져야 하며, 교장을 비롯한 학교 관계자가 충분히 학교석면문제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사전 습득해야 한다"며 "업체는 학교석면해체제거작업이 왜 시행되고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다시금 자각하고, 무엇보다 학생들과 작업원들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8개 학교에서 재청소와 재점검이 이뤄졌는데, 이 결론을 내는 과정에서 공사업체와 모니터링단이 실랑이를 하는 유감스러운 상황도 벌어졌다는 것이다. 비닐보양 단계에서는 권장사항인 덕트테이프가 아니라 관행대로 저가의 테이프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많았다. 벽면 보양에 권장되는 졸대를 사용하지 않고 부실하게 비닐보양 처리해 음압기를 가동하자 비닐이 찢어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비닐보양 점검에 임하는 업체의 태도로, 석면제거작업 현장의 밀폐성이 제대로 유지되는지 확인하려면 마이너스 압력, 즉 음압기 장비를 가동한 상황에서 비닐보양이 온전하게 버티는지를 보아야 하는데, 모 업체는 음압기 장비를 준비하지도 않은 채 비닐보양 점검을 받겠다고 했다"는 비판이다.

경남환경련은 "이때까지 그렇게 해왔다고, 관행이라고 했다. 단지 공사일정을 맞추고 작업을 빨리 끝내겠다는 이야기"라며 "이러고 있으니 학교석면해체작업을 대체 왜 한다는 건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이외에도 석면 해체·제거 작업 중 안전 원칙 무시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다음은 경남환경련의 회견문 일부이다.

작업장 감시창 미설치, 방진복 미착용 출입, 방진복 입은 채로 건물 외부 활동, 위생시설 미가동 또는 형식적인 설치가 태반이었고, 위생설비 사용에 대해 지적하자 물티슈로 닦으면 된다며, 다른 업체 또한 그렇게 해왔다고 말해 모니터링단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모 초등학교에서는 무 석면인 행정실에 비닐보양 없이 업체의 장비보관장소로 사용하려고 해 교육청과 시청 환경과에서 두차례에 걸쳐 바로 폐쇄하라 지적했지만, 감리의 전문성 부실로 바로 위층에서 해체작업인데도 뒤늦은 보양을 해 장비보관장소로 사용하려는 것을 본 학부모가 시민단체의 민원을 넣으면서 해체·제거작업이 차질이 생기는 일도 발생했다.

작업 과정이 이렇게 무원칙에 부실하니, 최종단계인 석면제거 잔재물 조사에서 석면조각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다. 통영거제고성을 중심으로 각 학교별 잔재물조사에서 시료채취를 했다. 그 결과 한 초등학교에서는 인테리어(가벽) 뒤에서 작은 석면 조각이 아니라 ⅔정도 크기의 석면텍스가 1M길이정도 떨어진 것이 모니터링을 하던 환경운동연합에 의해 발견되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사후정밀청소가 얼마나 부실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현실입니다. 다른 어느 학교에서는 모니터단에 알리지도 않고 소규모 석면제거공사를 시행했는데, 잔재물 조사시 채취한 시료검사에서 당연하게도 석면이 검출되었습니다.

달리 생각하면, 그나마 이렇게 석면조각이 발견된 게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잔재물조사 현장에서 감리와 석면전문가 등이 일을 했고 모니터링단이 확인했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감리와 석면전문가가 없거나 부실하다면 모니터링단도 제대로 활동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관리와 감독에도 전문성을 더해야 합니다. 면적이 큰 현장에만 배치할 것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현장에 감리와 석면전문가가 배치되어야 합니다. 공사 감리는 확고한 원칙과 책임성을 가져야 하며, 석면제거작업에 대한 전문성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우리는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을 요구하는 게 아닙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미세먼지의 위해성에 대해 공론화가 이루어지고 대책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미세먼지보다 훨씬 위험한 물질이 바로 석면입니다.

게다가 미세먼지 대응에 비하면 학교석면대책은 쉽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세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강제성을 부여해 학교석면제거 현장에서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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