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언제까지 노동자가 죽어야만 하는가
[안수효 칼럼] 언제까지 노동자가 죽어야만 하는가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1.06.0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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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업주에 대한 확실한 책임 물어야
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와 법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지난 1월 8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포 뒤 1년 후 시행된다.

산업현장에서는 연간 2,400명이 사망하고 10만명 가량이 다치고 있어, 특단의 대책으로 제정한 법이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동안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을 위반한 법인에 부과된 벌금 평균액은 고작 448만원이었다. 벌금액수가 이 정도였다 하니 말해 뭐 하겠는가?

아래는 지난 5월 한 달 동안 대표적인 산업재해 사망자들이다.

5/8일,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40대 노동자 추락 사망.

5/9일, 당진 현대제철 에서 40대 노동자 기계끼임 사망.

5/20일, 거제 삼성중공업에서 40대 노동자 추락 사망

5/23일. 진해 용원 신항만에서 30대 노동자 지게차에 깔려 사망

가정의 달 5월에, 일하다 세상을 떠난 노동자는 무려 77명이다. 법이 부실한 것인지 아니면 사용자측에서 법의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지 산업현장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군을 제대한 뒤 아르바이트로 일하던 대학생 이선호(23)씨는 5월 22일 평택항에서 화물 컨테이너 작업을 하다가 무게 300㎏ 가량의 개방형 컨테이너 뒷부분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원래 이씨는 주로 검역업무를 담당했는데 이날 컨테이너 관련 작업에 처음 투입됐다. 중장비인 지게차와 함께 일했지만 현장에 안전을 관리하는 작업 지휘자나 관리자는 없었고, 안전모도 지급되지 않았고 안전교육도 이뤄지지 않았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산업 현장의 안전관리 부실에 대해 비판이 쏟아져도 기업들의 경각심은 전혀 높아지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재 유예기간을 둔 것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된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50인 미만 사업장도 2년 동안 법 적용 유예를 받아 오는 2024년부터 적용된다.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2024년 까지는 처벌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중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법 적용을 유예 대상과 기간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전체 사업장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이 99%이고 중대 재해의 85%가 이들 사업장에 발생하고 있어 대상과 기간을 지나치게 확대해서는 안 된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 목적인데 유예기간 과 대상을 지나치게 폭 넓게 적용하다보니 법 실효성이 떨어진다. 85%의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99% 사업장에 2년 유예를 둔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기업들의 강한 반대와 반발에도 ‘경영책임자’를 처벌대상으로 넣은 이유는 그룹총수나 계열사 사장 등의 안전의식을 재고하고 사망사고를 비롯한 중대재해 발생 억지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기업 이윤보다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법을 제정한 것이다. 또한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이 지게 되는 부담이 예방을 위해 투자한 비용보다 압도적으로 커야 만이 재발방지 방지 효과가 있을 것이고, 기업의 인식도 바꿀 수 있다.

기업의 이윤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순위에 두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추락사고, 끼임 사고 등 후진적인 산재 사망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은 먼저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중론이다. 재해를 줄이는 방법은 사업주에 대한 ‘확실한 책임’을 묻는 것, 이상은 없다는 것이 역사의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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