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교육청의 '만세인사'와 교육감 인식의 '대참사'
경남교육청의 '만세인사'와 교육감 인식의 '대참사'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8.10.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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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사회 내부 적폐
승진 기회 박탈감 조성
안일규 논설위원
안일규 논설위원

최근 경남도교육청의 '만세 공무원'들이 논란이다. 교육감 선거 개표방송에 박종훈 현 교육감 캠프 사무실에서 만세와 연호를 한 공무원들이 교육감을 둘러싸고 있었던 모습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도민들의 분노와 공직사회 내부의 불합리성이 드러나고 있다.

송승환 창원시교육장, 유승규 고성교육장, 허인수 거제외포중학교 교장, 최병헌 본청 체육건강과장, 손재경 본청 정책기획관, 강만조 정책기획실 서기관, 최둘숙 함안교육장, 한지균 하동교육장 등이 만세 공무원들이다. 이들 중 손재경 본청 정책기획관은 선거 잉크가 마르기도 전인 7월 9일 4급 지방서기관에서 3급 지방부이사관으로 승진됐다.

지난 9월 1일에는 허인수 거제외포중학교 교장이 본청 학생생활과장으로 옮겼다. 최둘숙 함안교육장은 본청 중등교육과장으로, 유승규 고성교육장은 창원 신월고등학교 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원기복 본청 초등교육과장은 함안교육장으로 발령이 났다. 이들이 만세를 한 직후 인사에서 승진되거나 이동한 것이 보은 논란을 유발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보은을 유발함에도 불구하고 박종훈 교육감이 인사를 단행할 수밖에 없을 무언가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다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내부제보가 터져나오지 않는 이상 사법기관의 수사 밖에 없을 것이다. 경남도선거관리위원회 해석도 공무원들이 투표 마지막 날 선거캠프에 찾아가 현직 교육감과 함께 만세를 부르고 눈도장을 받는 것은 처벌할 수 없다는 데 그치고 있다.

경상남도교육청 공무원노동조합은 8일 성명을 통해 "개표방송까지 출연해 만세를 불렀던 간부공무원들이 경남교육청 요직에 배치되는 것을 보고 많은 공무원들이 자괴감에 빠지고 있다"며 "도교육청의 기구와 조직이 당선자의 전리품처럼 운영되면서 하위직 공무원의 자리가 줄고, 논공행상이 지나쳐 직업공무원의 승진 기회까지 박탈되는 불합리는 개선돼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정무직 인선이 아니라 공무원 인사를 선거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된 공무원들에서 연이어 단행하는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 안정적인 교육행정 운영을 위해 정무직·임기제 인사들은 교육감의 코드에 맞춰 투입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주요 공무원 인사에 눈도장을 찍으러 오는 만세 공무원이 나타나는 것은 경남교육청의 바닥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 10일 박 교육감의 사과 발언도 유감이다. 박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 개표 상황에서 우리 간부 공무원들이 만세를 부른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그것이 도민들의 정서에 부합되는 행동은 아니었다는 것을 저 스스로가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육감에게 되묻고 싶다. 법적인 문제가 없어서 괜찮은데 도민 정서에 떠밀려 사과한다는 말 아닌가? 공무원 사회 내부의 적폐를 만들고 승진 기회 박탈감을 평범한 교육공무원들에게 조성하는 것이 도민들의 정서에 부합되는 행동이 아니었다는 말로 될 일인가? 박 교육감이 왜 스스로 3선을 포기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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