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기후위기 사회, 이제는 ‘행동하는 시민’이 답이다
[기고] 기후위기 사회, 이제는 ‘행동하는 시민’이 답이다
  • 박미영 기자
  • 승인 2026.09.09 1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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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보정 세계기후변화종합상황실 부산본부장 (환경교육사)

9월의 코스모스가 한들 한들 바람에 나부낀다. 계절은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 온다. 계절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의 계절은 예전과 같지 않다.

조보정 환경교육사

폭염은 길어지고, 집중호우는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바다는 뜨거워지고 빙하는 녹고 있으며, 산불과 가뭄은 세계 곳곳에서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

이제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단체나 과학자들만의 의제가 아니다. 우리의 건강과 식탁, 주거와 일자리, 산업과 경제, 나아가 다음 세대의 생존과 직결된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2026년 발표한 「State of the Global Climate 2025」에서 2015~2025년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11년이었다고 밝혔다. 2025년 지구 평균기온은 1850~1900년 평균보다 약 1.43℃ 높았으며, 해양의 열함량도 관측기록상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2026년 상반기 지구촌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인류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현재진행형의 현실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전 세계 재보험사와 국제 기상·방재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자연재해로 인한 글로벌 경제적 피해액은 약 11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4조 원에 달했다. 이는 10년 장기 평균인 약 1130억 달러에 근접한 규모다.

그러나 더욱 엄중한 것은 피해액의 크기만이 아니다. 재난의 발생 시점은 앞당겨지고, 강도는 극단화되며, 폭염·가뭄·산불·집중호우·홍수·산사
태가 서로 연결되는 복합재난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연쇄작용은 유엔의 ‘2030 지속가능발전목표
(SDGs)’ 달성을 위한 사회·경제적 기초 체력을 빠르게 침식하고 있다. 기존 방재 시스템의 임계점을 넘어서는 재난이 반복되고 있다는 뜻이다.

기후위기를 두려워하는 사회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사회로

네팔의 대홍수는 이러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네팔 랑탕 리룽 산악 지역에서 빙하와 그 아래 암반이 대규모로 무너져 내리며 재해가 시작되었다.  히말라야의 급경사 지형과 좁은 계곡, 몬순 기후, 산림 훼손과 토지 이용 변화가 겹치면서 홍수와 산사태에 취약하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강수의 변동성과 극한강우 가능성이 커지고, 빙하호 붕괴 위험과 하천 범람 위험까지 더해지고 있다. 무분별한 도로 개설과 하천 주변 개발, 배수·제방 인프라 부족, 취약한 조기경보와 대피체계도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다.

따라서 네팔의 홍수 해법은 단순히 제방을 높이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유역 단위의 통합 물관리, 산림과 상류지역 복원, 위험지역 개발 제한, 기후위험지도에 기반한 도시·도로 계획, 빙하호와 하천의 실시간 감시, 주민에게 즉시 전달되는 다중재난 조기경보, 안전한 대피로와 대피시설 확충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국제사회는 네팔과 같은 취약국에 기후적응 재원과 기술을 지원하고, 국경을 넘는 수자원·재난정보 공유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재난 이후의 복구도 과거 상태로 돌아가는 ‘원상복구’가 아니라, 더 안전하고 회복력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더 나은 재건’이어야 한다.

이 숫자와 사례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지구가 조금 더워졌다는 의미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온 상승은 폭염과 가뭄을 심화시키고, 따뜻해진 바다는 집중호우와 강한 태풍 등 극한기상의 위험을 높인다. 빙하와 해빙의 감소, 해수면 상승, 생태계 변화는 식량과 물, 건강과 경제의 위험으로 연결된다.

IPCC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기온 상승이 추가될 때마다 위험이 빠르게 증가하며, 폭염·집중호우 등 극한현상과 식량·물 안보에 대한 위험이 더욱 커진다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기후위기를 ‘남의 문제’에서 ‘나의 문제’로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는 한 사람의 잘못으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산업과 에너지, 교통과 건축, 소비와 도시구조 등 사회 전체의 시스템이 오랜 기간 축적해 온 결과다.
따라서 해결 역시 한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제도를 만들고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기업은 기술혁신과 탄소감축에 나서야 한다.
지방정부는 지역의 기후위험을 찾아 도시의 구조를 바꾸어야 한다.
학교는 미래세대에게 기후시민교육을 해야 한다.
시민은 생활 속 실천과 정책 참여를 통해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즉, 정부 + 지자체 + 기업 + 학교 + 시민 + 전문가가 함께 움직이는 새로운 기후거버넌스가 필요하다.

둘째, ‘기후위기 교육’을 ‘기후행동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기후교육은 기후변화의 원인과 심각성을 알려주는 데 많은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기후위기가 심각합니다.”
라는 말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대신 이렇게 질문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에서 새로운 기후행동이 시작된다.

기후행동 교육은 알기(KNOW) → 보기(SEE) → 생각하기(THINK) → 계획하기(PLAN) → 행동하기(ACT) → 측정하기(MEASURE) → 확산하기(SCALE)
의 7단계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를 공부한 시민이 자신의 생활을 바꾸고, 지역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 프로젝트를 만들고, 정책을 제안하고, 성과를 측정하는 구조다.
이것이 바로 ‘행동하는 기후시민’이다.

셋째, 탄소중립을 생활 속 실천과 국가 시스템 전환으로 바꿔야 한다
탄소중립은 거대한 국가정책처럼 보이지만 출발점은 우리의 일상이다.

에너지를 아끼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을 줄이고,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재사용과 재활용을 확대하고, 도시숲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시민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겨서도 안 된다. 개인의 실천만으로 사회 전체의 탄소중립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산업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산림·토양·해양 등 지구의 탄소흡수량과 배출량의 균형을 맞추는 탄소중립(Net-Zero)은 개인의 절약만으로 달성할 수 없다. 전력·산업·수송·건물·농축수산·폐기물 전 부문의 구조적 전환과 함께,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고 감축 성과를 검증하며 불가피한 잔여배출을 책임 있게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시민의 행동을 뒷받침하는 제도와 인프라, 산업과 기술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따라서 기후행동은
개인의 실천 + 기업의 혁신 + 정부의 정책 + 지역사회의 공동행동 이라는 4개의 축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동시에 감축만큼 중요한 것이 적응이다. 이미 발생하고 있는 폭염과 홍수, 가뭄과 산불에 대비해 기후취약계층을 보호하고, 도시의 배수·그늘·냉방·의료·대피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탄소중립과 기후적응은 선택지가 아니라 함께 추진해야 할 두 개의 국가안전 전략이다.

넷째, 기후위기를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의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위기인 동시에 거대한 전환의 기회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 RE100, 에너지효율, 전기화, 친환경 교통, 순환경제, 탄소관리, AI 기반 기후예측, 스마트시티, 해양·블루카본, 녹색금융, 기후적응 산업 등이 새로운 성장 분야로 확대될 수 있다. 특히 AI는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 도구가 될 수 있다.

AI를 활용하면 에너지 사용량을 분석하고, 탄소배출을 측정하고, 산불과 홍수 위험을 예측하고, 도시의 에너지와 교통을 최적화하는 등 데이터 기반 기후행정과 기후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질문은 “기후위기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후위기를 해결하면서 어떤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 것인가?” 가 되어야 한다.

다만 전환의 비용과 편익이 특정 계층과 지역에 편중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세워야 한다. 탄소집약 산업과 지역의 노동자에게 재교육과 고용안전망을 제공하고, 에너지 빈곤층의 부담을 줄이며, 중소기업이 녹색전환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과 기술을 지원해야 한다.

다섯째, 지역이 기후위기 해결의 실험실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세계적인 문제이지만 피해는 지역에서 발생한다.

폭염은 우리 동네에서 발생하고, 침수는 우리 거리에서 발생하며, 산불은 우리 산림을 위협하고, 해수면 상승은 우리 해안도시를 변화시킨다. 따라서 기후위기 대응의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지역이다. 특히 해양도시 부산은 중요한 기회를 가지고 있다. 바다와 항만, 산림과 도시, 관광과 산업, 대학과 연구기관이 함께 존재하는 부산은 기후위기의 피해를 경험하는 도시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기후해법을 시험할 수 있는 도시다.

부산을 비롯한 지역도시는 기후데이터 → 기후위험지도 → 시민참여 → 탄소감축 → 기후적응 → 신산업 → 일자리로 이어지는 지역형 기후행동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지역별 기후예산과 성과공시를 결합해야 한다. 어느 지역이 얼마를 투자했고,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였으며, 침수·폭염 위험을 얼마나 낮췄고, 취약계층을 얼마나 보호했는지를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정책은 선언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지역 성과로 평가되어야 한다.

여섯째, ‘기후행동 20’과 같은 시민 실행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기후행동은 거창한 구호만으로 지속되지 않는다. 구체적인 행동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개인·가정에서는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이동, 일회용품 감축을 실천하고, 학교에서는 탄소제로 교육과 학교숲을 추진할 수 있다.

기업은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RE100 전환, 탄소배출 관리에 나서고, 공공기관은 녹색조달과 기후예산을 확대할 수 있다. 지역사회는 도시숲, 자원순환, 기후취약계층 보호, 지역 탄소감축 프로젝트 등을 추진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제를 묶어 ‘기후행동 20’이라는 시민실천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다면, 기후교육을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역운동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일곱째, 기후행동을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해법은 여기 있다. 기후위기 대응이 행사 한 번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교육이 끝난 뒤에도 시민이 참여하고, 기업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전문가가 해결책을 제시하고, 지자체가 정책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상시적인 기후행동 플랫폼이 필요하다.

그 구조는 다음과 같다.

시민
↓
기후교육·워크숍
↓
지역 기후문제 의제 발굴
↓
Climate Action Lab
↓
해결 프로젝트
↓
성과측정(KPI)
↓
정책제안
↓
지자체·정부사업
↓
기후산업·일자리
↓
지역 확산

이렇게 되면 기후교육은 단순한 교육이 아니라 정책을 만들고 산업을 만들며 시민사회를 움직이는 실행 플랫폼이 된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후위기를 얼마나 많이 이야기했느냐가 아니다. 얼마나 많이 행동했느냐이다. 몇 명이 교육을 받았는가. 몇 개의 가정이 실천했는가. 얼마나 많은 탄소를 줄였는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절약했는가. 얼마나 많은 지역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는가. 얼마나 많은 정책이 변화했는가. 그리고 얼마나 많은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이 만들어졌는가. 이제 기후정책의 성과도 ‘교육 인원’에서 ‘행동과 감축 성과’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법·제도 역시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2026년 개정된 법·시행령은 국가 및 지방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하고,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와 지방기후위기대응위원회 체계를 반영했다. 또한 기후위기 취약계층 지원과 기후과학·데이터 기반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이 제시됐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를 만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현장에서 작동하는 실행모델을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정부는 다음 네 가지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 첫째, 모든 정책과 예산에 기후영향을 반영하는 기후주류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둘째, 배출량과 재난위험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할 수 있는 공개형 기후데이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탄소감축과 기후적응 사업에 안정적인 재원을 배분하고 성과를 검증해야 한다. 넷째, 시민·기업·전문가가 정책의 설계와 평가에 참여하는 숙의형 거버넌스를 제도화해야 한다.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지만, 해결 역시 ‘우리 모두의 기회’다

기후위기를 너무 두려운 이야기로만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에너지를 바꾸면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도시를 바꾸면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지고, 교통을 바꾸면 새로운 이동체계가 만들어지고, 산림과 바다를 보호하면 새로운 탄소흡수원이 만들어지고, 시민이 행동하면 새로운 기후시민사회가 만들어진다.

결국 기후위기 대응은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작동방식을 미래형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

“기후위기를 막자”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사회를 만들자”로. “탄소를 줄이자”에서 *“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경제를 만들자”로.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에서 *“정부·기업·지역사회·시민이 함께 해결하자”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후위기를 배우는 도시”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도시”로.

9월의 코스모스가 한들 바람에 나부끼는 오늘. 지구(기후위기)의 시계는 쉴세없이 임계점을 향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꽃 한 송이의 아름다움만이 아니다. 그 꽃이 피어날 수 있는 계절과 숲과 바다, 태양과 달과 별, 자연의 신비, 그리고 다음 세대가 살아갈 지구를 지켜야 한다.  

기후위기의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오늘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실천하며,  함께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제는 말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다. 기후위기를 배우는 사회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사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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