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언론, 공정하지 못해서 외면받는다
[기자수첩] 한국언론, 공정하지 못해서 외면받는다
  • 신정윤 기자
  • 승인 2018.10.09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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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품질, 투명취재원 4명 인용은 기본
기계적 공정성, 받아쓰기 저널리즘에 반성
미디어 리터러시 있는 시민 언론모니터 환영
신정윤기자
신정윤기자

[가야ㆍ양산일보=신정윤 기자] 최근 한 시민이 기자회견장에서 돌발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아무런 직함도 없이 양산시민이라는 직함과 성명을 밝히며 기자들 앞에 섰다. 안타깝게도 나는 현장에 있지 못했다.

내용은 양산시가 본지를 포함한 지역 신문사에 선심성 광고 배정을 중단하라는 내용이었다.  다음날 그 기자회견은 단 한 곳의 언론에도 보도되지 않았다. 물론 본지도 보도하지 않았다. 언론사끼리의 카르텔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보도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우리의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보도할 만큼 언론이 겸허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게 내 생각이다.

수년 전 도내의 한 유력 언론사에서 주최하는 마라톤 대회에서 한 시민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마라톤대회에서 시민이 사망한 것은 사회면 기사거리다. 그러나 이 언론은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

본지를 수준이하라고 치부하는 그의 비난이 적절했는가의 문제는 일단 제쳐 두고 언론사 기자들 앞에서 언론사의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미디어리터러시를 갖춘 시민들이 적절한 근거를 갖고 언론보도를 모니터링 해 공익에 기여하는 비판이면 좋겠다. 그의 비판이 나를 포함한 특정 기자들을 비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예를 들면 양산 고교평준화 문제와 관련해 평준화 반대측에서 사전 타당도 조사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했다. 본지는 이러한 의문 제기에 대해 도교육청과 타당성 조사 용역 업체에 사실 확인을 해 이를 기사화했다. 사실 확인의 규율을 지켜야 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철칙이다. 그러나 본지를 제외한 단 어떤 언론에서도 도교육청에 이를 확인한 보도는 찾을 수 없었다. 단지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으며 기자회견 주최측과 평준화 찬성측의 발언내용을 적절히 인용해 보도하는 수준에서 그쳤다.

최근 언론전문 매체 <신문과 방송>에서 한국 언론이 위기를 맞고 있는 이유가 언론 환경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공정하지 못한 기사의 품질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매체는 세계의 저명한 언론과 한국언론의 기사의 품질을 비교 평가한 리포트를 보도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기사의 품질은 투명한 취재원 4명 이상, 이해당사자 4명 이상, 관점의 다양성 등으로 요약된다. 한국언론은 정부기관에서 나오는 취재원 1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고. 관계자라는 불투명한 취재원을 사용한 사례가 많았다.

물론 나도 이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서 지금도 반성문 비슷한 취재수첩을 쓰고 있다. 그러나 최소한 이것을 지키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독자 제위 여러분들의 격려를 부탁드린다. 바꿔 말하면 공정한 언론이 된다면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으로 더 공정한 언론이 되겠다는 기본에 충실한 보도를 하겠다. 나는 오늘도 마감시간이 급박하지만 수화기 너머 취재원에게 실명을 밝힐 수 있냐고 묻는다. 언론 경영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저널리즘이 좋은 비즈니스'라는 신념에도 변함이 없다. 다시 한 번 제 공정하지 못한 기사가 있었다면 독자 여러분들의 너그러운 이해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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