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격형 핵잠수함이 부산에 첫 입항하자 시민사회가 강력 규탄하며 "즉각 떠나라"고 촉구했다. 해군은 "물자보급과 연합방위태세 강화"라고 해명했다.
부산자주평화통일연대는 11일 오후 2시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 핵 추진 잠수함 알렉산드리아함의 부산 입항은 탄핵 국면에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며 "즉각 떠나라"고 요구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등을 탑재한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LA)급 핵 잠수함인 알렉산드리아함(SSN-757, 6900t)이 부산항에 들어오자 통일운동과 평화운동 활동가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 소추안을 헌법재판소가 심의하는 긴박한 정국에서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군은 알렉산드리아함이 하루 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이틀째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대함전·대잠전을 주 임무로 하는 공격형 잠수함인 알렉산드리아함이 부산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LA급 잠수함의 방문은 지난해 11월 컬럼비아함(SSN-771)에 이어 석 달여 만이다.
물자 보급과 휴식 등 통상적인 일정이라는 안내에도 국방부는 연합 방위태세 강화의 의미까지 강조했다. 그러나 미 인도태평양사령부는 홈페이지 등에 알렉산드리아함의 한반도행을 별도 공개하지 않았다. 2022년 같은 잠수함이 일본 요코스카항에 입항할 당시에는 관련 사진 게시와 정기적 작전을 위한 입항이란 점을 공개한 바 있다.
부산항의 미 군사기지화에 반대하는 시민사회는 "어떤 이유에서든 핵추진 잠수함을 반길 수 없다"고 강조한다. 수십여개 단체가 참여한 부산자주통일평화연대는 "윤석열 대통령의 친위쿠데타 내란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상황에서 보란 듯이 핵잠수함이 입항했다"며 "한숨 돌린 전쟁 위기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격"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북한 국방성은 "미국의 위험천만한 적대적 군사행동에 엄중한 우려를 표시한다"고 항의했다. 올해 처음 미 핵추진 잠수함이 한반도에 입항했단 점을 짚은 북한은 "더 이상의 불안정을 초래하는 도발행위를 중지하라"고 대변인 명의 공식담화를 냈다.
지은주 부산평화연대 상임대표는 "지금 당장 알렉산드리아함이 부산항을 떠나는 게 해법"이라며 "의도적인 위기조성과 전쟁유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범죄이다. 이를 틈 타 극우내란세력이 더욱 발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회견에는 이성우 부산자주연합(준) 의장, 오미선 '세균전 미군기지 남구수영구 대책위원회' 대표, 부산윤석열퇴진대학생행동(준) 최예지 준비위원 등 진보적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대거 참석해 "미국의 트럼프 정부 두번째 임기를 맞아 한반도 안정과 내란 종식을 위해 갈등을 키울 우려가 있는 어떤 행위도 그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