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시설-실버타운 동시공사 교통대란 불가피"
해넘긴 민원에 무대응 일관... 공청회 등 소통 시급
해안 매립지에 지하 8층, 지상 53층과 지하 5층, 지상 71층의 초고층 건물을 신축하는 공사에 대한 주민들의 해를 넘긴 문제제기에도 당국자들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자 이번에는 시민단체가 가세해 공청회 개최를 통한 소통을 촉구하고 나섰다.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는데도 정치권과 당국의 대응이 미진한데 대한 시민들의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 '제니스비상대책위원회'와 선프라지비상대책위, 해운대학부모협의회 등 주민단체들은 9일 오전 11시 시의회 브리핑룸에서 '사단법인 미래사회를 준비하는 시민공감' 등 시민단체들과 함께 합동기자회견에 나서 구청과 시청, 국회의원과 시의원 등 책임자들을 규탄했다.
주민들은 이날 회견에서도 해안 매립지인 마린시티에 초고층 업무시설과 도로를 사이에 두고 인접한 실버타운 등 초고층 건물 신축 공사에 대한 "총체적 부실 행정 난맥상을 규탄하고,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시민단체와 주민조직들이 비판하는 지점은 "교통영향평가가 졸속으로 통과됐다"는 부분이다. 길 건너편에 초고층 건물 신축을 추진하는 것을 많이 알려져 있는데도 모른척하고 이쪽 건물에 대한 교통영향평가를 강행해 실제 통행량을 축소하는 '꼼수행정'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학부모단체들은 초등학교 인근 지역에 초고층 건물을 신축하는 인허가과정에 제대로 된 설명회나 공청회도 없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구청앞 수차례 집회와 구청 방문에서도 해운대구청장이 문을 잠그고 만나주지 않고 1시간여 대화를 거부한데 대해 불신이 높은 실정이다. 단체장이 적극적으로 주민 대표들을 만나 호소를 경청하고, 세부사항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면 이렇게까지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민들 말을 들어보면 구의원들에 대한 아쉬움도 연결돼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넘어서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다만 이날 회견에는 민주당 원영숙 구의원이 동참해 일부 돌파구가 열리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직전 구청장이 민주당 홍순헌 해운대갑지역위원장이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구청장은 국민의힘 김성수 구청장이다. 경찰대 출신으로 정보 전문 총경 경력에 의문을 표하는 비판도 나오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역구 국회의원인 주진우 국민의힘 국회의원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물론 국민의힘 소속 신정철 시의원에 대한 지적도 있다. 지난해 회견장 밖에서 부적절한 발언을 해 반발을 사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정치권과 시청 등 당국자들의 대응에 아쉬운 부분이 불거진다는 분석이다. 이래저래 엄동설한 소한 맹추위에 주민들만 고생시킨다는 볼멘소리가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다.
대책위원회 등 주민조직들은 이날 회견에서 해원초등학교 앞 교차로 소통수준 변화(평일), 서비스 수준 수준별 교차로 상태, 마린원 업무시설(51층)과 실버타운(73층)이 시행됐을 때 함께 고려한 수치 등 초고층 업무시설과 실버타운 관련 교통영향평가 분석자료 등을 첨부하며 시민단체가 가세하면서 달라진 면모를 선보였다. 마린시티 관련 주민들의 반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다음은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마린시티 업무시설·실버타운 공사 총체적 부실 행정 난맥상 규탄 전면 재검토 촉구 시민단체·주민 합동 기자회견
박형준 체제의 부산시가 어느덧 4년째를 맞았지만, 부산시민의 삶의 그늘은 더욱 짙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335만명이었던 부산시 인구는 지난해 326만명으로 만 3년동안 약 10만명의 인구가 줄었습니다. ‘대한민국 제2 도시’라는 타이틀도 이제는 인천광역시에 빼앗길 판입니다.
부산시의 인구 급감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전략의 부재’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박형준 체제의 부산시는 하석상대, 언발에 오줌누기식 전략으로 일관해왔습니다.
아무런 전략도 없이 국내홍보에만 의존했던 부산엑스포는 무려 330억원을 쓰고 고작 29표를 얻는데 그쳐 ‘개망신’을 당했고, 아무런 대책 없이 아파트만 지어대다 기업들은 속속 부산을 떠나고 있습니다. 청년은 떠나고 진짜 ‘노인과 바다’만 남은 부산에, 이제는 박형준 시장이 ‘노인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겠다고 합니다.
노인과 바다가 그렇게 듣기 싫다더니 이제와서 부산을 노인도시로 만들겠다는 박형준 시장의 저의는 무엇입니까. 인구정책을 사실상 포기한 것입니까. 아니면 일반 시민은 모르는, 또다른 커넥션이 있는 것입니까.
또, 청년인구가 늘고있고,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의 인구가 늘고 있는 마린시티에 실버타운을 유치하겠다는 박형준 시장의 전략은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것입니까. 어제는 기업을 내쫓더니 오늘은 청년과 아이들과 주민들을 내쫓겠다는 겁니까.
무엇보다도, 현재 해운대구 우3동 마린시티의 현실은 박형준 시장과 부산시 인구전략의 총체적 난국을 들여다 볼 수 있습니다.
우3동, 마린시티내 유일한 초등학교인 해원초등학교는 초과밀 상태입니다. 지난 2012년 개교 이래 학생 수가 꾸준히 늘어난 해원초등학교는, 정원 600명을 넘어 현재 1104명의 학생이 운동장도 없이 임시로 설치된 컨테이너 교실에서 3교대 급식을 하고 있습니다.
이 학교 정문에서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박형준 시장이 강조한 실버타운이 지하 5층, 73층 높이로 건설됩니다. 학교와는 불과 20~30m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실버타운이 들어올 부지는 그동안 건설사들이 주상복합으로 개발하려 했으나 지구단위계획변경에 실패하자 ‘노유자시설’인 실버타운으로 선회한 것인데 사실상 편법입니다. 건축법상 노유자시설은 말이 어렵지 사실상 경로당입니다. 즉, 부산시는 초등학교 정문 앞에 73층짜리 초고층 경로당을 짓겠다는 계획을 허가해준 것인데, 실버타운이라는 껍데기를 쓰고 몇 년이 지나면 일반 아파트가 될 것이 뻔한 계획입니다. 부산시가 두 팔 걷어붙이고 건설사의 편법을 앞장서서 방조하고 돕고 있는 것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해원초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해 청년들이 숨 쉴 공간을 마련해줘야 할 부산시는 오히려 잘못된 판단으로 청년과 해원초등학교 가족들을 내쫓고 있는 것입니다.
교통영향평가도 잘못됐습니다. 해운대가 ‘교통지옥’이라는 것은 여기 계신 기자여러분께서도 모두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마린시티 일대 교통량은 평일 기준 하루 2300여대인데, 51층 업무시설로 1만 6천여대, 73층 실버타운으로 5천~6천 대가 늘어 하루 2만 2천 대로 약 10배가 늘어나게 되지만, 교통영향평가상 대책은 고작 도로 1개를 늘리고 신호체계를 보완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마저도 현재 51층 업무시설 사업지의 남측도로는 1개 차선을 빼앗아 가고 U턴을 위해 겨우 두뼘 길이인 50cm를 늘려주겠다는 걸 대책으로 내놓기도 했습니다.
두 개 사업지가 준공된 후 2029년, 해원초등학교 앞 교차로는 도로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가 됩니다(서비스 수준 D → F).
해원초등학교 앞 교차로는 교통영향평가상 서비스수준이 F이지만, 사실상 FF 수준입니다(지체도 217.3초).
이는 해원초등학교 앞 교차로 뿐만 아닙니다. 해운대소방서 앞 교차로의 지체도는 98.2로, 서비스 수준이 F의 기준에 1.8초 모자란 E등급이며, 한국전력 앞 교차로 또한 96.2로 F기준에 3.8초 모자란 E등급, 대우마리나 앞 교차로는 F기준에 0.2초 모자란 E등급입니다. 즉, 51층 업무시설과 73층 실버타운이 계획대로 건설이 되면, 일대 교차로 9개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도로기능을 상실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만약 해운대소방서 앞 교차로와 한국전략 앞 교차로, 대우마리나 앞 교차로, 해운대초등학교 앞 교차로의 2029년 서비스수준이 각기 F, F, F, FF 등급이 나왔다면, 과연 교통영향평가가 통과되었을지 의문입니다. 0.2~3.8초 차이로 한등급씩 올려서 낙제를 면한 평가라면 과연 공정한 평가였을지도 의문입니다.
51층 업무시설의 지하 8층 공사는 일대 주민 안전에 심각한 우려를 끼치고 있습니다. 우3동과 마린시티내에서 가장 높은 층수는 제니스 아파트의 81층입니다. 제니스 아파트도 지하 5층까지 팠고, 바로 옆 아이파크 아파트도 지하 5층까지 내려갔습니다만 51층 업무시설은 지하 8층까지 공사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직 아무도 내려가지 않았던 바다를 메운 수영만 매립지 연약지반에 지하 8층 공사는 주민들에겐 그야말로 공포입니다. 한국미디어연합에서 우3동 주민 5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9%의 주민이 싱크홀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태풍과 쓰나미보다 싱크홀 사고가 더 큰 재앙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시행사 측은 주민들이 공법을 설명해달라 부탁하자 “설명해줄 의무가 없다”고 답변해왔습니다. 부산시 또한 주민들의 우려를 듣기보다 행정절차대로 했다면서 시행사 편을 들기 급급한 상황입니다. 부산시는 시민을 위한 관청입니까. 건설사를 위한 관청입니까.
우리 시민단체와 해운대 마린시티 주민들, 해운대 학부모들은 부산시에 51층 업무시설과 73층 실버타운 개발계획의 전면 백지화, 전면재검토를 촉구합니다. 진짜 <노인과 바다>만 남길 생각이 아니라면, 부산시는 청년과 아이들이 뛰어놀고 해운대를 방문하는 이들이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익적인 개발>로 선회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언론과 학계, 시민사회, 그리고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이 모두 머리를 모아 지금의 개발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