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천이 단순한 하천이 아니다. 부산의 산업화와 도시 성장의 역사를 품고 있는 소중한 공공자산이다. 그러나 오늘날 동천을 바라보는 시민의 마음에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오랜 기간 하수관 정비와 해수 도수, 강바닥 퇴적물 제거 등 다양한 사업이 추진됐지만, 악취와 탁도 문제는 여전히 근본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는데도 비슷한 문제가 반복된다면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더 정비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오염이 반복되는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동천의 문제는 단순히 강바닥에 쌓인 퇴적물이나 부족한 유지용수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하수관과 우수관의 오·접, 파손된 관로, 강우 때 도로에서 씻겨 내려오는 오염물질, 복개 구간의 관리 여건, 지류를 통한 오염 유입, 조석에 따른 물의 흐름과 체류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어느 원인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현장 조사와 수질분석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천 정책의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
우선 본류뿐 아니라 부전천·전포천·호계천·가야천 등 주요 지류와 합류부, 복개 구간, 하수 관망을 하나의 유역으로 묶어 조사해야 한다. 평상시뿐 아니라 집중호우 전후, 밀물과 썰물에 따른 수위 변화까지 관측해 오염물질이 언제,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유입되는지 밝혀야 한다. 오염원을 찾아내지 못한 채 준설과 물 공급만 반복한다면 문제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오염 유입을 차단하고 물의 흐름을 과학적으로 관리한다면 기존 시설의 효율을 높이고 향후 유지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다.
동천을 둘러싼 과거 사업 역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누적 투자액과 사업별 내역, 시설 가동 현황, 구간별 수질 변화, 악취 민원 추이와 유지관리비를 공개하고 앞으로의 사업은 측정, 가능한 성과를 기준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제 정책의 관점을 바꿀 때다. 하천만 정비하는 방식에서 유역 전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문제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오염을 사전에 차단하는 방식으로, 개별 사업 중심에서 도시 전체를 연결하는 통합계획으로 전환해야 한다.
동천은 부산의 과거가 남긴 부담이 아니라 부산의 미래를 바꿀 기회다. 물길을 되살리는 일은 도시의 기억을 회복하고 시민의 삶을 개선하며 지속 가능한 도시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동천을 또 하나의 정비사업으로 남겨둘 것인가, 아니면 대한민국 도심하천 혁신의 새로운 모델로 만들 것인가. 동천의 진정한 귀환은 오염의 원인을 끝까지 찾아내고, 그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며, 다시는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서 시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