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그라요] 수돗물이 안나와도 '모르겠다'는 주민센터
[와그라요] 수돗물이 안나와도 '모르겠다'는 주민센터
  • 양삼운 기자
  • 승인 2023.01.27 0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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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와그라요'는 취재 후기를 기록하는 기자수첩입니다. 생생한 현장을 만나 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모든 국민은 행복추구권을 갖는다는 헌법 조항이 주민들을 만나는 일선 기관에서는 내팽개쳐지는 것을 가끔 목격한다.

직업공무원제에 따라 정년을 보장받는 것이 시대조류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 지는 오래다. 판사도 10년마다 재임용을 받고, 외환위기로 인해 국제통화기금의 강압에 따라 모든 분야에서 신자유유주의적인 경쟁에 내몰린 지 25년쨰인 우리 나라에서 아직도 '철밥통'이라는 핵우산 아래 안주하려는 공무원을 만나면 답답하기보다는 측은해지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우째 저러실까...

양삼운 기자, 가야일보 발행인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이변으로 부산에도 최강 한파가 몰아닥친 요즘, 곳곳에서 냉기가 감도는 쓸쓸한 정초를 지나고 있는 매서운 시절에도 따스한 책상에 앉아, 어려운 처지를 호소하는 주민의 전화를 받는 일부 주민센터 직원들이 차가운 말투로 '내몰라' 식의 무성의하고 불친절한 응대를 거듭해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다.

수돗물이 나오지 않으면 도시인의 일상은 당장 곤란해진다. 우선 화장실 사용부터 문제가 생기고, 식사 준비는 커녕, 출근 준비도 녹록치 않게 된다. 어렵게 출근한 뒤로도 뭔가 뒤숭숭하다. 날씨가 풀리지 않으니 녹지를 않는다. 일단 퇴근하면서 생수를 무겁게 사간다.

상수도사업본부에 연락하면 된다는 평범한 사실이 떠오르지 않는다, 집에 물이 안 나온다는 초유의 사태에 당황하다 보니 상식이 발동되지 얺는 것이다. 물을 조금씩 틀어 두지 못했다는 자책이 앞서기도 한다. 이를 어쩌나...

이틀째도 전기 주전자에 물을 데워서 겨우 머리를 감고 출근한다. 오후가 되어서야 '이래서는 안되지' 라며 여기저기 전화를 해보려 검색을 한다. 마침내 일상생활을 보듬어 주시시라는 기대를 안고 주민센터에 전화를 건다. 통화중이라 연결이 안된다. 초조한 마음에 다른 번호로 다시 건다, 드디어 연결이 된다.

'이래저래 곤란하니 도와주실 수 있느냐'고 하소연하지만, 대답은 간단하다, "주민센터는 수돗물 관련 직원이 없어요!" 아이고 이런...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아, 그러시면 어찌 해야 하나요" 목소리가 기어들어간다. 하지만 대답은 한결 같다. "저희 업무가 아니에요!" 아니 주민이 물이 안나와 힘들다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겠다' 든지 '아이고 고생이 많으시다'는 위로라도 기대하는 건 무리인가.....

다른 직원에게 물어보더니 역시 "모르겠다. 우리 일이 아니다"는 말만 반복한다. 이런 사람이 우찌 공무원 면접을 통과했는지, 민원인 응대 교육은 안받으시는지. 이전 구청장 시절에는 이러지 않았는데... 에이 내가 운수가 나쁜 건지...

결국 사무장을 바꿔 달라 하니, 여기도 매한가지다. "우리 일이 아니고, 모르겠다"는 식이다. 결국 성격이 나오고 만다. "아니, 우리 일이 아니라는 말씀만 되풀이하기 보다 어디로 알아보시라든지, 알아봐 주겠다든지, 어디서 담당한다든지 알려주는 적극행정이어야 하지 않느냐? 홀로 사시는 어르신이 이렇다면 어떻게 하느냐" "어쩔 수 없다" 헉...

행정학의 어디에도 친절하라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갑자기 행정학원론 교재가 아른거린다. 공무원 교육은 안 하나?...

안해도 될 말까지 하고 만다. "지금 이런 말씀들을 구청장께 그대로 전해도 되겠느냐?" "그러시라"고 당당하게 말씀하더라! 통화한 당감4동주민센터 3명 모두 여성이었다. 남성이었다면 달랐을까...

열이야 받지만, 수돗물이 안나와 힘든 건 나니까 호흡을 가다듬고, 생각을 해본다. 아니 명색이 시청 출입기자가 수돗물 민원을 풀기는 커녕, 어디에 물어봐야 하는지 안내도 받지 못하다니! 수천개 전화번호 가운데 마침내 상수도사업본부가 나온다, 20여명 중에 4번째 귀인을 만난다. 120번!

본인 머리 깍는데 이틀이 간다. 하지만 소득도 있었다. 일선 공직자들의 자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체감할 수 있었고, 덕분에 구청과 시청 등 공공기관의 감사와 행정 관련 부서장은 물론 부산진구청장도, 상수도사업본부장도, 부산광역시장도 만나면 드릴 말씀이 생겼다. 그동안 얼마나 편하고, 무사안일하게, 무감각하게 살았는지 체감한 날이었다.

계묘년에도 공직자들의 건투를 빈다, 본인들도 그러셔야 하겠지만 주민들의 안녕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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