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열하던 태양도 언제 그랬냐는 듯 빛을 숨기고, 요 며칠은 새벽녁 공기가 한층 부드러워짐을 느낀다. 소서를 지나며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대서와 삼복을 지나면 어느새 가을이 지척이리라...
바람결에 들려오는 세속잡사들은 여전히 먼지속에 나부끼는 빛바랜 깃발들이겠지만, 우리들 세상살이야 이어가야만 하듯이 잠시 그늘막에서 쉬었다가 천천히 갈 길을 나서야 할 시간이다. 오늘도 새벽달은 서산에 기울고 동녁 하늘엔 햇살이 비춰올 것이니, 우주만상에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마땅히 해야할 도리를 시작으로 새로운 날을 맞이할 일이로다.
주말과 휴일에 둘러본 산천은 여전히 푸르름을 더해가며 녹음방초가 우거지고, 그날 만나던 새들도 여전한 듯 반갑더라. 반가운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들은 언제나 즐겁고 행복한 일이다. 안부를 묻고 건강을 기원하는 마음을 전하며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는 발걸음들은 이내 멀지 않은 만남을 기약하고 있으리라...
농부들의 마음을 담은 단비가 쏟아진 뜻깊은 날들이 지혜로운 대처로 올곧은 수확으로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속세로 돌아오는 길이 다소 아쉽기는 하더라도 배전의 각오로 바른 걸음에 나설 일이다. 탁한 기운이 가득한 일들은 정화되기까지 뒤로 미루시고, 시급하게 만나야 할 일부터 하나씩 정리해야 할 때이다.
밤새 쏟아진 폭우 관련 재난안전부터 점검하고, 이번 주부터 본격화하는 국회의 입각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연이어 드러나는 3대 특검의 조사는 물론, 시급한 민생현안들까지 어느 하나 소홀할 수 없는 일들일 것이다. 바른 자세로 정성을 다해 매사에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결정의 최종 책임은 오롯이 본인에게 있다.
믿지 못하면 쓰지 말고, 후에는 의심하지 말라 했던가! 하지만 복잡다단한 현세는 망각과 은폐를 용인하지 않는다. 모든 기록이 가상공간에 남아 있고, 어떤 인간적인 배려로도 덮을 수 없다. 책임을 미루는 듯한 언행은 삼가해야 한다. 주체를 흐리는 언사도 그쳐야 한다. 맑은 정신으로 곧은 자세로 공무에 임하되, 슬기롭게 휴식과 충전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혼돈과 모호함보다는 공사와 언행이 분명해야 할 것이다.
바르지 않음이 드러난다면, 망설임없이 바로잡아야 한다. 본질을 흐리지 말고 부적절한 일을 정정하는 일은 미룰 이유가 없다. 실수는 한 번으로 족하다. 많은 이들이 옳지 않다는 것을 고집으로 우길 일이 아니다. 작은 이익을 지키려다 대사를 그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권위와 명예는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는 일을 정확히 하는 데서 자리잡을 것이다.
입추가 알려올 풍성한 소식들을 기다리며 백로를 향해 갈 처서에는 편안해질 수 있기를, 나뭇결에 맺힌 이슬같은 빗방울들에게 다짐해 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