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동백림 사건' 뒤늦은 재심 결정
세계적 음악가 윤이상 '동백림 사건' 뒤늦은 재심 결정
  • 양창석 기자
  • 승인 2023.05.3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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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정권 대표적 공안 조작사건" 비판... "불법 체포·감금 재심 사유"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을 간첩으로 몰아 처벌한 '동백림(동베를린) 사건'에 대한 재심 결정이 내려져 현대사에 배어난 군사독재시대의 아픔을 치유하려는 노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남 통영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한 유명 작곡가인 윤이상(1917~1995) 선생에 대해 서울고등법원 형사5부(서승렬 안승훈 최문수 부장판사)는 최근 유족 측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주목을 받고 있다.

1961년 군사정변(쿠데타)으로 집권한 박정희 대통령이 재선을 거쳐 3선 개헌을 준비하던 시기인 1967년 군사독재정권의 앞잡이 노릇에 충실하던 중앙정보부는 "유럽에 있는 유학생과 교민 등 194명이 동베를린 북한 대사관을 드나들며 간첩 활동을 했다"고 발표했다.

윤이상 작곡가(가야일보 자료사진)

이때 윤이상은 한국으로 압송돼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년간 복역했다. 당시 법원은 간첩 혐의는 무죄로 판결하면서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군사독재정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검찰 공안부와 법원이 내린 부끄러운 판결이라는 점이 민주화 이후 수차례 지적돼 왔다.

2006년 국가정보원 '과거 사건 진실 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박정희 정권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동백림 사건을 ‘대규모 간첩 사건’으로 확대·과장했다"고 정리했다. 조사 결과 1967년 6월 17일 독일에 파견된 중정 직원 등이 “대통령 친서 전달을 위해 만나자”고 거짓말로 유인해 윤이상을 한국대사관으로 부른 사실이 확인됐다. 윤이상은 대사관에서 2박 3일간 조사받은 후 국내로 송환돼 곧바로 중정에 구금됐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문에서 “수사관이 거짓말에 의한 임의동행 형식으로 윤이상을 연행해 구속한 행위는 불법 체포·감금에 해당한다”며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그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로 재심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유족 측 대리인인 김필성 변호사는 사회관계망(SNS)에 “3년 전 재심 신청을 했는데 당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가족이 고령이어서 삶의 평안이 중요했기 때문”이라며 “동백림 사건 첫 재심 개시 결정”이라고 환영했다.

지역에서도 일부 이념 논란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번 재심의 판결 결과가 고인에 대한 평가를 바로잡으며 유족을 비롯한 민주 인사들에 대한 이유없는 공격으로부터 해방시킬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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