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멸치, 하라식당, 안인정미소 등 상호도 '톡톡'
김해 유일 구도심에 '재미난 사람들' 협동조합 결성



[가야,양산일보 신정윤기자] 김해에 봉황동 유적지가 있다. 황세장군과 여의낭자의 슬픈 러브스토리가 있는 이 길 주변에는 요즘말로 인스타감성의 가게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천년의 문화가 서린 곳에서 인스타(SNS인스타그램) 감성의 현대적인 문화가 결합했다. 이른바 ~리단길로 이름이 붙으면서 올해 들어서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지역 언론의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봉리단길이 낙후된 동네를 젊음의 거리로 바꾸고 있다. 지난 2일 오전 봉리단길 현장에는 점포를 리모델링 하는 가게가 여럿 보였다. 인근 동네 주민은 "차가 많이 다니니까 주민들이 오히려 불편할 정도다"고 푸념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자동차가 교행이 불가능 해 불편했고 주차장소가 마땅치 않은 것은 보완이 필요하다.
봉리단길은 과거에 점집거리였다. 점집을 상징하는 대나무 장식과 간판에는 무슨무슨 보살이라는 글귀가 여러군데 보였다. 봉리단길에 접한 봉황동유적지에는 가야인들의 삶의 체취가 흐르고 있고 그 인접한 길에는 옷가게, 국수가게, 카페, 중화요리집 등 이삼십대 젊은이들이 사장인 가게들이 많다.
상호들만 봐도 젊은 감성이 톡톡 묻어난다. 서부커피, 안인정미소, 카페봉황, 하라식당 등이 그렇다. 안인정미소는 실제 정미소 였던 곳을 수제 맥주집으로 리모델링 했는데 쌀을 정미하던 정미기계를 그대로 살려서 보는 맛을 더했다.
양대인(28) 낭만멸치 대표는 "내외동이 집인 김해 토박이다. 아는 형의 소개를 받고 왔다. 젊은이들은 예쁜 가게에 음식을 찾아서 먹으러 온다. 많이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낭만멸치는 그 상호만큼이나 흐뭇한 가게였다. 은색 스테인레스 그릇에 나오는 면발에 멸치 육수를 직접 부어 먹을 수 있는데 점원 모두 두건을 써 위생적이었다. 회색 콘크리트 내부 마감재와 타일로 된 내부 장식은 깔끔했다.
거리를 걷는 동안 셀카를 찍어대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이정윤(부산·27)씨는 "가까운 거리에 이런 곳이 있어서 괜찮다고 생각한다. 친구들이랑 봉황동 유적지 산책로도 걷고 옷도 사고 식사도 해결하고 오면 만족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고 말했다.
봉리단길의 여러 가게에는 이 일대 지도와 인스타그램 주소 등이 적힌 소책자가 있다. 이것 이외에는 아직까지 관광객들을 위한 자료들은 없었다. 하지만 김해시는 지난 3월에 이 곳을 문화의 거리로 만든다는 사업추진협의회를 발대했다. 젊은이들이 몰리자 행정에서도 뒤늦게 나서기 시작했다.
낙후된 지역의 거리가 취업난에 신음하고 있다는 젊은이들이 낭만을 펼치는 곳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골목경제가 살아야 지역이 바뀌고 대한민국이 살아난다. 젊은이들이 자유로운 상상력과 문화가 가진 올드함이 버무려진 봉리단길에서의 한 때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