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고교 평준화는 양산 교육의 열쇠가 아니다
[특별기고]고교 평준화는 양산 교육의 열쇠가 아니다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8.09.26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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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환 양소창조중심 대표
배상환 양산창조중심 대표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교육은 아이다. 아이가 먼저다. 자식을 기르는 부모의 심정은 내 아이, 우리 아이들 모두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교육 문제는 철학적 지향점, 관점의 차이, 지역적 특성과 함께 아이라는 현실이 함께 하기에 더욱 복잡하고 섬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평준화, 비평준화 모두 뚜렷한 장단점을 갖고 있기에 논쟁보다는 공론과 숙의가 더욱 필요한 사인임에도 이제는 10월에 있을 찬성과 반대만을 묻는 여론조사를 앞두고 있다. 여기에는 현재 중1,2 학생 학부모 교원 운영위원 시의원이 그 대상이다.

지금껏 평준화가 어떤 제도이며 그 장단점과 영향에 대해 충분한 논의와 제대로 된 설명 한 번 없이 급하게 진행되어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교육제도는 백년대계이다. 자칫 잘못 결정되면 내 아이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양산교육에도 심대한 영향을 가져온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고,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주장과 구호는 현실 위에서 이야기될 때 비로소 유의미할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세상이 달라지면 제도 또한 변화될 수 밖에 없다. 프로크루스테스 침대처럼 침대에 우리 아이들을 맞추는 일은 없어야 한다.  결론은 '평준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올바로 선택하자'이다.

평준화가 양산 지역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지, 내 아이에게 유리한 지 손해인 지, 양산교육발전에 도움이 되는 지를 냉철히 생각하여야 한다.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고 나의 경험적 한계를 넘어서 오직 아이만을 생각하며 판단하고 결정하자.

평준화의 사전적 의미는 수준을 고르게 하다이다. 고르다는 해석이 관점에 따라 다르다. 어떤 쪽은 사과는 사과대로, 배는 배대로 모으는 것이 평준화라 하고 다른 쪽은 사과와 배를 함께 섞는 것이 평준화라 한다. 둘 다 평준화이다. 경남 도교육청에서는 평준화는 교육감이 학교를 배정하는 것, 비평준화는 학교장이 학생 선발하는 것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켬퓨터에 의한 무작위 추첨 배정 흔히 말하는 뺑뺑이가 평준화이며 학생의 자율적 학교 선택이 비평준화이고 이게 본질적 차이임을 알 수 있다.

평준화는 산업사회의 보편적 평등교육을 취지로 1974년부터 실시되었다. 그 동안 한국 사회의 급속한 발전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이제는 평준화, 획일화에서 개별화, 맞춤형으로 교육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무엇보다 평준화는 인문계 일반 고등학교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인문계는 대학 진학을 목표로 설립된 고등학교이다. 그 안에는 대학입시제도라는 핵심이 들어 있다. 2009년 수시는 29%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수시가 77% 정시가 23%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정시는 수능으로 전국 경쟁이지만 수시는 내신으로 학교 내 경쟁으로 상대평가이다.

양산의 비평준화는 현재의 수시 위주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 특정학교로 상위권이 진학함으로써 나머지 학교들은 그 만큼의 자리가 생기고 중하위권의 내신이 향상된다. 만약 평준화가 되어 특정학교 학생들이 각 학교에 40명 가량 상위권이 추가 배분되면 모든 학교의 상위권을 독차지 할 것이다. 이로 인해 내 아이는 중학교와 비슷한 내신 등급을 받게 될 것이다. 이것은 현행 수시 위주 대입 전형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더구나 선호, 비선호 학교 간의 차이가 큰 양산에서 평준화는 전략적 선택의 메리트마저 사라져 대학 진학률이 좋은 특정학교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이 경우 일부 학생은 로또, 대다수 학생들은 꽝이 되는 좌절감을 느낄 것이다. 컴퓨터 운빨에 내 아이의 미래가 결정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양산에서도 웅상지역은 이미 평준화되어 있다고 한다. 3개의 고등학교에 전략적 선택, 통학의 편리성과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진학하고 있는데 평준화가 무슨 실익을 가져다 줄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또한 단일안의 경우 심하면 통학버스에서 3시간, 분리안의 경우에도 2시간 이상 생고생하게 된다. 

그리고 평준화는 한 교실에 편차가 큰 학생이 함께 수업함으로써 수업의 초점을 중위권에 맞추면 상위권은 지루하고 하위권은 버겁다. 상위권은 특화된 진학 지도가 어려워 외부로 나가고 중위권은 성적 향상을 위해 사교육에 내 몰리고 하위권은 들러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내 아이에게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 평준화가 오히려 내 아이 발들을 찍고 모두에게 손해가 되는 아이러니한 현실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게 평준화의 진실이고 이게 평준화의 눈물이다.
그 동안 양산의 교육적 성과는 괄목할만 하여 '신교육도시 양산'이라는 평가까지 받게 되었다. 2003년 교육경비보조조례 제정, 2004년 양산제일고 설립, 2006년 인재육성장학재단 설립 등 시민들의 노력으로 일군 결실이다. 물론 부족한 점도 많지만 지금까지의 성과를 바탕으로 더 나은 양산 교육발전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현행 대학입학제도 하에서, 양산의 고교 평준화는 반대임을 분명히 밝힌다. 이제라도 시대착오적인 고교 평준화 논의를 멈추고 양산교육발전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마련하는 데 다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나가자고 간곡히 말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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