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재벌 3세와 연예인들의 마약범죄, 좌시할 수 없다
[안수효 칼럼] 재벌 3세와 연예인들의 마약범죄, 좌시할 수 없다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19.05.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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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안전전문가 )
안수효 논설위원(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안전전문가 )

유엔은 인구 10만명 당 연간 마약사범이 20명 미만일 때 '마약청정국'으로 분류한다고 지금까지 언급해 왔다.

수사기관 집계에 따르면 2014년까지 한국은 마약 사범 숫자 1만명 이하 선을 거의 유지해 왔다. 1999년 1만명을 잠시 넘어서긴 했지만, 이후 대대적인 단속으로 2002년 7000명 선까지 마약사범이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9년 또 다시 1만 명을 넘겼는데, 이후 5년간 9000명 선에 머물렀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마약 안전지대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인들도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현실이다.

유명 연예인에 뒤질세라 이번에는 재벌 3세들이 마약스캔들에 휘말렸다. 남양유업, 현대와 SK그룹 창업주 손자들이 마약투약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SK그룹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손자 최모씨는 변종 마약인 고농축 액상 대마(대마 카트리지)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액상 대마는 대마의 환각성분을 농축한 것으로 이들은 전자담배에 카트리지 형태로 끼워 흡입했다고 한다. 액상 대마는 1g당 가격이 금값의 3배 수준에 달할 정도로 고가여서 웬만한 재력으로는 쉽게 구입하기 힘들다. 환각성도 대마초에 비해 40배가 높아 '그들만의 마약'으로도 불린다고 한다.

2010년부터 국내 마약사범 숫자는 1만 명을 넘겨왔다. 2015년 1만 1916명, 2016년 1만 4214명, 2017년 1만 4123명, 2018년 1만 2613명 등을 기록해 왔다. 하지만 마약사범 숫자가 1만 명이 넘는다고 해도 이 수치는 2018년 기준 20대 이상 성인 인구가 약 4200만 명 정도임을 감안할 때 0.1% 수준이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땐 마약사범 수가 적은 편이기 때문에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국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청정국'이라고 불리기에 한국은 '오랜 기간', '상당한 수'의 마약 관련 범죄가 발생해왔다.

마약 밀수입 압수량은 현저히 늘어, 2016년 38.6kg, 2017년 35.2kg에서 2018년에는 298.3kg을 기록했다. 마약 청정국으로 여겨졌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마약청정국에서 소비국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언론을 장식한 이들은 한결같이 어릴 때부터 부족함 없이 모든 것이 허용되는 환경에서 자란 재벌 3세들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해외 유학파들이다. 외국에서도 한국 법률에 지배를 받지만 외국에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마약을 접했을 것이다.

어느 누구하나 간섭 하는 이 없이 자극적이고 색다른 쾌락을 추구하는 과정에 마약을 접했다. 일반인들은 돈이 최고의 쾌락이 되지만, 이들에게는 돈과 권력을 어릴 때부터 질리도록 경험한 터라 좀 더 강하고 일반인들이 접할 수 없는 것을 즐긴 것이다.

마약은 습관성이다. 외국에서 지속적으로 마약을 복용한 이들이 한국에 들어와서도 그 습관을 버리지 못하다 사고를 낸 것이다. 어느 것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재벌 3세들이 최소한의 도덕적인 기준은 고사하고 세상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이나 받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들의 부모세대들 역시 '노블리스 오블리주'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았다. 부모 잘 만나 잘 사는 것까지야 누가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능력도 없이 부모재산 물려받아 마약으로 허송세월 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또한 마약을 손댄 일부연예인의 반복되는 마약범죄는 이미 공식화되어 있다. ‘구속→집행유예→자숙→복귀’로 이어지는 경로는 이들에게 경각심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마약으로 처벌을 받은 연예인들에게 더 이상의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된다. 이들은 청소년들에게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침묵의 파괴자인 마약 유통과정 단속에 정부가 팔을 걷어붙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인가 마약구입이 택배하나 받는 것쯤으로 인식된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너무나 쉽고 싸게 마약에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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