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옥희 울산교육감 급서... "따스한 참스승" 애도 확산
노옥희 울산교육감 급서... "따스한 참스승" 애도 확산
  • 양삼운 기자
  • 승인 2022.12.09 07: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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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장협 모임중 쓰러져, 급성 심근경색 추정” '안타까움'
청렴 강조, 무상급식ㆍ수학여행비 등 복지ㆍ혁신 이끌어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을 강조해온 진보 교육계의 대모, 노옥희 울산교육감이 8일 기관장들과 오찬 중 쓰러져 별세했다. 충격을 받은 교육계는 물론 진보진영을 비롯해 전국적인 애도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노옥희 울산광역시교육감은 청렴한 교육행정을 강조하고, 유치원에서부터 초·중·고교 전면 무상급식 등 교육복지 행정을 구현해온 '큰 어머니' 리더십을 실행해 교육계와 지역사회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전국적인 주목을 받아 왔다. 특히 64세에 급서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노옥희 울산교육감(가야일보 자료사진)

9일 울산교육청 등에 따르면, 노 교육감은 전날 낮 12시 25분 울산 남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관장협의회에 참석했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가 심폐소생술을 하며 근처 중앙병원으로 옮겼지만,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는 전언이다.

노 교육감은 오후 12시 53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강진석 울산교육청 대변인은 “급성 심근경색으로 추정된다는 진단"이라며 "원래 특별한 지병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1958년 경남 김해시 생림면에서 6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난 노 교육감은 부산의 데레사여고를 졸업했으며, 어려운 사정에도 마을에서 여성 가운데 처음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부산대 수학과 75학번이다. 졸업 후 울산 현대공업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로 일했다.

해직, 구속에도 노동운동 등 변화와 혁신운동 앞장

평범한 교사이던 노 교육감은 취업 중이던 학생이 산업재해 사고를 당하고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자 노동계의 암울한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됐으며, 와이엠시에이(YMCA) 독서모임 등을 통해 교육 현실에 눈을 떴고, 1986년 10월 ‘교육 민주화 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해직되고 만다. 1987년 노동문제상담소에서 간사로 일하던 노 교육감은 노동자대투쟁 때 3자 개입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고, 이후 교육과 노동운동에 앞장섰다.

1999년 교사로 복직한 노 교육감은 전국교작원노동조합 1·2대 울산지부장과 울산시교육위원으로 일하며 고교 평준화 등 교육개혁에 힘을 쏟았다. 2005년에 교육감 보궐선거에 처음으로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2006년과 2010년에는 울산시장 선거, 2008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에 출마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부패하고 부끄러운 울산교육을 청산하고, 대한민국 혁신교육을 선도하는 울산교육을 만들겠다”며 출마한 2018년 6·13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35.6%를 득표해 차점자와 큰 격차를 나타내며 '진보' 교육감으로 당선됐다. 2010년 교육감 직선제 실시 후 잇달아 보수 교육감이 당선되던 울산에서 당선된 첫 진보 교육감이었다.

노 교육감은 당선 직후부터 금품·향응 수수 등 중대비리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등 단호한 정책을 펼쳐 만년 꼴찌이던 울산교육청 청렴도를 중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유치원부터 고교까지의 무상급식 전면 확대에 이어, 초등 학습 준비물 구입비 지원 확대, 초·중·고 수학여행비와 교육비 지원 등 보편적인 교육복지 정책을 실행했다. 울산교육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노 교육감은 지난 6·1지방선거에서는 55.03%를 득표해 이른바 보수 단일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노 교육감이 별세하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갑작스러운 비보에 비통한 마음 금할 길 없다”며 “노 교육감은 울산지역 최초의 ‘여성’ 교육감으로서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 실현을 위해 헌신하고 또 헌신했다. 우리나라 교육발전을 위한 열정과 뜻을 잊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노 교육감의 빈소는 울산시티병원 브이아이피(VIP)실에 마련했다. 시민 조문은 9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 발인은 12일(월) 오전 8시 30분이며, 영결식은 이날 오전 10시 울산교육청에서 거행할 예정이다. 장지는 민주인사들을 모시는 경남 양산 솥발산 공원묘지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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