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진 부산 행정부시장 명예퇴직, "존경받은 표상"
이병진 부산 행정부시장 명예퇴직, "존경받은 표상"
  • 양삼운 기자
  • 승인 2023.01.27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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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공무원 3번 명예의전당... "청렴, 강직, 겸손 겸비"
박형준 시장, 퇴임식 열어 노고 감사... 28년 공직 마무리

부산 공직사회의 상징이던 이병진 행정부시장이 박수를 받으며 28년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했다.

이병진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은 26일 오후 박형준 시장 지시로 개최한 영예로운 퇴임식에서 "가장 어려울 때 시민들의 응원이 가장 큰 위로와 힘이 됐다"며 "이제 한 사람의 시민으로 돌아가 지역 사회에서 필요한 일을 하겠다"고 인사했다.

부산공무원노동조합이 선정한 '베스트 공무원'에 3번 선정돼 명예의전당에 오르는 등 부산시 공무원의 표상으로 인정받던 이병진(59) 부시장의 퇴임 소식은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자연스레 그의 이후 행보에 대해 궁금해하는 질문도 많았다.

이병진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이 26일 퇴임식을 앞두고 기자실을 찾아 간담회를 열어 28년간의 공직생활을 회고하며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양삼운 기자)

공로연수가 6개월 가량 남은 상황에서 명예퇴직을 결정한 이 부시장은 조용하게 업무를 마무리하며 두달여 업무 인계를 준비해 왔고, 이날 28년간의 공직생활을 맺으며 시청 직원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았다.

부산시 공무원들로부터 '역대 가장 존경받는 공무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이병진 부시장은 당초 "공무원의 한 사람일 뿐"이라며 "퇴임식을 별도로 열지 말아 달라"고 밝혀왔지만, 박 시장이 "퇴임식도 의미가 있으니 꼭 열자"고 제안해 뜻깊은 행사로 직원들과 작별을 고했다.

이 부시장은 부산동고와 부산대 불어불문학과(82학번)를 졸업하고 비교적 늦은 나이(31세)인 1995년 지방고등고시 1기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부산시 유시티정보담당관 국제협력과장, 예산담당관, 대변인, 문화관광국장 등 주요 보직을 거쳤다.

이후 기획조정실장으로 2년간 재임한 점이 눈에 띈다. 현 국회의원인 서병수 시장 재임 마지막 6개월에 이어 오거돈 시장 취임 초기 1년 반을 보좌했다. 특히 당선 직후부터 정무라인은 물론 오 시장으로부터도 욕설과 막말 등 온갖 수모를 지속적으로 당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퇴임 기자간담회에서도 이 부시장은 "이 때는 너무 힘들었다. 출근하기 힘들 정도였다"며 "주말, 휴일도 없었고, 수시로 관사로 불러 자질구레한 일꺼지 시켰다"는 점을 어렵게 밝히기도 했다. 오 전 시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던 때를 돌아보며 "모시던 분 앞에서 실상을 증언해야 해 곤혹스러웠다"고 말해 여린 심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병진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 퇴임식에 참석한 박형준 시장이 26일 오후 시청 대강당에서 공로패를 증정하고, 이 부시장 내외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부산시)

"경제부시장을 맡으라는 (오 시장의) 제안을 거절하고 고위공무원단이니 행정안전부로 보내달라"는 뜻을 관철시켜 광주에서 1년간 근무하던 이 부시장은 2021년 1월 "시장권한대행을 맡아야 하는 행정부시장은 시정 현황을 잘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가야일보 등 언론들의 집중적인 보도에 힘입어 행정부시장으로 돌아오게 된다.

"고향인데 돌아올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힐 정도로 험악했던(?) 시정이 오 전 시장의 어이없는 성추행 사건으로 급변한 것이 작용해 '인생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실감하기도 했다.

100일간 시장권한대행으로서 시장 보궐선거 등 현안을 잘 관리한 그는 박형준 시장과 호흡도 말 맞추면서 예상을 넘어 2년간 종합행정 전반을 관장하고 조율하는 행정부시장으로 지방선거를 거쳐 비교적 '장수 부시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박 시장이 권한을 내려 놓았을 때도 한 달간 시장 직무대행을 맡는 등 2차례 시장 대행을 지내는 기록도 세웠다.

시정 전반의 업무와 사정에 밝아 사업 추진과 조율, 위기관리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외유내강, 온화한 성품'으로 시 안팎에서 큰 신뢰를 얻어왔다. 자연스레 지방선거 출마를 권유받기도 했지만 소신을 지켰다.

청렴공무원의 상징이기도 한 이 부시장은 정부의 고위공직자 신원조회 때 조회할 재산이 많지 않아 역대급으로 빨리 끝났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였다.

이날 오전 기자실을 찾은 그는 "28년간 공직생활이 마무리된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직원들이 잘 따라주고, 어려울 때 시민들이 큰 힘이 됐다"며 "공직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시장권한대행 당시 가덕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된 일"을 소개했다.

이병진 부산광역시 제38대 행정부시장 퇴임식에 참석한 박형준 시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26일 오후 시청 대강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부산시)

"당시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덕신공항특별법 통과 필요성과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의 중요성 등 두 가지에 대해 선상 브리핑을 했다. 부산의 절박함을 전달했고, 지금 큰 무리 없이 정부 주도로 진행되고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행정부시장에 부임하자마자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돼 임기의 절반을 민방위복을 입고 지냈다. 시민들의 이해와 협조로 부산시가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응했다고 자평한다"고 시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 부시장 후배 공무원들에게 당부할 말로 "지속적인 소통을 강조하고 싶다. 공무원들은 칸막이를 없애고 소통하는게 제일 중요하다"며 "소통과 공감으로 시작하고, 서로 이해해야 존중과 신뢰가 생긴다는 점을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 부시장은 기획조정실장으로 지낸 2년 간을 "공직 생활 중 가장 힘든 시기"로 회상하며, "이제 다 털고 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시장은 "매일 일반직 공무원들이 퇴임하고 있고, 나라고 특별한 퇴임을 하는 건 아니다"라며 "퇴임식이 공직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임하는 모든 공무원을 대신해 열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올해는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해인 만큼, 직원들에게 한마음으로 힘을 합치자고 말하고 싶다"며 "이제 일반 시민으로 돌아가 지역사회에 필요한 역할이 있으면 무엇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두 자녀의 입학식과 졸업식을 단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고, 해외여행도 한 번 하지 못했다"며 "다음달 카이스트를 졸업하는 큰 딸 졸업식에 처음으로 참석하고, 가족 사진도 찍을 수 있어 무척 즐거워하더라"고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이 부시장은 당분간 휴식을 취한 뒤, 정부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부산지역 대학 강단에서 행정경험을 청년들과 함께 하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공직사회는 새 인생을 출발하는 이 부시장의 건승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뭉클해진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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