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경남은행발發 562억 횡령사건 '충격'... 금융권 '도덕 불감증' 왜 이러나?
BNK경남은행발發 562억 횡령사건 '충격'... 금융권 '도덕 불감증' 왜 이러나?
  • 양삼운ㆍ김봉우 기자
  • 승인 2023.08.03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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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 담당 562억원 횡령·유용 혐의 적발

BNK경남은행에서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BNK경남은행 부동산투자금융부장 이모씨(50)의 '562억 횡령'은 수년 간 지속됐지만, 은행 내부시스템에서는 그 범법행위를 파악하지 못했다, 가족이 연루됐다, 같은 부서 장기 근속자, 횡령 규모의 대형화 등에서 지난해 우리은행 700억원 대 횡령, 14년 전 당 경남은행 4000억원 대 금융사고와 닮았다는 지적이다. 

BNK금융그룹 본사 전경(가야일보 자료사진)

14년 전, 경남은행에서 벌어졌던 금융범죄도 마찬가지다. 당시 구조화금융부 소속 직원(부장·과장)들은 고객의 신탁자금을 개인적으로 비상장기업 지분인수 등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자 행장 명의의 지급보증서 등을 위조, 제2금융권·기업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여 돌려막기 하다 적발됐다. 당시 사고금액은 4136억원으로 역대 최대 금융사고였다. 그때도 신탁업무를 담당한 소수 직원은 장기간에 걸쳐 동일한 업무를 담당하고, 전권이 한 곳에 집중됐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3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BNK경남은행 이모씨는 2007년 12월부터 2023년 4월까지 약 15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면서 총 562억원을 횡령·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0년 입행한 베테랑 은행원인 이씨 역시 2007년 투자금융부에 배속됐고, 올 초 투자금융기획부로 이동했다. 내부적으론 부동산 PF분야의 전문가로 통했고, 성과 측면에서 유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씨 역시 15년간 한 부서에서 장기 근무하면서 횡령 규모를 키웠고, 그 과정에서 가족 명의 계좌를 이용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방법을 썼다.

BNK금융그룹 한 관계자는 "전문성과 인적 네트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한 투자은행(IB) 분야, 특히 PF 분야에선 마땅한 대체자를 찾기 어려운 측면도 있지 않았을까 한다"면서도 "그럼에도 한 부서에 15년이나 연속으로 근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BNK경남은행 이모씨 횡령이 드러난 것은 이모씨가 이번 건이 아닌 다른 사건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면서다. 검찰로부터 지난 4월 이모씨에 대한 금융거래 정보 조회 요청을 받고, BNK경남은행이 이를 금감원에 보고했고, 금감원에서 지시한 자체감사를 통해 77억 9000만원 상당의 PF대출 상환자금 횡령을 인지해 지난달 20일 보고했다. 

이에 금감원이 다음날 긴급 현장점검을 통해 이모씨의 횡령·유용사고 혐의 484억원을 추가 확인했다. 금감원은 이씨가 약 15년간 동일 업무를 담당하면서 가족 명의 계좌로 대출 자금을 임의 이체하거나 대출서류를 위조하는 등 전형적인 횡령 수법을 동원했다고 밝혔다. 

2016년부터 돈이 빠져나갔지만 BNK경남은행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검찰의 금융거래 정보 조회 요청을 받고서야 '발견한(?) 액수'는 기껏 77억9000만원이었다. 자산 100조원 달성이 목표라던 지역 대표 금융지주 은행의 내부 시스템이 이토록 엉망이라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시중은행의 잇단 횡령 사고를 막기 위해 순환근무, 명령휴가제, 단말기 접근통제 등 내부통제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BNK경남은행은 지난해 자체 점검에서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이후 BNK경남은행은 이모씨를 직무에서 배제하고 고소하는 한편, 횡령액을 회수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경남은행 측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현장 간담회를 실시해 전 직원에 대한 윤리의식 교육을 강화했다"며 "내부통제 분석팀을 신설해 객관적인 조사와 세밀한 분석을 통해 전면적인 시스템 정비 등 강도 높은 추가 조치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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