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퀴어축제
[안수효 칼럼]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퀴어축제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19.12.09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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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안전전문가)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 9월 8일 서울 대학로와 연세대학교에서 '친구사이' 등 20여개의 성소수자 단체 및 커뮤니티와 성소수자 인사의 참가로 시작해, 서울에서 매년 6월에서 9월 사이 여름에 열리는 성소수자 축제다.

지난달 30일 오후 4시부터 창원시 중심가일대는 교통 혼잡으로 인해 마비되다시피 했다. '무지개 빛으로 공존하는 세상'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면서 빚어진 일이다. '제1회 경남 퀴어문화축제'는 경남을 비롯하여 서울·광주·부산·대구 등 다른 지역 퀴어축제 조직위도 참가했다.

특히 주 부산미국영사관·국가인권위부산사무소·경남민변·마산YMCA 등 30여개 기관·단체가 축제부스를 꾸렸고 일반시민 1,000여 명이 참여하면서 더욱 풍성한 행사가 되었다.

창원시청 앞 광장을 기준으로 남쪽에는 ‘제1회 경남퀴어문화축제’가, 반대편 200여m 떨어진 북쪽에서는 ‘퀴어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기독교와 보수단체가 주축이 된 반대집회와의 충돌우려가 있었지만 다행이 아무런 사고 없이 잘 마무리 되었다.

도로 점거를 허용하지 않아 대회가 무산된 부산 퀴어문화축제와 달리 경남의 퀴어축제는 경찰의 적극적인 수용과 노력으로 대회가 치러질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교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면 성소수자들의 퀴어축제는 반대의 명분은 충분히 있다. 어떤 의미를 가진 행사나 집회는 반드시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찬성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고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의 성향이나 생각이 다르다 하여 일방적으로 매도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올바른 시민의식이라 할 수 없다.

한국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일부 반대론자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만큼 반대 목소리가 높은 나라는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 개신교인의 사회 인식도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한 "2019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의 인식조사"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인의 58.4%가 “동성애는 죄”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한 반대론이 확산되는 시점에서 영·미·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뉴질랜드·EU·대사들은 6개국 공동입장문을 발표하고 성명했다. “모든 사람은 그가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든, 누구를 사랑하든 간에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며 서울퀴어문화축제 20주년을 축하하면서 다음과 같이 "국제사회는 지속적으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지지할 것"이며, "다양한 사회가 곧 강한 사회"임을 강조했다.

소수자에 대한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는 문화는 한국 보다 유럽 쪽이 훨씬 앞서나가 있다. 이들 외교대사들이 성소수자들의 퀴어축제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은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다. 누구를 사랑하든 공정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한 것이다.

성소수자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을 인정해 주는 것이다. 퀴어축제는 다름이 존중되고 차이가 공존하는 사회가 필요하다. 전시 체제에서나 있을 법한 획일성은 군사문화의 산물이며, 오로지 명령에 의해서 움직이는 군사문화에서 다름은 인정되지 않는다. 성적 소수자들은 비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단지 조금 다를 뿐인데도 혐오의 대상이 되고 조롱거리로 치부되면서 격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차이를 차별하지 않으려면 서로의 소질과 적성, 개성과 능력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

함께 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고 모두에게 공평한 세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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