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아트센터 공동기획, “실험음악 테이프~레이저” 새로운 매체ㆍ예술 쉼없이 도전
아방가르드 예술가 백남준 조명, 예술세계 전 시기 망라 대규모 회고전.. 내년 3.16까지
부산현대미술관은 내년 3월 16일까지 전시실 4, 5에서 백남준의 예술적 도전을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을 개최한다.
백남준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이자 미디어아트의 개척자다. 새로운 기술과 예술에 끊임없이 도전했던 백남준은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로 평가받고 있다.

해프닝과 행위예술, 텔레비전과 방송, 인공위성, 대규모 비디오 설치와 레이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기술(테크놀로지)을 이용해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작업했던 그는 “예술가의 역할은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라고 말했으며, 기술의 예술적 전용을 통해 흥겨운 전 지구적 소통과 만남을 인류에게 선물했다.
이번 전시는 항상 새로운 매체와 예술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삶을 살았던 인물로 누구보다 미래를 선명하게 내다본 아방가르드 예술가, 백남준에게 헌정하는 회고전이다. 부산현대미술관과 백남준아트센터(관장 박남희)가 공동 기획했다. 양 기관 전문인력의 협업으로 공공 미술관 자산을 공유하고 미술관 문화를 확산, 발전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백남준 사후 개최된 회고전 중 국내 미술관으로는 최대 규모로, 국내에서 많이 선보이지 않았던 초기 백남준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희귀 자료와 작품을 비롯해 총 160여 점의 작품과 사진, 영상, 아카이브 자료 등이 출품된다. 특히, 이중 백남준아트센터에서 대여한 소장품 87점, 자료 38점, 비디오 15점은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이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 프랑크푸르트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소장처에서 대여한 작품 등도 볼 수 있다.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은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인 백남준의 플럭서스 초기 활동부터 2006년 서거 전까지 도전했던 레이저에 이르기까지 백남준이 작업했던 모든 예술적 매체를 조명한다. 기술과 예술을 넘나듦과 동시에 미디어아트의 개척자로 전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하며, 동시대 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백남준의 미래적 비전을 보여준다.
전시는 먼저 백남준의 1961년 퍼포먼스 비디오 <손과 얼굴>로 시작한다. 청년 백남준이 스스로를 예술작품의 매체로 다루며 예술적 자아를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초기작이다. 다음으로 관람할 수 있는 <플럭서스 챔피온 콘테스트>(1962)는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이 양동이 주변에서 오줌을 누면서 자신의 국가를 부르는 퍼포먼스로, 사회와 예술의 권위에 도전하는 백남준식의 유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1963년 백남준의 첫 개인전《음악의 전시-전자 텔레비전》에서 전시됐던 텔레비전 작품들 <TV를 위한 선>, <자석\ TV>, <왕관 TV>를 비롯해 전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생생한 사진들도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백남준이 만든 첫 번째 로봇인 <로봇 K-456>(1964(1995))과 슈야 아베가 그린 로봇 장치의 도면들과 백남준이 아베와 주고받은 편지 원본도 선보인다. 백남준과 오랜 기간 협업한 첼리스트 샬럿 무어먼의 <TV 첼로>와 <오페라 섹스트로니크>도 함께 전시된다.
별도로 마련된 영화관에서는 백남준의 대표작 비디오 15점을 대형 스크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백남준 스스로가 자신의 예술을 설명하는 인터뷰 형식의 비디오 <백남준: 텔레비전을 위한 편집>(1975)을 비롯해 <존 케이지에게 바침>(1973)부터 <호랑이는 살아있다>(1999)까지 백남준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비디오가 상영된다. 또한 아만다 킴이 연출한 2023년 다큐멘터리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도 상영되어 백남준을 20세기 최초의 디지털 크리에이터로 읽어내는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할 것이다.
1층과 2층이 연결되는 특별한 공간에서는 백남준의 대규모 설치 작품이 가진 백미를 <케이지의 숲-숲의 계시>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 작품은 8미터 높이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나뭇가지에는 모니터들이 매달려 있으며, 백남준이 자연의 생명력과 그의 예술적 스승인 존 케이지를 추모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또한, 대형 걸리버 로봇과 그 주위를 둘러싼 18개의 소인국 로봇으로 이루어진 작품 <걸리버>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 마지막에는 2000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백남준이 마지막으로 전시했던 레이저 작품 <삼원소>를 선보인다. 또한 맞은편에는 한국의 역사적 격변부터 백남준 개인의 깊은 번뇌까지 108개의 TV 모니터를 통해 짧게 분절된 비디오로 보여주는 작품 <108번뇌>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작품은 1998년 《경주세계문화엑스포》를 위해 작가가 특별히 제작한 것으로 이번 전시에서 모니터를 재정비하고 수복해 전시한다.
강승완 관장은 “백남준의 기술 미디어 시대에 대한 낙관적 비전의 중심에는 늘 인간이 있었고, 그는 기술 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연결과 확산을 통해 지역과 시대, 종교와 사상을 초월한 인간 간의 소통과 융합을 꿈꿨다”며 “백남준이라는 세기를 뛰어넘는 선각자의 대회고전을 통해 인간과 예술, 그리고 기술 문명의 관계를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초대했다.
[백남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과 홍콩에서 중학교를, 일본 가마쿠라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도쿄대학교에 진학해 미학을 전공한 후,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으로 졸업 논문을 썼다. 1956년 독일로 건너가 유럽 철학과 현대 음악을 공부하는 동안 동시대 전위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기존의 예술 규범, 관습과는 다른 급진적 퍼포먼스로 예술 활동을 펼쳤다. 이 때부터 새로운 미디어를 이용한 예술의 방식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1963년 텔레비전의 내부 회로를 변조하여 예술 작품으로 표현한 개인전 《음악의 전시 ― 전자 텔레비전》을 통해 미디어 아티스트의 길에 들어섰다.
백남준은 1964년 미국으로 이주하면서 본격적으로 비디오를 사용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비디오 영상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작품과 비디오 영상을 결합하고,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하였으며, 여기에 음악과 신체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까지 더해져 백남준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1980년대부터는 <굿모닝 미스터 오웰>을 필두로 위성 기술을 이용한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전위 예술과 대중문화의 벽을 허무는 글로벌 프로젝트를 기획하였으며,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에 독일관 대표로 참가하여 유목민인 예술가라는 주제의 작업으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 레이저 기술에까지 영역을 확장해 나가던 가운데 1990년대 중반 뇌졸중이 발병했다. 하지만 2006년 마이애미에서 타계할 때까지 백남준은 예술적 실천을 멈추지 않았다.
백남준은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로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작업했던 예술가이다. 예술가의 역할이 미래에 대한 사유에 있다고 보았으며 예술을 통해 전지구적 소통과 만남을 추구했던 백남준은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동시에 엔지니어인 새로운 예술가 종족의 선구자”, “아주 특별한 진정한 천재이자 선견지명 있는 미래학자”로 평가 받으며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로서 우리 곁에 숨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