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둘러싸인 호숫가에
밧줄에 묶인 채 꿈쩍도 않고 있는 배 한 척
그 배 위에 내가 타 본다
뜻하지 않은 객으로 인해 놀란 듯
잠시 흔들린다
또다시 잔잔해진 배
나 또한 밧줄에 묶인 채 떠 있는
세상에 나 홀로
물에 떠 있는 나를 하염없이 바라본다
내가 고여 있다
시간이 잠시 고여 있다
풍경과 시간과 내가 정지된 꼭지점에서
석양이 유난히 붉다
뚜껑 없는 관 위에 누워
풍장을 꿈꿔본다
바람에 자유로이 훨훨 날고 싶은
영혼 하나 참 행복하겠다
백과 흑의 교대 시간이 다가오자
고요가 물 위를 자박자박 걸어오고 있다
- 오원량의 ‘풍장을 꿈꿔보다’
시집 ⌜새들이 돌을 깬다⌟에 수록 -
*
시는 쉽게 읽힌다.
호숫가의 물처럼 시간이 고여 있는
고요의 세계다.
시적화자는
굴레를 벗어나 자유로이 날고 싶은
밧줄에 묶인 배.
한 번 상상해보자.
석양이 풀어지는 저물녘
산으로 둘러싸인 호숫가, 밧줄로 묶인 배 위에
누워 있는 자신의 모습을.
시간에 바람에 고요히 흔들리다
한 장의 정물화가 된다.
그 위로 새떼들이 날개를 펼치며 한꺼번에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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