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헌법재판관에 문형배·이미선 지명
문재인 대통령, 헌법재판관에 문형배·이미선 지명
  • 양삼운 선임기자
  • 승인 2019.03.20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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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조용호·서기석 퇴임..우리법硏·여성법관 출신
9명중 보수성향 둘 남아..軍동성애·국보법등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문형배 부산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왼쪽)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청와대 제공/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신임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한 문형배 부산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왼쪽)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청와대 제공/뉴스1)

[가야일보=양삼운 선임기자, 일부 뉴스1] 헌법재판소의 진보 색채가 짙어지고, 지역과 노동, 여성 등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한 조용호·서기석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진보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회장 출신 '향판'(지방 법관)과 40대 여성법관이 지명되자 호평과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문 후보자는 읽은 책을 소개하는 페이스북과 특강 등 대중친화적인 행보로 동남권을 비롯한 법조계 내외의 신망을 받아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름달 19일 퇴임하는 조·서 재판관 후임으로 부산가정법원장을 역임한 문형배 부산고법 수석부장판사(54·사법연수원 18기)와 이미선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49·26기)를 임기 6년의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다고 20일 청와대가 밝혔다.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대아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한 연수원 18기로, 2009년 우리법연구회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이미선 후보자는 부산 학산여고와 부산대학교 법대(학·석사)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연수원을 26기로 수료했다.

문 부장판사는 평소 '힘없고 억울한 사람이 기댈 수 있는 곳이 법원이어야 한다'며 노동사건, 아동학대, 가정폭력 사건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존중해온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특히 노동법 분야에 전문성을 갖춰 산업재해 인정범위를 넓힌 판결, 정리해고 요건인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를 엄격하게 인정한 판결로 주목을 받았다.

이미선 후보자도 2010년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며 꾸준히 노동법분야를 연구해 노동법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2009년 2월엔 '여성인권 보장 디딤돌상'을 받았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전효숙·이정미 전 재판관, 이선애·이은애 재판관에 이어 역대 5번째 여성재판관이 된다. 1988년 헌재 출범 뒤 여성재판관 3명 동시재직은 처음이다. 또 이 후보자는 이 전 재판관에 이어 임명 당시 기준 최연소(49세)로, 현재 헌재에서 가장 기수가 낮은 이영진·김기영 재판관(22기)보다 네 기수 아래로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전망이다.

조·서 재판관이 임기를 마치면 박 전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은 모두 물러난다. 헌법재판관(소장 포함) 총 9명이 모두 문재인 정부 들어 임명되는 것이다. 지난달 취임한 유남석 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 7명은 모두 6년 임기가 2023년 이후 끝난다.

2023년까지 헌재에 남는 보수 혹은 중도보수 성향 재판관은 황교안 전 대통령권한대행 시절 임명된 이선애 재판관과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이종석 재판관 두명이다.

9명 중 진보성향으로 평가되는 인물은 우리법연구회 창립멤버였던 유남석 소장(문 대통령 지명)과 이석태·이은애 재판관(김명수 대법원장 지명), 김기영 재판관(더불어민주당 추천) 등이다. 이영진 재판관은 바른미래당이 '중도 성향'이라고 강조했다.

여기다 새 헌법재판관 후보가 전임에 비해 진보성향으로 지명되며 향후 헌재의 진보색채도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낙태죄 관련 헌법소원, 군 동성애 처벌 위헌법률심판, 현대차 노조업무 방해 헌법소원,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 조항 위헌법률심판 사건 등이 헌재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 중 낙태죄 선고는 조·서 재판관 퇴임 전인 내달 11일로 예정돼 있다.

한편, 문형배 후보자가 지명되자 부산과 경남 지역 법조계에서 환영의 목소리가 나온다. 문 후보자는 지난해 헌법재판관 후보로 2번 천거됐지만 임명되지 못했고, 지난해 9월에는 대법관 최종 후보 10인에 향판으로는 유일하게 천거됐지만 역시 낙마했다.

그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청문보고서가 채택되면 본회의 표결 없이 정식 임명될 수 있다. 지난해 경북 출신 김창종 헌법재판관 퇴임으로 명맥이 끊긴 향판 출신 헌법재판관이 취임하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청빈한 법관으로 살아온 문 지명자가 헌재 결정의 권위를 더욱 높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2016년 대법원의 법관 재산 공개에서 부산가정법원장이던 문 후보자는 3억5천600여만원을 신고해 가장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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