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느슨한 처벌이 산업재해 키운다
[안수효 칼럼] 느슨한 처벌이 산업재해 키운다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0.12.21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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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지난 10월19일 국회 산업 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남동·동서·중부·서부·남부 등 화력발전 공기업 5개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제출받은 ‘노동 관련 적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최근 5년간 이들 발전 5사의 노동 관련 위반 건수는 총 79건으로, 지난해만도 17건이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태안화력에서는 고 김용군씨 사망사고 이후 진행된 지난해 1월 특별근로감독에서도 1,029건의 안전조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당시에도 추락방지 장치와 방호 덮게 미설치 사항이 적발됐다. 태안화력이 고 김용균씨 사고 이후에도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들어나는 부분이다. 공기업이 이정도 수준이면 민간기업에서는 정도가 훨씬 더 심 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사고 예방에 공기업들조차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산업현장에서는 2019년 한 해 동안 2020명, 하루에 8명꼴로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사망사고는 중대재해라고 말한다.

중대재해들의 공통점은 기업에서 발생하며.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에서 안전설비 투자와 안전에 조금만 등한시해도 재해가 발생한다. 중대재해처벌법의 핵심요지는 그동안 처벌에서 제외되었던 기업의 의사 결정을 최종적으로 담당하는 최고경영자들에게 직접 묻겠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 나가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 최고경영자가 안전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고 허구한 날 현장소장이나 바지사장이 처벌되는 경우였다. 지난 10년 동안 통계치를 살펴보면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세계최고 수준의 국민의식과 경제수준을 가진 나라라고 떠들어 대지만 안전에 관해서는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산업재해로 인정된 경우에만 10년 동안 10만 건이 발생했다. 재해를 숨기거나 보고하지 않고, 통계에 잡히지 않은 재해는 이보다 몇 배나 많다는 것은 산업현장에 근무를 해본 노동자들은 너무 잘 안다.

처벌 수위는 기업의 경우에는 2019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이 되면서 기업에 대한 벌금액이 상당히 높아졌다. 그래서 10억 원 이하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이 돼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에서는 20억 원 이하로 2배로 올라가게 된다. 영세규모기업에서는 벌금액 수가 문제 될 수 있지만 재벌기업들에게는 그렇지가 않다. 무엇보다도 최고경영자에 대한 처벌이 명백하게 새로 규정이 되었다는 것이 법의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고 본다. 처벌 수위도 상당히 높다. 정의당 법안은 3년 이상의 유기 징역이고 민주당의 법안은 2년 이상의 유기 징역, 이렇게 하한형을 규정하는 형식으로 규정이 돼 있다.

손해배상은 보통 불법 행위가 발생하면 피해자가 청구를 할 수 있지만, 법의 원칙상 피해액만큼만 배상하게 돼 있다. 그런데 여기에 징벌적, 형벌적인 의미를 더해서 그 피해액의 몇 배만큼 배상하게 만드는 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다. 정의당 법안은 10배 이하까지, 민주당 법안은 지금 5배 이하까지 배상액을 선고할 수 있도록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그동안 안전시설에 투입되는 예산보다 보상금액이 적어 법의 실효성을 거두기가 어려웠지만 이 법이 제정된다면 산업현장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라 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수십 년간 예방위주의 정책으로 일관하다보니 산업재해는 줄어들지 않았다. 사용주 편에선 예방이었다면, 이를 강제하기 위해서 불가피하게 형벌을 강화해서 법을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겠으나 끊임없이 사람이 죽어나가는 현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옳지 않다. 사고를 일으킨 기업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사고를 예방하고 줄여나갈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결국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이외에 대안이 없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강력한 법 제정으로 기업과 정부가 산재 사망과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한 안전시스템을 마련하고, 기업주에게 노동자 보호를 위한 안전 분야 투자를 강제해야 한다. 수 십년 동안 유예기간을 두었지만 솜방망이 처벌로서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담보해 내기에는 불가능 했다.


이미 3년 전에 일명 ‘노회찬 법’이라 불리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이 차일피일 미루지는 가운데 산업현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죽어나갔다. 이번에 원안대로 통과되면 산재 사망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장치로 평가할 만하며,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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