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1년 부산시와 재단법인 영화숙, 부랑인 보호수용에 관한 위탁 계약 체결
경찰, 영화숙·재생원 자체단속반 불법·과잉단속 강제수용ㆍ노역
구타ㆍ가혹행위, 성폭력, 시신 암매장 등 중대한 인권침해 발생
1960년대 부산 영화숙과 재생원 등에서의 인권침해 실태가 드러났다.
진실·화해를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박선영, 진실화해위)는 26일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날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에서 연 제99차 위원회에서 ‘영화숙·재생원 인권침해 사건(故 이○○ 등 181명)’을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하고 진실규명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청인 7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영화숙·재생원이 1962~1971년 부산 지역 최대 규모의 부랑인 집단수용시설로, 부산시와 재단법인 영화숙이 부랑인 선도(수용 보호) 위탁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영화숙은 1951년 설립해 1956년 재단법인 영화숙으로 인가받았다가 1976년 허가 취소됐다. 영화숙은 18세 미만 부랑아 수용시설이었고, 재생원은 18세 이상 부랑인 수용시설이었다.
위원회는 이 사건이 갖는 역사적 중요성과 시의 직권조사 요청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2023년 8월 18일 직권조사를 결정했다.
사건은 집단수용시설 인권침해에 대한 최초의 직권조사 결정 사건으로, 진술 조사 및 각종 자료 조사*를 통해 신청인 10명뿐만 아니라 직권조사 대상자 171명을 확인하여 총 181명에 대해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자료조사는 국가기록원 및 부산시 기록관 자료, 언론보도, 부산 소년의집 등 타 시설 아동카드, 소년의집·장림·남부민 국민학교 등 생활기록부, 부산시형제복지원 등 피해자종합지원센터 접수 자료 등을 조사했다.
진실규명대상자 181명은 경찰 및 영화숙·재생원 자체 단속반의 불법·과잉 단속으로 강제 수용된 후, 열악한 생활 여건 속에서 강제 노역, 구타 및 가혹행위, 성폭력, 교육받을 권리 등 인권을 침해당했고, 영화숙·재생원이 폭행 및 질병 등으로 사망한 원생의 시신을 주변 야산에 암매장한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로 밝혀진 영화숙·재생원의 인권침해 내용은 경찰이 단속 및 수용 과정에서 아동의 부모 등 연고자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강제로 영화숙·재생원에 수용하는 등 위법한 공권력을 행사했고, 영화숙·재생원은 법적 근거가 없는 자체 단속반을 운영해 부모있는 아이들까지 불법·과잉 단속해 강제 수용 및 감금했다.
영화숙·재생원은 원생들을 낙동강 하구(신평동 370번지 일대) 개간지 매립 작업, 대운동장 조성 작업, 축사 관리, 농작물 재배 등 각종 무임금 강제 노역에 동원했는데, 대규모 공사가 있던 시기에는 10세 전후 아동까지 동원했다.
또 군대식 편제(원생-반장-소대장-지도장-총무-원장) 및 규율을 갖추고, 원생 중 일부를 중간 관리자로 선발해 그들에게 특혜를 부여하면서 원생들을 통제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구타 및 가혹행위는 일상적으로 발생했고, 성폭력 및 사망 사고도 자주 발생했다.
원생들은 꽁보리밥, 수제비, 옥수수죽 등 기준 이하의 식사와 과밀한 주거 공간, 비위생적인 환경 등 열악한 생활 여건 속에서 생활했다. 또한 열악한 위생 환경 속에서 눈병, 피부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렸으나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이로 인한 사망사고도 빈번히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교육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 1966년부터 1975년까지 영화숙 내에 ‘장림국민학교 영화숙 분교’가 설치·운영됐으나 학사 관리 및 교육과정은 파행적으로 운영됐다.
모든 원생이 학교에 다닌 것이 아니었다. 각종 강제 노역 동원 및 학교 측의 부실한 출석 관리로 출결 상황이 통제되지 않았고, 교과 수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았으며, 허위 졸업장을 발행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또한 재단법인 영화숙은 장림국민학교 영화숙 분교를 대외 홍보용으로 이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영화숙·재생원이 구타 및 가혹행위, 질병 등으로 사망한 원생들의 시신을 영화숙 뒤편 야산(부산시 서하구 신평동 산 41-3 등)에 암매장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진화위는 국가에게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위로금, 생활지원금 및 의료비 지원 등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후유증과 트라우마 등을 장기적으로 치유·관리할 수 있는 계획 수립·시행 △시신 암매장 추정 지역에 대한 유해 발굴을 권고했다.
진화위는 국가가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활동 종료 이후 추가로 확인되는 피해자에 대한 조사 활동 제도화 △관련 법령 제·개정을 통해 피해자들이 개별적으로 구제신청을 하지 않아도 적절한 보상 및 재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안 마련 △1945년부터 1992년까지 전국 모든 집단수용시설 관련 자료 전수조사, 자료(데이터베이스, D/B)로 구축 후 기록물 분석 작업 등을 진행하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