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모두가 '즐기는 축제'가 되길
[기자수첩]모두가 '즐기는 축제'가 되길
  • 이정윤 기자
  • 승인 2018.10.17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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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윤 기자
이정윤 기자

올해 처음으로 '삽량문화축전'을 보러 갔다. 양산 시민이 아니었기에 '삽량문화축전'이라는 이름도 처음 들었고, "양산에서는 최고의 축제다."라는 소문만 듣고 찾아갔다. 오랜만에 딸네 집에 놀러 오신 어머니와 함께 '마실'갔다는 표현이 맞겠다.

나는 축제의 첫 시작인 12일 금요일에 갔는데,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주차하는데에 어려움을 겪었다. 차가 들어갈 수 있는 입구는 막혀있었고, 진입하는 차를 따라 들어가면 "행사차량만 진입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몇 대는 종합운동장 입구에 테트리스 하듯 맞춰져 주차되어 있었고, 그 마저도 더 이상의 차량을 받아들일 수 없어 의경들이 서서 지키고 있었다. 역에서부터 걸어오기에는 꽤나 먼 거리였는데 양산역에 차를 주차하고 행사장까지 걸어서 다녀오니, 집에 돌아갈 시간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파김치'가 되었다.

'양산시 최대 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행사장은 넓었다. 대강 둘러보는데도 한참을 걸었다. 각 지역의 특산물, 오밀조밀 놓여있는 수공예품이 가득한 플리마켓에, 참여하고픈  체험행사도 다양했다. 어린이를 위한 블록놀이터부터 어르신들을 위한 구강검진부스까지 있어 "남녀노소 모든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많은 신경을 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구에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시선을 끈 것은 '품바쇼' 였다. 전통시장에 가면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분들인데, 그분들만의 멋과 흥이 나에게는 낯설고 어색하지만 어르신들은 그곳에 제일 많이 모여 계셨다. 어르신들의 핫플레이스를 지나니 커다란 블록집이 보였다. 그 안엔 어린아이들과 부모들이 성 안에 들어가 블록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어린이들을 위한 공간이 있어 아이들도 즐거워보이고 부모들도 평화로운 표정이었다. 특히 따라다니기 싫다고 징징거리는 아이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다.

조금 더 걷다보니 시험을 끝내고 온 중,고등학생들이 보였다. 화랑 의상 체험부스에서 갑옷입은 친구의 모습에 깔깔거리기도 하고 승마운동기구를 타며 활쏘기 체험을 하고 있었다. 지친 시험의 보상이라도 받는 듯 몹시 즐거운 얼굴에 나도 잠시 멈추어 감상하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뭐라도 하자 싶어 엄마의 팔짱을 끼고 체험거리를 찾아 나섰다. 주로 찾게 된 것은 '무료체험'. 무엇이든 체험해 본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지만 '내 돈 내고 할 만큼'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나 체험은 아니었기에 부담 없는 무료 체험을 찾게 됐다. 아이가 있다면 아이 장난감 값이라 치고 지불할 만한 돈이었지만, 아이가 없는 일반 가정집엔 필요 없는 물건이 대부분이라 스치듯 구경하고 말았다. 여러 가지 무료체험을 하였는데, 이 체험에도 나름대로 대가는 있었다. 어떤 체험은 기분 좋게 참여하고, 나오는 발걸음도 가벼웠던 반면 어떤 체험의 경우 무료로 참여한 대신 나가는 끝까지 단체의 회원가입서나 강연회 유료 신청 등을 사양하느라 곤란하기 짝이 없었다. 부산에서도 저 멀리 사하에 사는 나의 가족에게도 "죄송하지만, 집이 멀어서 가기 힘들겠다."라는 말에 "나도 부산에서 다닌다. 와서 같이 하면 되지 무엇이 문제냐"며 끝까지 회원가입서와 유료강연회 신청서를 손에 쥐어 줬다. 그 단체의 체험장은 나오면서 오히려 더 거부감만 가지게 만들었다. 이런 체험장을 빠져나오니 그 압박스러운 제안들을 거절하기가 무안해서 선뜻 발길이 가지 않았다.

밤이 되니 즐거운 음악무대와 화려한 불꽃쇼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고, 하늘위에 수놓아지는 꽃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코 끝에 찬바람이 닿는 날씨에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도 불꽃을 처음 보는 어린아이처럼 눈을 뗄 수 없었다.

하루를 다녀오니 다음 날 하루는 꼼짝 못하고 다리에 파스를 붙인 채 늦잠과 낮잠의 연속이었다. 물론 내 '저질체력'도 한몫했을 테지만 역시 즐긴다는 것은 그만큼의 체력이 필요한일이다.

이틀이 지난 지금 그날의 축제를 회상하면서 드는 생각은 "즐거웠다. 하지만 체험부스에서 행해지는 강제성은 좀 사라졌으면 좋겠다."이다. 말 그대로 '체험부스'아닌가. 알아보고 싶어서 들어갔고, 경험했다면 그 이후의 행보는 체험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내 흥미에 맞으면 조금 더 알아보고, 내 흥미와는 맞지 않으면 '이런 문화도 있구나.'하고 넘어가도 될 것인데 그 날의 분위기는 영 자유롭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말은 볼거리, 즐길 거리, 또 내가 필요하다면 물건을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좋은 축제였다. 밍밍한 일상에서 일탈하고 축제장 특유의 '기분 좋은 들뜸'을 선사하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삽량문화축전은 '축제로 해서 한 건 하겠다.' 는 의지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즐겼구나.'가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준비하는 이도, 방문하는 이도 모두 '즐기는 축제'가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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