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술 사먹고 신고해도 청소년은 처벌 못한다
[안수효 칼럼] 술 사먹고 신고해도 청소년은 처벌 못한다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19.08.0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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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안전전문가)

대구 달서구 상인동에서 영업 중인 A씨는 지난 1월, 청소년들에게 술을 팔다 적발되어 한 달간 영업정지를 받은바 있다. 한 달간 영업정지라는 것이 어느정도 수준의 처분인지 잘 알 수 있다. 일부에서는 이 정도 수준이면 폐업하라는 소리와 다름없다고 한다.

피해를 본 상인이 오죽 했으면 가게 담벼락에 현수막을 걸어 시민들에게 하소연 까지 했다. 현수막 내용은 이렇다. “지난 1월 새벽 2시가 넘어 청소년들이 들어와서 257,000원 어치 술 마시고 자진 신고한 미성년자 보거라. 사장 없다고 위조된 민증, 전에 몇 번 보여 줬다고 그날 검사 안하고 공짜로 마신 술이 맛있드나 ? 걍 먹고 싶어 먹고 돈 없다, 죄송하다 하지 그러지 마라 난 피눈물 흘린다. 주방이모, 홀 직원, 알바들도 다 피해자다. 부탁이다. 이집에서 끝내 거라! ”

현행법상 미성년자에게 술을 팔다 적발되면 업주는 청소년보호법과 식품위생법에 따라서 영업정지 또는 폐쇄.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특히 자영업자가 청소년의 악의적인 신고를 입증해 검찰에서 불기소나 기소 유예 처분을 받더라도 구청에서 영업정지 처분이 판매 이후 즉각 내려져 이를 피할 길도 없다. 행정심판이나 소송을 통해 구제를 받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수반돼 해당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에 와서야 신분증 위·변조, 도용 등으로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한 경우에는 담배판매업자에게 영업정지 처분을 면제해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일부 청소년의 어긋난 행동으로 선량한 자영업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식품위생·청소년보호법은 신분증 위·변조, 도용하여 주류나, 담배를 판매한 영세업자들에게는 처벌이 따르지만 청소년은 처벌에서 제외된다. 법의 모순이 보이는 대목이다

청소년을 처벌 할 수 없는 것은 청소년은 보호 대상이라는 원칙 때문이다. 청소년이 법을 악용해도 처벌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청소년 보호법 제28조에 따르면 누구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유해 약물 등을 판매.대여.배포하거나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번 대구의 사례처럼 청소년들이 이를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다보니 간 큰 청소년들에게 공짜 술 마실 기회를 국가가 합법적으로 제공해 준다는 말까지 생겼다.

일부 청소년들은 술집에서 위조된 신분증으로 술을 마신 후 자진 신고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자료에 따르면 2010년 ~2012년 까지 미성년자주류 판매 적발 업소 78%인 2,619곳이 청소년들의 고의신고로 적발된 통계가 있다.

현재 불합리한 식품위생법 개정과 청소년들의 무한대의 음주 관용에 대해서 청소년 보호법 개정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을 악용하는 사례는 법 취지에 맞지도 않을뿐더러 선의의 피해자가 속출 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주류 구입을 하다 적발된 청소년에게 1,000유로 이하의 벌금을, 미국은 주에 따라 다르지만 벌금과 사회봉사명령, 운전면허 정지 및 구금을 명령하는 등 적발 횟수에 따른 제재 강도가 높은 편이다. 외국의 경우 청소년 음주를 규제 대상에 당사자를 포함시켜 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음주 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만약 음주한 청소년을 처벌하는데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면 판매업자를 속이거나 협박하는 청소년들에 한해서만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법을 악용하는 청소년들로 인해 어른들의 생계까지 가로 막는 사례는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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