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 오랜 세월 부산의 산업화와 도시 성장의 역사를 품어온 이 하천은 오늘날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하수관 정비와 해수도수, 강바닥 퇴적물 제거 등 다양한 개선사업에도 불구하고 악취와 탁도 문제가 반복된다면, 이제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동천을 살리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분명하다. 오염된 물을 사후에 정화하는 데 머무르지 말고, 오염물질이 하천으로 들어오는 경로부터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산은 동천 본류와 지류, 복개 구간, 하수관망을 하나의 관리체계로 묶는 ‘동천 유역 통합관리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첫째, 하수관과 우수관의 연결 상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관로 내부 조사와 유량 측정, 필요시 염료시험 등을 활용해 오접과 파손, 누수, 비정상적인 오염 유입 지점을 확인하고 위험도가 높은 곳부터 정비해야 한다. 비가 내릴 때 도로와 주차장 등에서 유입되는 초기 강우 오염물질도 별도로 측정해 필요한 구간에 저류·침전·여과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둘째, 강바닥 퇴적물은 무조건 제거할 대상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관리할 대상이다. 퇴적물의 유기물과 오염물질, 악취 발생 조건을 분석해 오염이 심한 구간을 선별하고, 제거한 퇴적물은 성분에 맞게 적정 처리해야 한다. 상류와 지류에서 오염이 계속 유입되는 상황이라면 준설만으로는 지속적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셋째, 동천 하류가 감조하천이라는 특성을 물관리의 핵심 변수로 활용해야 한다. 밀물과 썰물, 강우, 수위, 유속, 염분을 함께 분석해 물이 정체되는 시간과 구간을 찾아내고, 해수도수와 담수 유지용수, 배수시설의 운영 방식을 과학적으로 비교해야 한다. 해수도수를 확대하는 것이 언제나 최선은 아니다. 생태 영향과 에너지 비용, 공급 안정성을 함께 평가해 최적의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
30년의 정비를 넘어, AI 물관리·수질·치수·생태
넷째, AI 기반 수질·치수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주요 합류부와 취약 구간에 수질센서와 수위계를 설치하고 강우·조석·하수관 유량 자료를 연결하면, 수질 이상 징후와 침수 위험을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 AI는 오염원 추정과 점검 우선순위 설정을 지원하고, 현장 조사와 공인 수질분석이 최종 판단을 뒷받침하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복개 구간의 미래를 구간별로 결정해야 한다. 구조물 안전과 지하매설물, 교통, 홍수위, 토지 여건을 검토해 개방 가능한 구간부터 시범 복원을 추진하고, 전면 개방이 어려운 곳은 오염원 차단과 점검 접근성, 환기와 악취 관리 등을 강화해야 한다. 복개 철거 자체를 목표로 삼기보다 물길의 기능과 시민의 편익을 실질적으로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여섯째, 생태복원과 치수 안전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식생 여과대와 소규모 습지, 투수성 공간, 그늘길 등 자연형 기반시설을 도입하되, 홍수 시 통수능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검증해야 한다. 수질과 위생이 충분히 확보되기 전에는 시민의 직접 접촉을 유도하는 친수시설을 서둘러 설치해서는 안 된다.
복원을 하나로 묶는, 부산 도심하천의 근본을 바꾸자
이 모든 사업은 하나의 실행계획으로 묶여야 한다. 첫 90일 동안 기존 사업자료와 시설 운영 현황을 통합하고, 오염 취약지점과 수질 기준선을 마련한다. 이후 1년 안에 오염원 차단과 AI 감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3년 안에 효과가 확인된 시설을 확대하며, 5년 이상 장기계획으로 생태복원과 도심 연결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방식이다.
중요한 것은 사업의 크기가 아니라 결과다. 준설량이나 예산 집행률이 아니라 악취 발생시간, 수질 변화, 오염원 시정률, 생태지표, 침수 위험, 유지관리비를 기준으로 성과를 평가해야 한다.
동천을 살리는 신의 한 수는 새로운 시설 하나를 추가하는 데 있지 않다. 하수와 하천, 조석과 강우, AI와 생태복원, 치수와 도시계획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데 있다.
부산이 동천에서 이 통합관리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현한다면, 이는 다른 도심하천의 수질 개선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도시혁신 자산이 될 것이다.
동천을 살리는 신의 한 수, 이제 실행할 때다
부산의 동천은 오랜 시간 도시의 성장과 함께해 왔다. 이제 동천은 과거의 환경 문제를 반복해서 처리하는 공간이 아니라, 부산이 미래형 도시환경 정책을 실증하고 새로운 산업과 문화를 창출하는 공간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염원 전수조사와 원천 차단, AI 기반 물관리, 수질과 치수의 통합, 단계별 생태복원, 물환경 기술의 산업화가 하나의 실행체계로 연결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또 하나의 거대한 사업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오염이 발생하는 지점을 찾아내고, 개선 책임을 분명히 하며, 측정 가능한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것이다.
동천의 변화는 작은 오염원 하나를 정확히 차단하는 일에서 시작될 수 있다. 그 성과를 데이터로 검증하고, 효과가 확인된 방법을 본류와 지류 전체로 확대한다면 오랜 난제에도 새로운 해결의 길을 열 수 있다.
부산시는 동천을 대상으로 유역 통합관리와 AI 물환경 기술, 기후위기 대응형 치수, 생태복원을 결합한 새로운 도시혁신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동천을 살리는 신의 한 수는 오염의 뿌리를 찾아 끊고, 물길의 흐름을 회복하며, 과학적 관리와 생태복원을 통해 재발을 막는 것이다.
동천의 귀환은 물길 하나의 회복을 넘어 부산의 도시정책을 바꾸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오염원 차단에서 AI 물관리로, 생태복원에서 미래산업으로 이어지는 동천 대전환. 이제 부산이 계획을 넘어 실행으로 답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