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통 이어받은 허성곤 시장, 증설 계획 강행
갈등 당사자 김해시가 공론화 진행, 문제 야기
[가야·양산일보=신정윤 기자] 장유소각장과 관련한 지역사회 논란은 갈등 관리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님비(Not in my yard) 현상을 지역사회가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를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보여준다.
장유소각장 문제는 선거에 출마한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수표를 남발하면서 갈등이 켜켜이 쌓이게 됐다는 지적이다. 전임 김맹곤 시장이 소각장 이전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시민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김 시장은 지난 2013년 제6대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장유소각장 이전을 공약했지만 지켜지지 못했다. 그는 2016년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중도 사직했고 장유소각장 문제는 새 시장에게 떠넘겨 졌다.
허성곤 시장은 2016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에는 '이전'을 공약했다. 이듬해인 2017년 9월에 장유소각장 증설 결정을 발표하고 주민반발이 거세게 일었다. 같은 해 12월에 허시장은 주민에게 공식사과까지 했다. 하지만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후보들은 장유소각장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부각시키길 꺼려했다. 극심한 찬반 가열의 현안은 후보자들로서는 자칫하면 큰 표를 읽게되는 실수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사과까지 한 허성곤 시장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장유소각장 증설이 힘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김해시는 장유소각장 이전시 사업비가 증설비용보다 2~3배 가량 더 소요된다는 타당성 조사 결과와 이전 부지 선정 어려움이란 이유로 장유소각장 증설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김해시는 하루 처리용량 160t 규모인 1호기 소각시설 외에 같은 규모의 2호기를 추가로 설치한다. 546억원을 들여 건립되는 이 증설 사업은 오는 2022년에 완료된다. 2개의 소각로가 가동되면 하루 소각 처리 용량이 지금의 두배로 늘어난다.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인식되는 소각장이 님비현상으로 인해 갈등을 일으키고 이로인한 갈등이 첨예한 주민 대립으로 이어져 갈등 관리 비용도 추가로 들어가고 있다. 혐오시설 건립이 결정됐을때 주민들이 찬반으로 나뉘어 토론이 없고 결론도 없는 극심한 분열 양상을 보이는 한국사회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났다. 주민들 간에 부곡주민지원협의체와 비상대책위원회가 제각각 구성된 것. 김해시는 시간이 걸려도 시민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도록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의견을 듣고 있다.
최근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소각장 증설 찬성이 59%, 반대가 40%라는 결과가 나왔다. 공론화위원회가 김해시의 주도로 구성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김해시는 갈등의 당사자다. 갈등 당사자가 공론화를 한다는 것이 맞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른다. 한국사회 관치주의의 전형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가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리지 못해 어쩔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연합뉴스>가 창원시 공론화위원회 위원 장용창 박사를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갈등 당사자가 훨씬 밀도 있게 참여하는 갈등조정협의회 방식이 더 낫다고 했다. 김해시가 갈등당사자로서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과 함께 밀도높은 갈등 조정을 벌여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