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아이들을 위한’ 교육
진짜 ‘아이들을 위한’ 교육
  • 정대은 기자
  • 승인 2018.01.29 10: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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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대한 열정과 생각은 1년이 지나기가 무섭게 바뀌고 있다. 초등학교 때만 하더라도 반에 학원을 가는 아이들과 안가는 아이들의 수가 비슷했는데 중학교로 올라가고 주위를 둘러보니 학원을 다니지 않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그리고 고등학교를 가보니 ‘학원을 안 다니면 진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었다.

지금은 내가 예전 학교를 다닐 때 보다 교육에 대한 열정이 더 뜨거워졌다. 내가 대학교에 가서야 배운 코딩을 이제는 초등학생들도 배운다는 뉴스를 봤을 때 받은 충격은 잊을 수가 없다. 학원을 보내는 연령대는 점점 낮아지고 있고 한 아이가 다니는 학원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놀 땐 놀고 공부할 땐 공부하자’라는 말은 이미 무색해진지 오래다.

경남교육청에서 개최하고 있는 수학공감콘서트는 분명 좋은 의미를 가진 행사다. 하지만 행사장 앞에서 귀찮아하는 아이의 모습과 아이를 달래 행사장으로 향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나니 기분이 묘해졌다.

분명 그 엄마는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다 너희 잘되라고 하는 일이다’라고.

최근 한 유아교육 전문가는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뿌리가 깊다. 이런 특수성과 불안감을 무시하면 안된다”라고 하면서도 “학부모들의 심리적 위안이 굉장히 중요한 건 맞지만 그보다 아이들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서 ‘심리적 위안’이라는 단어가 마음 깊숙이 와 닿았다. 어쩌면 부모들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고, 공부를 시키고 하는데서 위안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우리 아이들은 공부를 좋아한다”라고.

물론 정말 공부에 재미를 느끼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겉으로 그렇게 보이는 아이들 중에는 ‘칭찬에 길들여진’ 아이들도 있다. 고등학교 때 공부를 열심히 하던 친구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러자 그 친구는 ‘공부를 하면 집에서 칭찬을 해준다’고 했다.

결국 그 친구는 ‘공부’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공부를 하면 따라오는 ‘칭찬’을 좋아해 공부를 한다.

위의 유아교육 전문가는 “부모들은 ‘밀크’, ‘애플’처럼 간단한 단어만 발음해도 칭찬을 해준다. 친구들이랑 신나게 노는 것을 보고 칭찬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을 보면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너무 많은 것을 가르치려다 보니 정작 아이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시간이 없다.

중학생 정도만 되더라도 미래에 대해 물으면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원하는 직업을 가지기 위해 대학을 가는 것이 당연하지만 점수에 맞춰서 대학교와 학과를 고르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됐다. 주변을 봐도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고, 대학을 가서 공부를 한 후가 돼서야 무엇을 할지 찾는다.

교육에 대한 열정을 올리는 것은 좋지만 진정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찾아주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클라이밍을 하는 동생이 방학 때 만난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말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아침에 피아노 학원에 갔다가 오후에는 클라이밍을 해요. 저녁 먹고 학원에 갔다가 집에 오면 10시여서 다음날 피아노 학원에 가려면 바로 자야 돼요. 방학 때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시간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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