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5시 부산시청 2층 3전시관 개막식, 16일 오후 2시 작가와의 대화

[가야일보=양삼운 선임기자] 우리나라의 산과 사찰들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노재학 사진전'이 부산시청에서 열린다.
(재)문화유산회복재단 부산광역시본부는 11일부터 17일까지 시청 2층 제3전시관에서 '한국산사의 단청문양과 사찰벽화의 美'를 주제로 노재학 작가의 사진전을 개최한다.
지난해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산사 7곳을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산사가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의 역사성과 지속성을 간직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산지 승원 7곳 개별 산사의 진정성과 완전성도 높이 인정하면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향후 지속적인 보존대책을 주문했다. 지속적인 보존을 위해서는 국민의식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그 선결과제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알고 공유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유네스코는 한국산사에 내재하고 있는 문화의 고유성보다는 스님들이 현재까지도 거주하며 수행하고 있다는 의미의 ‘산지승원’에 더 주목하고 있어 한국 전통사찰을 바라보는 미묘한 관점 차이를 느끼게 한다. ‘산지승원’은 문화 보다는 현재적 삶과 수행도량에 더 방점을 가지기 때문이다.
사실 산지승원은 그 자체의 의미로 보면 스님의 수행영역으로 한정되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사실은 세계유산 등재활동 과정에서 지속성, 역사성, 진정성 등의 평가항목에 맞추기 위해 전통사찰의 역사, 가람배치, 건축 등에 초점을 맞춘 경향과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산사의 진정한 가치는 건축, 종교, 사회문화, 예술의 총체성에 있다. 특히 각 산사의 중심 불전인 법당은 전통미술과 조형의 보고다. 불상과 불화, 벽화, 단청문양, 불단, 닫집 등 한 시대 최고최상의 조형과 미술이 결집해 있다. 한국산사의 법당은 예경의 공간이면서, 하나의 박물관이고 미술관에 가깝다.
그럼에도 법당 내부에 대한 전면적이고도 종합적인 조사는 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수리적 정밀실측조사 보고서는 매년 발행되고 있지만, 법당의 장엄세계에 대한 철학, 미학분야의 연구 활동은 분산적이고 대단히 미미하다. 특히 한국 고유의 전통문양이 다양하게, 또 보편의 지속성으로 펼쳐져 있는 법당 천정에 대한 조사와 분석은 거의 전무한 실정에 가깝다.
한국산사 법당 천정은 단청문양과 조형의 보고다. 그럼에도 사찰 천정구조와 양식에 대한 논문만 몇 편 발표된 수준에 그친다. 문양과 벽화, 조형 자체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나 연구는 진행된 바 없다.

이런 현실에서 노재학 사진작가의 사진작품들은 법당내부 장엄세계에 대한 중대한 각성을 일깨워준다. 노재학 작가는 근 20년 동안 전국의 전통사찰에 현존하는 법당 내부의 장엄세계를 지속적으로 필름에 담아왔다. 국가나 종단에서 해야 할 일을 개인이 묵묵히 수행처럼 작업해온 것이다.
그의 조사에 의하면, 100년 넘은 유의미한 고전의 조형과 미술이 현존하는 법당은 전국에 약 200 곳에 이른다고 말한다. 그는 그곳을 수십, 수백 차례 가고 또 가서 가장 극적인 빛의 순간에 법당장엄의 세계를 필름에 담아왔다. 기록하고 축적한 사진만도 백만 장이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한국산사 법당의 조형과 미술을 담은 그의 사진들은 지고지순의 숭고한 아름다움의 전형을 보여준다. 종교미술 뿐만이 아니라, 전통문양, 도가의 길상, 유가의 태극, 호작도 같은 민화들까지 폭넓고도 풍부한 조형미술의 세계를 놀라운 시선으로 보여준다.
사람들의 시선이 잘 닿지 않는 외진 공간에 이르기까지 전통문양과 전통색채의 아름다움을 경이롭게 구현하고 있다. 그의 사진들은 한국산사 법당 내부에 오랫동안 전승해온 장엄예술의 진면목들을 커다란 울림으로 드러낸다. 그것은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세계문화유산 한국산사에 대한 놀라운 조명이 될 것임에 분명하다.
전시회 기획과 작품세계
(재)문화유산회복재단 부산본부는 노재학 사진작가의 50여 점의 작품을 통해 세계유산인 한국산사의 아름다움을 시민과 함께 공유하고자 이번 사진전시회를 기획했다. 이번 전시회의 성과를 토대 서울, 광주, 대구 등 7대 도시 순회전시도 추진하고 있다.
전시회 출품 작품 수는 우선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7곳 산사를 중심으로 50여 점 뽑았다. 작품전시는 네 가지 테마로 체계적으로 분류해서 한국산사가 간직한 미의 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명했다.
1부는 ‘산사의 미(美)’다.
숲과 자연생태, 생명의 보고인 산사 미학을 보여준다. 자연과 지형을 재해석한 한국산사 산지가람의 자연주의 경영을 표현한다. 만화방초의 화원을 이룬 순천 선암사의 봄과 소백산맥의 능선을 무량수전 앞마당으로 끌어당긴 부석사의 차경 안목을 살펴 볼 수 있다.

2부는 ‘단청문양의 미(美)’다.
자연의 꽃과 구름, 물고기, 추상의 에너지들을 모티프로 하여 기하문이나 관념의 이상형으로 정형화 한 사찰천정의 다양한 문양들을 보여준다. 사진 속 문양에는 유교의 태극이나 도교의 길상, 심지어는 별자리 천문우주의 세계도 나타나는 경이로움을 보인다. 해남 미황사, 부안 내소사, 구례 천은사 등 서남해안지역의 산사 장엄세계가 간직하고 있는 단청문양들은 대단히 세련되고 현대적인 디자인 감각으로 놀라움으로 이끈다.
3부는 ‘사찰벽화의 미(美)’다.
벽화의 중심엔 불교교의를 반영한 불화 성격의 벽화가 중심에 있지만, 송학도, 고사인물도, 연꽃과 모란도, 악기 등 별지화도 풍부하게 나타난다. 민화의 원류격인 사찰벽화 속 호작도, 화조도, 어변성룡도 등은 한국미술의 흐름과 전개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학술자료를 제공한다. 통도사 영산전과 명부전, 직지사 대웅전, 양산 신흥사 대광전의 사찰벽화 아름다움이 주목을 끈다.
4부는 ‘조형의 미(美)’다.
한국산사 법당에 보편적으로 조성한 꽃살문, 불단, 닫집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내소사 대웅보전과 논산 쌍계사 대웅전에선 꽃살문의 미를, 백흥암 극락전과 직지사 대웅전, 환성사 대웅전에선 소목장의 손길로 조각한 불단의 아름다움을, 범어사 대웅전과 익산 숭림사 보광전에선 닫집 미학의 정수를 드러낸다.
전시행사 및 계획
이번 전시회의 개막식은 11일 오후 5시에 열린다. 관람은 오후 2시부터 가능하다.
전시도록은 한국산사 23곳의 조형미술 세계를 해설한 노재학 작가의 책 『한국산사의 단청세계: 불교건축에 펼친 화엄의 빛』(미술문화)으로 대체한다.
16일 토요일 오후 2시에는 전시실에서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부산전시의 성과를 바탕으로 오는 5월부터 11월까지 관계기관 및 단체들의 후원을 바탕으로 서울, 광주, 대구 등 전국순회 전시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