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전 의원 장례 마무리
장제원 전 의원 장례 마무리
  • 박미영 기자
  • 승인 2025.04.05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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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제원 전 의원 장례식이 4일 끝났다. 한 시대를 주름잡은 정치인이 자연으로 돌아간 날이다. 공과를 논하는 수많은 말들도 모두 안고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들을 모아 진행한 장례절차는 비교적 차분하게 4일 만에 마무리됐다.

이날 오전 빈소인 부산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식을 열었다. 발인예배에는 장 전 의원의 배우자 하윤순 씨와 아들 장용준(노엘), 형 장제국 동서대 총장 등을 비롯한 유가족과 지인, 정치권과 학교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정치인으로는 고인이 활동한 지역구인 부산 사상을 이어받은 국민의힘 김대식(수석대변인) 의원을 비롯해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조승환(부산영도, 이상 초선) 의원,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역임한 이성권(부산사하갑, 재선) 의원 등이 함께 했다. 김 의원은 4일 내내, 이 의원은 3일째 빈소를 지키며 고인을 추모하고 조문객들을 만나는 '의리'를 보여줬다.

하 씨는 고인의 유서로 보이는 글을 통해 "나름대로 열심히 양심적으로 살았는데 비참한 사람이 됐다... 더 이상 설명하고 부딪치고 살고 싶지 않아. 남은 가족들에게 너무너무 미안하다...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았던 분들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등의 말을 전했다. 노엘은 "어떻게 보면 저의 잘못 때문에…더 큰 일을 하실 수 있던 분이었다. 저를 항상 겸손하게 만들어 주셨던 분이 바로 저희 아버지셨다"며 울먹였다. 

파란만장한 정치역정, 허무한 종착지

공천 탈락,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이어 이번 성폭력 혐의 피소 등으로 탈당과 복당을 반복했지만 국민의힘 계열 보수정당 3선 중진이자,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관계자 중의 '핵관'으로 불리던 장 전 의원은 선친이 설립한 경남정보대학 부총장으로 재작중이던 2015년 11월 비서 A씨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준강간치상)로 지난달 경찰의 수사를 받아왔다.

2016년 6월 부산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그는 "9년여 전 일에 대한 지난달 고소 내용은 거짓"이라고 강력 부인하며 "무죄를 증명하고 돌아오겠다"며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지난달 28일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소인 측은 관련 사진 및 동영상, 사건 전후의 녹취 파일 등이 있음을 밝히며 반박했다. 특히 31일 오후부터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1일 고소인 측이 기자회견을 예고하는 등 상당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1일 새벽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지역정치권에는 상당한 충격파를 안겼다. 여성단체 등의 강력한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부산에 빈소를 차려 2일 오전부터 조문객을 받았다. 윤 대통령 조문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께서 새벽에 비보를 접하시고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다'며 '유가족께 위로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고 하셨다. 두 차례나 전화를 주셨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김기현 전 대표, 나경원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 서울에서도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조문을 다녀갔고, 홍준표 대구시장과 서범수(울산울주군, 초선) 의원과 서병수(부산북구갑 당협위원장) 전 부산시장 등 부산울산경남 지역 정치인과 조병길 사상구청장 등 지역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여권 핵심인사 30여명이 다녀갔다는 전언이다.

특히 박형준 부산시장은 2일 오후 조문한데 이어 경윤호 정무특보 등 고위 정무라인들이 조문에 나섰으며, 김광회 미래혁신부시장과 성희엽 정책수석보좌관 등은 2일 오후 10시 조문 만료 시간까지 자리를 지켰고, 성 수석 등은 다음날 밤에도 조문객들을 만났다. 고위 정치권 관계자들을 만나는 기회를 놓치기 어려울 정도로 부산시 현안에 대한 의지를 담은 행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불필요한 잡음들을 예방하려는 박 시장의 의지가 담긴 역할 수행 아니겠냐는 분석도 있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재선 박재호 전 의원이 2일 밤 늦게 빈소를 찾아 다소 무겁던 빈소 분위기를 잠시 술렁이게 만들기도 했다. 일부 인사들은 박 전 의원을 얼싸안는 등 환대하는 모습이었다. 9시가 넘어 검은색 복장으로 조문한 박 전 의원은 김대식 의원을 비롯한 정치권과 부산시 고위 관계자 등 지인들과 대화를 나눈 다음 10여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여성계 "추모 분위기 부적절, 성폭력 수사 결론 내야"

성폭력 범죄 수사를 받던 고인에 대한 일방적인 추모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3일 "마치 성폭력 피의자로 수사 중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없었던 듯 고 장 전 국민의힘 의원의 장례가 진행되고 있다"며 "직무정지 중인 윤 대통령은 정진석 비서실장을 통해 '너무나도 가슴이 아프다'고 했고 유력 정치인사들의 조문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계는 "성폭력을 가능하게 했고, 오랫동안 고소를 망설이게 했으며, 피해자가 용기를 내 고소한 뒤에도 의심과 비난을 받게 했고, 가해자가 사망한 뒤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가해자의 위력에 대한 제동이 필요하다"며 "이에 경찰은 지금까지의 수사결과를 종합하여 가해자의 혐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성폭력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는 조문과 추모는 피해자에게 사라지지 않는 가해자의 권력을 재확인하게 할 뿐"이라며 "피해자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일반적으로 성폭력을 비롯한 형사사건은 피의자 사망시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해왔다. 다만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유명인의 성폭력 사건의 경우 불필여한 존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경찰 등 유관기관이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장 전 의원의 유해는 이날 부산 금정구 영락공원에서 화장한 다음, 고별예배 등 관련 절차를 거쳐 부산 기장군 실로암공원묘원에 안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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