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대 거울을 보면 아내의 환한 얼굴이 비친다. 그 얼굴을 보고 있으면 미소 띠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화장대는 어느새 우리 부부의 미소 제조기가 되었다.
우리 부부가 늘 다정했던 것은 아니다. 서로가 마음이 맞지 않는다고 여겼지만, 돌아보면 내 불찰이 컸다. 아내는 종종 “오빠는 나를 사랑하지 않잖아”라고 말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아무 대답 하지 않았고, 내 행동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섭섭한 마음이 쌓인 아내는 나를 멀리했고, 나 또한 그런 아내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했다.
어느 날, 별생각 없이 중고거래 사이트 ‘당근’을 둘러보다 화장대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보리색의 고풍스러운 서양식 원목 화장대였다. 아내가 좋아할 것 같아 스마트폰을 내밀며 “이거 어때?”하고 물으니, “괜찮은데?”하는 짧은 대답이었지만 아내의 얼굴이 밝아진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함께 물건을 보러 가는 길에는 눈빛에 설렘이 비쳤다. 화장대를 살펴보는 아내는 보물을 발견한 사람 같았다.
집으로 가져와 자리를 잡아주자 아내는 화장대 곁에서 떠날 줄 몰랐다. 이쪽에서 보고 저쪽에서 만져보더니 위에 천도 깔아보았다. 방이 한결 환해졌고 아내의 얼굴도 그랬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까지 밝아졌다. 형편이 넉넉했다면 새것을 사주었을 텐데 하는 마음에 미안했다. 하지만 아내가 기뻐한 것은 화장대의 값 때문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 뒤로 나를 대하는 아내의 말투가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나도 아내에게 말을 건네기가 편해졌다.
어느 날, 아내와 함께 시장을 걷고 있는데, 팔에 부드럽고 따뜻한 감촉이 느껴져 내려다보니 아내가 내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나는 그 팔을 가만히 느끼며 걸었다. 화장대 하나가 우리 사이를 단번에 바꾸어놓은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서로 닫혀 있던 마음에 작은 틈을 내주었을 것이다.
오늘도 화장대 거울에는 아내의 얼굴이 비친다. 아내의 밝은 얼굴에 나의 마음도 흐뭇하다. 내가 아내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화장대보다, 그런 순간을 함께 만들어가는 마음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