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효 칼럼] 벌목 수준이 된 가로수 수난
[안수효 칼럼] 벌목 수준이 된 가로수 수난
  • 안수효 논설위원
  • 승인 2021.04.05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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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효 논설위원(안전전문가)

해마다 늦겨울~봄 사이 이뤄지는 가로수 가지치기가 과도해 ‘나무를 죽인다’며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가로수 가지치기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연례행사가 되고 있다.

문제는 민원이 발생한 가로수, 거의 모든 가지를 잘라내는 방식이다. 이러한 가지치기는 녹음이 우거지지 못하도록 해 가로수를 심은 취지를 반감시키고, 보행자 안전에도 해롭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봄철에는 수 많은 생물들이 기지개를 펴는 4월은 식목일도 끼어 있어, 나무 심기를 통하여 국민의 나무 사랑 정신을 북돋우고, 산지의 자원화를 위하여 제정된 날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지자체 기업·시민들은 나무를 심겠다고 나선 반면, 가로수는 생사기로에 서 있다. 휑하니 기둥과 밑동만 남아 있는 각종 가로수 훼손 사례들이 뉴스를 통해서 자주 목격되는 장면이다.

가지치기는 나무의 균형 발달을 돕고 통풍이 잘되게 해서 가로수의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지자체에서 특 고압선과의 안전거리 확보도 가지치기(전정)의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작업의 편의성과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가로수는 수난을 당하는 벌목 수준의 상황이라면 혀를 내 두른다. 특히 굵은 가지가 잘린 면에는 세균이 침투해 나무가 속까지 썩어들어 결국 고사하게 된다.

현재는 거의 모든 가지를 잘라내는 방식의 가지치기는 가로수의 굵은 가지가 줄어들면 녹음 면적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국제수목관리학회는 가지 제거를 25% 제한하고 있지만, 한국은 가지치기 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 가로수 가지치기에 대한 법적 근거는 ‘가로수 조성 및 관리규정’(산림청 고시)이 유일하다. 이 고시에는 병·충해 피해를 보았거나 쇠약한 가지 등을 가지치기 대상으로 규정할 뿐, 어떻게 얼마만큼 가지치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은 제시돼 있지 않다.

가지치기를 할 때 쓰는 강전정(강한 가지치기), 약전정(약한 가지치기) 등의 용어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한국표준품셈’에 등장한다. 한국표준품셈이 중요한 이유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가지치기 ‘공사’를 발주할 때 비용 산출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민간도 당연히 이를 준용하고 있다.

가로수는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다른 숲들이 그러하듯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신선한 산소를 배출하며, 거리를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청량감을 선사하며 그늘을 제공하기도 한다. 한여름 도시가 뜨겁게 달구어지는 도시 열섬을 완화 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큰 이득을 생각하는 게 아니라 간판을 가린다든가 그늘이 진다든가 하는 작은 이득에 가로수를 훼손하는 사례가 많다. 이미 오래전부터 세계 각국에서 과도한 가지치기(강전정)를 금지하며 관련 캠페인도 함께 벌이고 있다. 미국 국가표준협회의 ‘수목관리 표준’을 보면, 가지치기 때 25% 이상의 나뭇잎을 제거하지 말라고 명시하고 있다.

가로수를 훼손하면 5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와 수사기관의 의지 부족 등으로 범인이 붙잡히는 경우는 별로 없다.

시민단체는 안 그래도 부족한 도심 속 나무들을 무차별적으로 베어내는 관행을 이참에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운 여름에는 그늘을 주어 시원하게 하며, 자동차 통행이 잦은 도로에서는 소음을 줄이고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주고, 단절된 도시녹지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지니고있는 것이 가로수다. 무심코 지나쳤던 가로수의 사회적 가치를 이제부터라도 가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우리는 지구온난화의 문제점을 부르짖고, 온난화가 인류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한다. 이모든 것을 잘 들여다보면 인간들이 해온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가로수전지 작업의 근원은 장사를 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낙엽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수 십년된 가로수가 베어져나가야 한다면 너무 잔인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산림과학원 등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름철 가로수 그늘이 최대 4℃까지 온도를 낮춰 준다고 한다. 이런 점에서 해마다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가지치기 관행을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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